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그림그리기.JPG » 왼손으로 그림을 보며 따라 그리기 하며 놀고 있는 민지.

 

 

패닉의 ‘왼손잡이’ 노래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래, 왼손잡이가 어때서? 오른손잡이 투성이 세상에서 왼손잡이를 강요하는 건 폭력이야. 모두가 똑같이 오른손을 쓸 필요는 없지.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자기의 본능과 취향을 존중받을 필요가 있어.’라고 생각했다. 노래 가사처럼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왼손잡이들이 “난 왼손잡이야 나나나~”하며 자신있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패닉 노래를 즐겨 듣던 그 시절엔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난 두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두 아이 모두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들고 스케치북에 끄적이는데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오른손도, 왼손도 쓰겠거니 했다. 오히려 양손잡이가 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양손을 쓰면 양뇌가 골고루 발달되고, 무슨 일이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딸이 어린이집에 들어간 뒤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다. ‘왼손잡이면 어때?’ ‘왼손잡이는 우뇌가 좀 더 상대적으로 더 쓴다고 하던데 창의적이고 좋지 뭘’ 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오른손잡이로 교정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그런데 어느날 딸의  `절친' 도훈 엄마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민지 왼손잡이죠? 도훈이가 민지한테 글씨 쓰는 법을 배웠다는데, 이응자를 반대방향으로 쓰는거야. 이렇게. 왼손잡이라도 방향은 올바로 알려줘야 하지 않아요?”라고 말해주는 것 아닌가.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맘인 나는 아이와 항상 붙어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글씨를 썼거나 그림을 그린 결과물을 주로 봤다. 어떤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어떤 손으로 글씨를 썼는지, 어떤 순서로 글씨를 썼는지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 얘기를 들은 날, 딸에게 친구들 이름을 한번 써보라고 했다. 영락없이 왼손으로 반대방향으로 글씨를 쓰고, 어떤 글씨는 거울에 반사된 모양처럼 글씨를 썼다. 글을 쓰는 방향도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이었다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등 마음대로였다. (사실 나는 5살밖에 안 된 딸에게 글씨를 일부러 적극적으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글씨 교육이 이 연령대에는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히려 그림책에서 그림을 보면서 상상력을 키울 때라고 생각한다. 글씨를 알면 아이가 그림책에 있는 글자를 읽으려다, 오히려 다채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기 힘들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어린이집 교육 과정에서 한글 교육 과정이 있고, 아이는 슬슬 친구들 이름과 엄마 이름까지 스스로 쓰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낸다. 그래서 아주 소극적으로 아이가 쓰고 싶어하는 글자 위주로 알려주고 있다.)

 

IMG_7220.JPG » 글씨를 쓰고 싶어하는 민지. 요즘 이름 쓰기를 좋아한다.

 

 

생각해보니 왼손잡이 아이들은 글씨를 배우는 과정에서도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글씨 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왼손잡이 아이들은 당연히 글씨 쓰는 순서나 방향이 헷갈릴 것이다. 또 왼손으로 글씨를 쓰다보면 자기 손에 자기가 쓴 글씨를 가릴 수가 있다. 앞으로 계속 글씨를 써야할텐데 글씨만은 오른손으로 쓰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딸에게 “민지야~ 다른 건 왼손으로 해도 괜찮은데, 글씨만은 오른손으로 쓰자. 글씨 방향도 헷갈리고 그러니까. ”라고 말해줬다. 딸은 내 말을 듣고 의식적으로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어느새 왼손에 연필과 크레파스를 쥐고 있다. 가위질도 오른손으로 하고, 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왼손으로 모든 것을 한다. 왼손으로도 어쩌면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지.
 


