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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베이비시터가 온다.

옆 마을에 사는 친한 동생인데 일주일에 세 번 와서 아이들을 돌봐 주기로 했다.

‘앗싸, 자유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하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아이들과도 친숙하고 밝고 예쁜 동생이라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기적 같았다. 

그런데 그녀가 와서 주로 하는 일은 나와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좋았다.

신나서 이야기하고 먹고 웃으면서 몇 주를 보냈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각자의 최근 이슈에 관한 것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이슈를 가지고 만나게 되어서 더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이비시터가 아니라 마미시터인 셈이었다.

필요했다.

나에게도 대화를 나눌 친구가 필요했다. 분위기가 좋으니 아이들도 즐거웠을 것이다.

그런데,

저번부터 슬슬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베이비시터를 부른 것은 아이들을 전적으로 돌봐주길 바라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내가 밖에 나가 일도 하고 바람도 쐴 수 있게 되는 것이었는데 그게 안 된 것이다.

친구와 만나 놀고 싶은 욕구가 두 번째라면 

아이들과 떨어져 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 첫 번째 욕구였다.

이제 그걸 알게 되었으니 그녀에게 확실히 내 마음을 알리고 아이들을 온전히 맡겨야겠다. 

어쩌면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아이들 곁을 못 떠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이제 정말 맡기고 떨어져봐야지.

얼마나 좋을까?

다시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가울까?

나의 친구가 되어주고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줄 그녀에게 변함없이 고마운 마음이다.

고맙다, 샘아!




+

용눈이 오름은 비 오는 날에 가도 좋더라고요.

제주 라이프의 핵심은 자연과의 만남입니다.

정말 좋아요!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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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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