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혹시 겉으로만 사랑하는 척하는게 아닌가, 말로만 표현하고 있는거 아닌가,

부모 편의대로 아이를 돌보는건 아닌가?

아마 많은 부모들이 이러한 죄책감이나 가슴 한곳에 찔림이 있을 듯하다.

최근에 나또한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 실수를 하였고

그것을 계기로 나의 육아방식에 대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요 며칠간 정신없이 바쁜 일의 연속이다 보니 뽀뇨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점심시간을 넘겨서 “아빠, 나 점심주세요”할 때까지 일하는가 하면

급하게 해야 하는 일처리를 위해 장시간 뽀뇨에게 ‘애니메이션’을 틀어준 적이 있다.

가끔 잘 보고 있나하고 뽀뇨 얼굴을 쳐다보면 멍하게 흐려진 눈망울을 보게 되고

그럴 때면 참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아내도 일하러 가고 나또한 마을에서 일을 해야 할 때는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뽀뇨를 맡겨야 하는데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옆 동 부녀회장 아주머니에게 시간당 5천원씩 드리고 잠시 맡기는 것이다.

다행히 뽀뇨 또래의 언니, 오빠들이 있어서 신나게 뛰어놀다가 오게 되는데

며칠 전 뽀뇨를 맡기는 날은 날씨가 제법 추운 날이었다.

나가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뽀뇨에게 어서 옷을 입혀야 하는데

뽀뇨는 양말이고 바지고 도무지 입으려 들지를 않는다.

 

 “뽀뇨, 빨리 가야되. 어서 입어요”

 

하면서 겁을 주는데 울면서 때를 쓰다 보니 뽀뇨발에 아빠 손가락이 긁히고

시간은 더 빠듯해오고..

결국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는 회유를 하고서야

겨우 양말을 신겼는데 바지를 찾아보니 입을만한게 없다.

 

안되겠다 싶어서 오늘 같이 추운 날 밖에 아이를 내보내지는 않겠지 하며

집에서 입는 얇은 옷에 솜잠바를 입히고 옆 동으로 향했다.

물론 뽀뇨손에 아이스크림 하나 쥐어주고서.

다시 일터로 갔다가 저녁모임까지 하고 밤늦게 들어왔는데 이상하게 문이 잠겨있다.

거실에 불은 켜져 있는데 아내가 벌써 자고 있나하고 초인종을 울리는데

한 참만에 문이 열렸고 아내는 들어가자마자

 

“자기는 뽀뇨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부녀회장 아주머니가 뽀뇨를 어떻게 이렇게 옷을 입혀 보낼 수가 있냐고 꾸지람을 했어요.

뽀뇨에게 너무 하는거 아니에요”

 

뽀뇨도 잠을 안자고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지라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뭐라 변명할 꺼리도 없다보니 아내의 다그침이 무섭게 들려왔다.

 

“뽀뇨에게 입힐 겨울 바지가 없다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집에 있는 네 살 뽀뇨의 옷은 거의가 고향 창원 시골마을 형님 아이들 옷이거나

가족들이 사준 옷, 엄마아빠가 뽀뇨를 위해 사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다음날 아내가 처음으로 7천원짜리 골덴바지를 하나 사오며

한 달에 치킨 한 마리만 안 먹어도 뽀뇨 바지를 두 개나 살수 있다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아내나 나나 30년을 넘게 살아오며 자기 자신에게 값비싼 옷 한 벌 선물하지 않다보니

제대로 된 아이 옷 한 벌 사 입히지 않았다.

명절 때마다 가족들은 우리 둘의 옷차림을 나무랐고 뽀뇨를 낳고 나서는 뽀뇨몫까지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7천 원짜리 바지를 처음 사준 날, 

아내와 나는 뽀뇨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아끼는 것을 미덕이라 생각하지만 아이에게 소홀해 보이는 것은 싫은 일.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우리 부부의 눈길과 손길이 어린 뽀뇨에게 더 많이 머물렀으면 한다.

 

<7천원에 산 뽀뇨의 바지>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뽀뇨의 첫 동영상 촬영을 보실수 있어요.

 7천원 바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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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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