글씨를 의식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있는데도 요즘 민지는 그림책을 볼 때마다 글씨를 읽고 싶어하고 글씨를 써보려 노력한다. 자꾸 글씨를 쓰려고 하니, 왼손잡이가 마음에 걸렸다. 왼손으로 글씨쓰는 행위가 계속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민을 하다 페이스북 친구(이하 페친)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관계를 맺고 있으니, 이들의 경험이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주 페친들에게 “왼손잡이 딸이 글씨만은 오른손으로 쓰면 좋겠는데, 스트레스 주지 않고 교정할 수 있는 방법 있을까요?”라는 요지로 조언을 구했다. 다양한 페친들이 내게 다양한 해법과 자신만의 경험을 들려줬다. 28개의 댓글이 달렸다. 야~ 정말 페이스북의 매력을 듬뿍 느낀 날이였다. 페이스북이 육아 상담소로서의 기능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MG_6418.JPG 왼손잡이 페친과 왼손잡이 아이들을 둔 페친들이 꽤 많았다. ‘이렇게 왼손잡이들이 많구나’라는 놀라움을 느꼈다.
일단 많은 왼손잡이 페친들은 ‘강제적이고 폭력적인 교정’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내게 경고했다.
 

페친 김**씨는 “저도 어릴 때 왼손으로 글을 써서 부모님이 교정을 했는데요. 그래서 지금도 손으로 뭘 쓰는 게 너무 싫고 힘들거든요. 컴퓨터 안 나왔으면 저는 영영 글쓰는 일은 못했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왼손잡이 아이를 억지로 오른손으로 교정하려 하면 방향감각이 떨어지거나 심리적인 부담을 가질 수도 있고 심할 경우 우울증을 앓는 부작용도 있다는 글을 링크걸어 댓글로 남겼다.
 

또다른 페친 김**씨는 “저도 왼손잡인데 사실 저희 자랄때야 부모님이 때리면서 못하게해서 글은 오른손으로 씁니다. 칼·가위 모두 왼손인데 저는 그게 편한데 어른들은 그걸 보기 어색하다고 못하게 하세요. 아마 보시긴 불편해도 아인 그게 편하다고 생각할거예요 ^^ 외국의 경우 왼손으로 글쓰는 친구들 정말 많더라구요”라고 말했다.

 

또다른 페친 김** 선배는 “고치지 말어. 우리 둘째도 같은 이유로 글씨를 오른손으로 바꾸게 했는데 쓰고 그리는 흥미를 잃어버리더라고. 애 키우면서 가장 후회스러웠던 일!!”이라고 조언했다.
 
 
왼손잡이였다가 자연스럽게 오른손잡이로 교정된 사례도 있었고,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교정을 해서 교정이 됐다는 사례도 있었다.

 

페친 황**씨는 “저도 왼손잡이였는데 부모님께서 그냥 ‘어머 얘는 이러네’ 식으로 생각해 주셨던 게 지금도 감사해요. 글씨는 초등학교 가서 자연히 오른손으로 바꾸어서 지금은 양손잡이...양손잡이인게 참 좋아요. 여러모로...^^”라고 말했다.
 

페친 전**씨는 “울 큰아들도 왼손잡이인데, 초1 때 글씨만은 오른손으로 쓰라고 며칠 앉혀놓고 연습시키니 되더군요. 지금처럼 글씨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고 또 그렇게 읽는 문화에서는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게 여러모로 좋은 듯해요. 다만 오른손 글씨쓰기를 설득하고 연습시키는 과정이 폭력적이어서는 안되겠죠. 지금은 둘째녀석 오른손 글씨쓰기를 가르쳐야하는데 시간을 내야겠어요. 이럴 땐 자그마한 선물을 암시하며 아이를 유도하는 것도 그닥 비교육적인 처사는 아니지 않나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페친 이**씨는 “저도 유치원 시절까지 왼손으로 다 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서 왼손 쓸 때마다 왼손등만 맞았더니 어느새 오른손으로 쓰더라는.. ^^; 글씨를.. 잘 못써요.. ㅎ 글씨만 오른손으로 쓰는 양손잡이로 살아보니 그리 불편한 건 모르겠는데, 군대처럼 통일을 중요시하는 조직에 들어가면 오른손잡이가 아닌 게 불편할 때가 좀 있는 정도. 총은 왼쪽으로 쏴도 제식은 오른쪽으로 해야 한다던가.. ^^ 옛날에 비하면 요즘은 문제도 아닐 것 같긴 한데 부모마음이라 어떨지 모르겠네요. 즐거운 마음 가지시길”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양손을 골고루 쓰도록 피아노를 치게 하는 등의 훈련을 해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페친 최**씨는 “언니 왼손잡이도 나름 좋은 것 같아. 글씨 왼손으로 쓰고 오른손으로 가위나 다른것을 하는 것도 좋을듯. 피아노를 가르쳐보면 어때? 피아노는 양손을 써야하기 때문에 같이 발달될 수 있고 특히 멜로디가 오른손이기 때문에 오른쪽을 더 발달하게 할거야. 좋은 점도 있으니 스트레스 주는건 절대 금물:) 민지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이 페친의 아이디어도 좋은 생각 같았다.
 
