세 아이 7.jpg

 

지난 주말 아주 아주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순천을 거쳐 지리산 노고단을

지나 남원을 들러 오는 강행군이었지만 제일 많이 했던 일은  차 안에서 세 아이와

떠드는 일 이었다.

 

"아빠, 음악 틀어주세요. 여행은 역시 음악이 있어야죠"

"와.. 언니야, 트와이스다. 티티 너무해 너무해 "

"아빠, 트와이스 말고 다른 건 없어요?"

"왜, 가끔 트와이스 노래 들으면서 춤 추면 얼마나 좋은데.."

"아이돌 노래는 너무 질린다고요"

"이룸아, 우린 안 질리지"

"필규야, 아이 둘이 아이돌 노래 부르는거 이쁘잖아"

"엄마.. 하나도 안 웃긴 개그입니다"

"그래? 난 웃긴데... 히히"

"아빠 회사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초대가수로 홍진영이 왔었어.

얼굴도 진짜 작고 노래도 정말 잘하더라"

"와, 아빠 좋겠다. 연예인도 보고.. 나도 연예인 보고 싶다"

"얘들아, 엄마가 연예인급 재치가 있는 사람이잖니. 엄마를 보아라, 엄마를.."

"엄마는 말하자면 '나이스'같은 거죠. 짝퉁, 아류작..크크"

"엄마는 '노브랜드'야, 브랜드가 없는... 킥킥"

"세상에.. 아류작까진 예상했다만 노브랜드라니... 이 토크에선 윤정이가

진정한 승자로구나.. 으허허"

"와, 웃기다. 노브랜드 엄마.."

"이거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오빠야. 여수 밤바다..

아빠, 크게 틀어주세요"

"너는 여수 방바닥이라고 불렀잖아"

"여수 방바닥, 여수 방바닥.. 거기에 누워보고 싶다. 히히"

"우리 이번에 여수도 들려요, 엄마.. 우리 한번도 안가봤잖아요."

"글쎄.. 엄마는 하동하고 지리산 가고 싶은데..."

"아빠.. 이건 또 무슨 노래예요? 고삐를 잡아라?"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도 좀 듣자"

"트로트는 가사가 왜 이래요? 고삐를 잡자, 고삐를 잡아.

그 다음엔 또 '찰떡 같구나" 라니.."

"찰떡 먹고 싶다"

"필규야, 저기 웃긴 간판 있어. '막둥이네 보신탕'..

아이를 상징하는 막둥이에 보신탕을 연결하다니.. 크크

이건 외워두자. 지난번에 우리가 외운 '두꺼비 등갈비' 하고.."

"막둥이네 보신탕이래.. 웃기다. "

"엄마, 저것도 웃겨요. '육지빠 생고기'요"

"그러니까.. 그래도 역시 새말 톨게이트에 있는 '뉴새말 토종순대국'이

압권이지. 뉴와 토종의 절묘한 콜라보.. 흐흐"

"야.. 이적 노래다.

마른 하늘을 달려  나 그대에게 안길 수 만 있다면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

이게  노래지"

"이적 노래 좋지. 중학교 가더니 노래 수준 좀 높아졌구만"

"아빠 순천에 가면 갯벌에 들어가볼래요. 갯벌에서 미끄럼도 타고 싶어요"

"그건 어려울것 같은데.. 갯벌까지 들어가려면 우와.. 시간도 준비도

엄청 필요하다고.."

"짱뚱어 보고 싶어요. 갯벌에 사는"

"귀엽긴 하더라. 짱퉁어탕은 추어탕이랑 맛이 비슷해"

"온양이다. 온양 불고기, 유명하죠?"

"야, 그건 언양이거든? 언양 불고기.. 여긴 온양이라고., 온양온천 모르냐?"

"아하? 온양이구나. 헷갈린다. 히히"

"점심은 뭐 먹어요? 맛있는거 먹고 싶어요"

"글쎄.. 어디가서 뭘 먹어야 할까"

 

이렇게 떠드는 동안 차는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길은 시웠했고, 신록은 푸르렀고 남편과 나도 자주 웃었다.

떠들어대던 세 아이가 모두 잠이 든 다음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지금이 제일 좋은것 같애. 같이 다니는 게..

이룸이도 커서 자기 생각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모두 다 어울려서 함께

얘기가 되고.. 너무 어린 아이도 없고, 너무 커서 가족 여행에

시큰둥하거나 자기 세계에만 빠져있는 아이도 없고..

조금 더 지나면 또 많은 것들이 달라지겠지?

그래서 지금이 너무 좋아. 지금이.."

 

집에서, 길 위에서 우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고 수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지금도 같이 있는 공간에선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

자연도, 책도, 영화와 음악도 우리를 키웠지만 역시 우리를 제일 많이 키운건

수다다.

떠들썩하게 주고 받는 수많은 이야기들..

핸드폰과 TV와 학원에 빼앗기지 않는 시간동안 우리를 채웠던 그 즐거운

이야기들..

 

오늘도 나는 세 아이랑 신나게 수다를 떤다.

그 속에서 나도 크고 아이들도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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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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