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jpg

 

친정부모님은 매년 양력 1월 1일에 세배를 받으신다.
다섯이나 되는 딸들이 구정엔 모두 시댁에 가서 며느리 노릇을 해야 하기때문이다.
그래서 새해 친정 모임은 늘 신정에 이루어진다.

 

그동안은 좁은 친정집 아파트에서 식구들이  모두 모여 밥을 먹고 세배를
했는데 세월이 흐르다보니 자손들도 늘어나고, 어린 아이들도 쑥쑥 자라나
한 자리씩 차지하게 되어 늘 너무 좁고 불편했다.
친정 부모님에 출가한 다섯 딸들 부부에 손주들 여덟에 출가 안 한
남동생까지 다 모이면 스므명이 넘는 대가족이니 말이다.
그래도 엄마는 매년 이 많은 식구들 먹일 음식을 손수 장만하셨다.
매년 물가는 오르고 아이들은 커 가는데 부모님은 연로해 가시니
더 이상은 이런 식으로 친정에서 모여서 하는 것이 힘들것 같아서
올 해는 내가 우리집에서 하자고 나섰다.


자식들 중에 제일 넓은 집에서 사는 내가 자리를 마련해서 식구들을
모시는 것도 괜찮을 듯 했다.

음식은 큰 딸들 셋이 나눠서 할까 하다가 얼마전에 수술을 한 큰 언니의
건강도 그렇고 여전히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나도 있고 해서
우리집 근처의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어짜피 제사를 모시는 것도 아니고 식구들끼리 정초에 밥 한끼 함께
먹는 일이니 그것이 식당이라고 안 될 이유도 없었다.

그래도 식구들이 우리집에 모이는 까닭에 전날부터 대대적인 청소와
정리를 하고 손님맞을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눈이었다.
성탄절에 내린 눈도 아직 쌓여 있는 마당에 신정 아침부터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경기도 일산, 양주, 과천에서 모두
차를 가지고 모여야 하는데 눈발이 거세지니 먼 길 올 식구들 생각에
연신 눈을 치우면서도 걱정되고 불안했다.

약속 시간보다 많이 늦어지긴 했지만 다행이 모든 식구들이 도착했고
근처 식당에서 푸짐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집에 모여서 세배를 드렸다.
부모님께 어린 손주들이 제일 먼저 세배를 드렸는데 친척 언니들에게
물려받은 한복을 곱게 입은 이룸이가 어찌나 야무지고 이쁘게 세배를
하는지 식구들의 큰 탄성을 받았다. 큰 언니라고 의젓하게 앉아서
어른스럽게 굴던 윤정이의 단아한 모습도 흐믓했다.
두 살 위의 사촌형과 함께 세배를 드린 필규도 장난이 많이 줄었고
올 해 두 살이 된 막내 손자까지 아장아장 거리며 세뱃돈을 받아
모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아이들에 이어 딸들 부부가 세배를 드렸다.
아빠는 매년 그랬듯이 부부마다 고유한 덕담을 하셨다.
내겐 좋은 글 많이 쓰라는 말씀을 주셨다.
새해 첫날에 부모님께서 주시는 축복이 내 1년을 지켜주는 부적과
같다. 이런 새해가 오래 오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모님이 일어나신 후에 이모들과 이모부들이 세배를 받았다.
다섯이나 되는 이모들에게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는 아이들은
모두 입이 함박처럼 벌어졌다.
외가에 이모들이 넷이나 되고, 친가에는 큰 집과 작은집등 인사할
친지들이 많은 우리집 아이들은 설에 받는 세뱃돈이 정말 두둑하다.
이 또한 큰 복이다.

 

한바탕 세배가 끝나고 큰 언니가 가져온 와인을 따고 둘째가 준비한 케익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내가 준비한  과일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큰 형부가 부장으로 승진을 했고, 둘째의 큰 아들은 전교 15등을 했으며
부부가 모두 박사인 손 아래 여동생 부부는 올 해 안에 미국 동부로 자리를 잡아
떠날 것 같고, 막내는 초여름에 둘째를 출산할 예정인 등등 식구들의 한 해는
매년 많은 성장과 변화가 넘쳐난다.
크고 작은 어려움들은 늘 있지만 가족 모두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소중한 성취를 이뤄가는 모습을 모두가 함께 나누고 축복해주는
설날은 내게도 늘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아직 부모님 건강이 괜찮고 식구들 모두 큰 병이 없는 것도 늘 고마운 일이다.
세월이 더 흐르면 부모님 건강도 식구들의 일상도 적지 않은 변화들이 있겠지만
그 역시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같이 갈 가족임을 알기에 큰 염려하지 않는다.
더불어 이렇게 많은 가족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가며
클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인 것이 늘 고맙고 감사하다.

 

다시 새 해가 밝았다.
필규는 열 한 살, 윤정이는 일곱살, 막내 이룸이도 네살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이 내겐 가장 큰 선물이자 희망이다.

올 한해도 열심히 즐겁게 잘 살아야지.

 

베이비트리 독자님들 가정에도 좋은 일 많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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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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