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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 큰 아이를 시작으로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가 방학을 하고 제일 마지막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까지 방학을 했다.

바야흐로 세 아이와 24시간을 지내야 하는 여름방학이 시작된 것이다.

방학을 시작으로 분주했던 아침 풍경은 사라졌다.

나는 모처럼 아이들과 느긋하게 이불위에서 뒹굴며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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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에 방학을 했지만 바로 4주간 오전 8시 40분 부터 오후4시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계절학교 일정을 소화하고, 한강 자전거 여행까지 다녀온 필규는

나머지 한달은 애초에 세운 계획대로 방학다운 방학을 보내겠노라고 선언했다.

열네살 아들이 말하는 방학다운 방학이란 '놀고, 먹고, 자면서 보내는 방학'이다.

아들은 계절학교가 끝나자마자 본인의 계획에 충실하게 오전 11시 까지

자는 굳은 심지를 보여 주었다.

 

열네살, 열 살, 일곱살 세 아이는 방학 일정도 다 다르고 생체 리듬도 조금씩

다르다. 어떤 엄마들은 나이건 성별이건 다 상관없이 똑같은 하루 일정을

밀고 나가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애시당초 그럴 마음이 없다.

그렇게 지내려면 여름 내내 세 아이와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데

그냥 있어도 덥고 끈적거리는 여름날, 세 아이와 그런 밀당을 할 체력도

없거니와 이리 저리 잔머리 굴려가며 서로 잘 지내는 쪽이야말로

게으르고 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 같은 엄마에겐 딱 이다.

 

그래서 아들은 늦잠을 자게 두기로 했다.

밤 잠이 없어지고, 아침 잠은 많아지는게 사춘기 아이들의 생체리듬이라는데

몸이 가는 대로 해야지 서로 편하다.

아들은 제일 늦게 일어나 빵이나 과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1시쯤에 가족과

푸짐한 점심을 먹는다.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거나 만화를 보고 일주일에 세시간인

게임을 조금씩 시간을 나누어 즐긴다. 동생들과 투닥거리고 툴툴거리면서 집안일

쬐끔씩 도와주고, 늘 맛있는 음식을 부르짖으며 방학을 보낼테지.

 

열살 윤정이는 방과후 프로그램이 내내 이어진다.

방송댄스와 우클렐레로 일주일에 두번은 오전에 학교에 나간다. 바이올린 캠프와

학교 영어 캠프도 있다. 다 원해서 하는 일이라 일정에 맞춰 거뜬 거뜬 움직여 준다.

 

일곱살 막내는.... 개학까지 아무 일정도 없다. 매일 즐겁게 놀 궁리뿐이다.

언니랑 오빠랑 투닥투닥 싸우면서 항상 뭔가를 만들거나 그리면서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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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중엔 전시회장이나 박물관 한 곳 정도는 다녀줘야 하는데 이미

'로이터 사진전'으로 끝냈다.

사람으로 넘치는 미술관에서 멋진 사진을 보며 나름 즐거웠다.

찜통 더위속에서 오고 가는 일은 징글징글하게 힘들었지만 싸우고 불평하고

짜증내면서도 서로 크게 맘 상할 정도까지는 안 가는 걸 보니 크긴 컸다.

 

이번 주말에는 마당에 커다란 수영장을 설치한다.

동네 엄마들이 빨리 설치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수영장이 세워지고 그늘막이 쳐지면 방학내내 동네 아이들이 몰려와 첨벙거리며

놀것이다.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정 여동생들도 우리집 수영장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큰 아이 학교 선배 형들은 1박 2일 엠티를 하고 싶어하니

날 잡아 초대해야 햔다.

8월초엔 어머님 제사도 있어 강릉에 다녀와야 한다.

방학 내내 이런 저런 손님을 치르며 세끼 밥에 간식에 허리가 휘어지겠다.

어쩔 수 없다.

한달 후 아이들이 개학하면 그때부터는 내 방학일테니 (뭐, 개학을 해도

할 일이야 넘치겠지만)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몸은 고단하겠지만 집에서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아이들과

우리집을 즐거운 놀이터로 여겨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모두에게 신나는 추억을 만들어 주는 일도 나쁘지는 않다.

 

너무 힘들지 않게, 너무 부딪히지 않게, 서로 서로 잘 조절해가며

무엇보다 건강한 방학을 보내는 것..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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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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