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엄마아빠들이 아이 키우며 참 곤란할 때가 있다고 하던데 요즘 그 시기를 겪고 있다.곤란하면서도 재밌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볼 수 있어서 다시 유년기를 살고 있는 느낌이랄까.

 

 6살이 된 뽀뇨.

 적어도 집에서는 글자를 가르치지 않는데 요즘 글자를 제법 잘 읽는다.

  

  “아빠 저거 무.릉.리 맞지?” 

  차 뒷좌석에 앉아서 표지판도 척척,동화책의 글자도 곧잘 읽는다.

 ‘글자 대로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딸과 

 ‘대충 읽고 이제 자자’는 아빠사이의 실랑이가 몇 개월 지나자 

 이제 세 글자 중 두 글자는 완벽에 가깝게 읽어내고 있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아이의 기억력을 눈으로 확인할 때면 

 나도 어릴 적에 신동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 싶다.

  

 지난 해에는 영화 ‘겨울왕국’의 ‘Let it go’ 노래를 비슷하게 따라 부르더니 

 요즘은 아빠가 자주 듣는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 가사를 완전히 외웠다.

 ‘타이미’의 랩을 아빠보다 더 잘 따라 부르는 뽀뇨를 보고는 

 이 아이가 (아빠 닮아서) 노래에 소질이 있나 싶다. 

 글자를 읽다보니 이제 글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궁금해지고 

 그 뜻을 유추해보기에 이르른다.

 일단 궁금하면 옆에 있는 엄마,아빠에게 바로 물어본다.

 매일 밤 잠들기 전 뽀뇨의 질문은 

 궁극의 진리를 탐하는 내게 큰 재미를 주고 있다.

  

 “아빠,왜 나무에 열매가 생겨?”,

 “아,나무에 꽃이 생기거든..”,

 “왜 꽃이 생겨?”,

 “왜 꽃이 생기냐면..나무가....번식을 하기 위해서..”,

 “번식이 뭐야”,

 “그러니까..아빠 애기는 누가 있어?”,

 “나”,

 “그러면 아빠 엄마는 누가 있어?”,

 “창원 할머니”,

 “창원할머니가 아빠를 낳았구, 아빠가 해솔이를 낳았잖아”,

 “나무가 꽃을 낳아?원래 어른들은 새싹이었어?

 새싹은 애기야?아..알겠다.새싹이 애기구,꽃이 누나구,나무가 어른이구나”,

 “어..그래”.

 매일 얼버무리며 대답이 마무리 되지만 귀찮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굳이 사전을 들치지 않더라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답하고 

 아이와 함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어차피 단어라는 것과 그 의미는 딱히 정해진 자리가 없는 것이기에 

 관계와 관계를 통해 어느 지점에 있는 어슴프레한 ‘거기’를 도달하게 된다. 

  

 아이와 함께 단어와 그 뜻을 되짚는 놀이를 하다보니 

 내가 쓰는 말들이 참 얽히고 설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앞서 대화에서도 열매를 설명하려도 툭하고 ‘번식’이 나왔는데 

 이를 설명하자니 또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어떨 때는 나 또한 답을 모를 때가 있다.

 어제 뽀뇨와 함께 장례식장에 갈 일이 있었는데 

 뒷좌석에 탄 뽀뇨가 갑자기 물었다.

  

 “아빠,사람들은 왜 하늘나라로 가?” 

 나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돌아가신 아버지가 암투병 하실 때 

 곁에서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와 같은 책을 읽기도 하고 

 ‘오래 슬퍼하지마’와 같은 동화책을 읽기도 했다.

 아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멋있게 설명을 해주고 싶었는데 

 내 아이가 너무 일찍 물어와서 가슴 뭉클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생물학적 죽음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니면 삶과 죽음의 대비로 죽음의 의미와 삶의 소중함을 설명해야할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장례식장을 가는 10여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결론을 이렇게 내려보았다.

  

 “뽀뇨,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 소중한 거야.

 엄마아빠도 단 하나밖에 없는 거니까 

 눈에 보일 때 소중하게 생각해야 된다. 

 알았지?”

 아이와 낮에 주고 받는 대화를 밤에 다시 떠올리려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소중한 것은 눈앞에서 금방 사라지나보다. 

  

 <아래에 ‘아빠’라고 단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던 소년이 있다. 소중한 것은 눈앞에서 금방 사라지나보다>

아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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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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