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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때 학교는 아이들만 다니는 곳 이었다.

부모는 되도록, 정말 정말 되도록 안 나타나는 것이 좋았다.

운동회날을 제외하고 부모가 학교에 오는 것은 열이면 열

좋은 일이 아니었다.

입학해서 졸업할때까지 학교 한 번 안 가본 부모들이 수두룩했던

시절이었다.

 

요즘은 다르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자주 오간다.

공개수업도 있고, 총회도 있고, 상담도 있고, 이런 저런 행사도 있다.

딱히 공식적인 일이 없다해도 아이들 데리러 가는 길에 교실에 들어서

아이들 학교 생활을 묻고, 선생님을 만나고 오는 일도 흔하다.

 

두 딸이 다니는 학교는 학부모들의 역할이 많다.

교사, 학생과 더불어 학교를 운영해가는 당당한 교육주체의 한 축으로서

학부모들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이런 바탕에는 선거를 통해 꾸려지는 학부모회가  있고 반대표들과

각 단체장들로 이루어진 대의원 회가 있다.

학부모들은 다양한 자리에서 학교 운영에 대한 많은 부분들에

참여하고 의견을 내고 힘을 보탠다. 학교는 학부모들의 의견과 참여에

늘 진지하게 귀 기울인다.

 

9월 22일 오후 6시 반 부터 학교 설명회가 있었다.

1학기동안 이루어진 학습내용을 설명하고, 2학기 학습 계획에 대한

안내와 질문들을 받는 자리다. 학부모회를 비롯, 아버지회의  할동 보고

및 계획 발표도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5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해서 진지하게 경청했다.

학부모회장인 나도 그간의 활동내용을 정리해 발표했다.

선생님들도 많은 준비를 해서 함께 참여한 것은 물론이다.

 

한시간 반의 전체 모임 후에 각 학년별, 반별 모임이 있었다.

1년간의 배움이 어떤 계획 아래에서 진행되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앞으로의 일정들은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담임 선생님 및 학년 부장 선생님을 통해 자세히 듣는 자리였다.

궁금한 것은 직접 묻고 대답을 들을 수 도 있었다.

 

이런 자리에 참석할때마다 느끼는 것은 선생님들이 정말

애를 많이 쓰시는 구나 하는 점이다.

교과서 단원별로 아이들에게 정말 와 닿을 수 있는 살아있는

배움이 되게하기 위해서 연극, 탐방, 모둠 학습, 놀이, 글 쓰기,

관찰등 정말 다양한 수업 방법을 고민해가며 내용을 채워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큰 아이가 다니는 3학년의 올해 가장 큰 화제는 '생물의 한살이'

과정을 위해 시작한 병아리 기르기였다.

알을 들여와 반마다 부화기에서 부화를 시키기 까지, 병아리가

태어나서 건강하게 자라기까지, 마침내 아버지들이 지어준

야외 닭장에 병아리들을 풀어 놓고, 매일 물과 사료를 챙겨주켜

보살펴서 어른 닭으로 자라게 하기 까지 매 순간이 신비고

감탄이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한마음이 되어 병아리들을

돌보고 부모들은 그 뒤에서 다른 역할로 도왔다.

병아리들은 잘 커서 씩씩한 어른 닭이 되었고, 아이들은 머지않아

보게 될 달걀을 고대하고 있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크나큰 책임과 세밀한 관리에 대한 어려움을

다 감당해가며 아이들과 함께 병아리를 키워내신 선생님들의

열정과 노력을 지켜보며 이런 학교에서 배움을 해 가는

내 아이가 참 부럽다... 생각하기도 했다.

 

선생님들을 신뢰하게 될때 그 배움에 대한 신뢰가 같이 커질 수 있다.

교사를 믿게 되면 학교에도 자연스럽게 신뢰가 생긴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직접 찾아가 들어보고 묻고 하는 시간들이 있어야

쌓이는 것이다.

학교에 행사가 있을때마다 마음과 몸을 내서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도 내고, 교사들과 다른 학부모들의 수고도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관심을 가져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부부가 다 직장에 다녀서, 생업에 바빠서 학교에 자주 오는게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1년에 한 두 번 크고 중요한 행사만이라도 참여하려

노력해보자. 월차를 낼 수 있는 날 학교를 찾아서 도울 수 있는 일을

물어보자. 분명 있다.

 

학교는 내 아이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행복해야만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

부모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만 이유다.

 

학부모회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의 교육과 참여를

돕는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만큼 부모도 같이 성장해야 서로를 이해하며

잘 지낼 수 있다.

부모들도 학교 가자. 더 배우고, 더 나누고, 더 들어보고 묻자.

 

좋은 학교는 교사들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모두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즐겁게 배우는 아이들,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들, 교사를 믿고 도와주는

부모들..

이런 학교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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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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