 
페친 안**씨는 “글씨, 가위, 칼만 오른손. 바느질 시간에 방향이 정해져있는게 있었는데 힘들었음. 무지. 새틴뜨기였던가 ㅋㅋ 나도 교정받았을텐데 기억나는게 없어. 딸아이도 왼손인데 2-3년간 교정했어요. 지금은 글씨 오른손 쓰고 있어요. 순한 아이라 지금 생각해보면 상처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듬. 이해받는 선에서 오른손도 조절능력 갖게하는 것은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양손쓰게되면 좋을 것 같고... 피아노는 7살에 시켰는데 본인이 좋아하는거라 즐겨하는거 같아요. 반면에 둘째는 피아노 소리 시끄럽다해서 안시킬까함 ㅋㅋ”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페친 전**씨는 “제가 왼손잡이예요. 글씨만 오른손으로 쓰고 나머지는 다 왼손으로 해요. 연필이 좋은 도구가 될 듯해요. 왼손엔 지우개 오른손엔 연필. 저야 아빠한테 엄청 혼나고 바꿨지만요...”라면서 연필을 도구로 왼손엔 지우개를, 오른손에 연필을 쥐어주고 훈련을 해보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페친들과의 상담 결과 지금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아이의 양손 발달을 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른손으로 공던지기, 왼손과 오른손으로 건반 치는 흉내, 오른손으로 색깔 칠하기 등등 아이에게 스트레스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도 모르게 오른손과 왼손을 많이 쓸 수 있는 방법들을 창의적으로 생각해봐야겠다. 조언을 준 페친들에게 이 글을 빌려 감사드린다. 왼손잡이 아이때문에 고민하시는 다른 부모들도 참조하시길.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이 글을 쓰고 난 뒤 <베이비트리>에 `두뇌교육‘ 칼럼을 쓰고 계시는 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 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왼손잡이와 글씨 쓰기에 대해 질문을 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덧붙인다.  
 
문: 왼손잡이 딸이 고민이 돼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억지로 교정하면 심리적 부담감으로 글이나 그림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고 했다. 그런데 여전히 여러 의견을 들어본 결과, 글씨 쓰기만은 오른손으로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로서의 견해는?
 
답: 맞다. 폭력적이고 억압적으로 오른손잡이로 교정을 하면 오히려 반작용이 있다. 왼손잡이 아이를 억지로 오른손으로 교정하려 하면 방향감각이 떨어지거나 심리적인 부담감을 가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우울증을 앓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왼손잡이는 왼손과 연결된 우뇌가 발달해 왼손을 사용해야 좀더 효율적인데 부모의 지적 때문에 오른손을 쓸 경우 상대적으로 덜 발달된 좌뇌를 이용해야 하므로 이러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주로 사용하는 손은 부모가 정해줄 게 아니라 본인의 선택에 맡기는 편이 바람직하다. 왼손잡이는 유전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부모가 모두 왼손잡이일 때 왼손잡이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부모 모두 오른손잡이일 때는 그 확률이 낮아진다는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개인적 견해로도 글씨 쓰기와 밥 먹기는 오른손으로 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면 유도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만약 아이가 강하게 거부하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글씨 쓰기는 왼손으로 하면 불편한 점이 많다. 사실 7~8살 정도 돼야 아이들이 글씨를 쓸 수 있는 정도의 소근육이 발달한다. 따라서 7~8살 이전에는 평소에 오른손으로 무거운 것을 들게 한다거나, 양손을 사용하는 놀이를 적극적으로 시켜 오른손의 힘과 조절력을 키워주는 것이 좋겠다. 특히 남자아이들의 경우 글씨 쓰는 근육 발달은 여자 아이들보다 늦다. 따라서 부모가 너무 강압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양손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늘려나가도록 하자. 그리고 난 뒤 7~8살 때 조금 더 글씨 쓰는 법에 대해 교정을 하면 쉽게 교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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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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