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려진 바, 멋쟁이 엄마가 되는 법은 크게 두 가지다. 멋쟁이가 돼 엄마가 되는 것과 엄마가 돼 멋쟁이가 되는 것. 부자엄마 되는 방법과 마찬가지다. 부자가 돼 엄마가 되거나 엄마가 돼 부자가 되거나.

 이리 간단하거늘 멋쟁이와 부자 되는 법을 알지 못 해 몇 해째 그냥 엄마인 채 묵고 있다. 그러던 차, 요즘 멋쟁이 엄마들은 모두 해외직구를 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내 일찍이 멋쟁이 엄마를 꿈꾼 적 없거늘 마음이 동한다. 아니, 멋쟁이 엄마가 되는 손쉬운 방법이 있었단 말인가.

의자에 앉는다. 마음먹고 아마존에 접속한다. 이내 그간 내 직구를 시도치 않은 이유를 퍼뜩 깨닫는다. 그렇다, 내 안의 영어는 이미 공룡이 돼 멸종한 지가 오래군. 그래, 인터넷 강국, 쇼핑 천국 한국에서 무어 굳이 해외직구가 필요하겠소. 접는다.

 직구의 유혹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돼 쿠팡에 브이텍의 뛰뛰빵빵 시리즈가 떴다. 기차며 비행기, 소방차 놀이 등 다양도 하다. 이전까지 그런 장난감은 알지도 못했거늘. 견물생심이다. 탐을 내는데 남자아이들 집에 하나씩은 있다는 기차놀이가 11만원, 과히 비싸다.

 

 어느새 홀린 듯 아마존에 발을 들인다. 전과 달리 하나하나 찬찬히 살핀다. 브이텍을 선두로 검색창에 아는 이름 하나씩 넣어 본다. 멜리사 앤 더그, 레고 듀플로, 피셔 프라이스. 품목이 참으로 엄마답다.

 상품 하나 클릭할 때마다 내 마음이 동할 법한 유사 상품을 권하기에 선조의 발자취를 좇듯 성가심도 마다않고 답사를 한다.

 집과 동네 놀이터가 전부이던 행동반경이 말도 안 되게 글로벌해진 이 느낌, 그렇군, 지금 나도 막 멋쟁이 엄마의 문턱에 들어서는 찰나인 게로군.

 

 나를 아마존으로 이끈 브이텍의 기차놀이 세트는 36달러. 11만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다. 허나 부피 배송료라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으니!

 개미 조끼 포켓의 라이터 돌만한 간을 가진 나는 배송료 폭탄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공항놀이를 선택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직구 성공이라는 행위 자체, 내용물은 크게 중요치 않소.

 공항놀이는 19달러. 한국에서는 5만원. 역시 반값 이하로 뚝 떨어진다. 모처럼 해외 나들인데 뭐라도 더 담아볼까 싶어 립프로그의 마이 온 립탑도 소심하게 클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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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제의 순간, 배대지가 필요하단다.

 미리 인터넷 검색을 좀 했다. 처음에는 이 무슨 한국어이되 한국인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언어요?’ 당황을 했으나 직구 선배들의 따뜻한 포스팅에 큰 도움 받아 시스템을 이해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사이트에선 한국으로 바로 배송을 하지 않는다. 하여 미국 내에서 물건을 받아 한국으로 보내줄 중간 상인이 필요한데 배송대행 서비스 업체가 이런 역할을 해준단다. 그쪽에서 우리에게 배대지, 배송대행지를 제공한다.

 몇 차례 검색을 해 보니 몰테일이나 뉴욕걸즈 같은 배송대행 사이트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는 위메프 박스에 가입했다. 딴 이유 없다. 위메프에서 자주 쇼핑을 했던 터라 친근하여.

일러주는 대로 찬찬히 복사하기+붙여넣기를 반복한다.

 내 오리건에 가보기는커녕, 오리건이 어디 위치하는지도 모르거늘 오리건 주로 배송을 신청했다.

 

 2가지 상품, 가격은 35달러 78센트. 환율도 참 아름다운 시절이라 한국 돈으로 37,377. 소심해도 참 너무 소심하다. 아니, 5만원 이하로 해외직구 하는 사람이 또 있으랴.

 

 일주일 후, 오리건 주에 상품이 도착했으니 배송비 24,000원을 결제하란다. 상품 가격을 더하면 61,377.

 이래서야 국내에서 구입한 것과 별 차이도 없다만 벼룩 간의 소유주는 적이 흡족하다. 나이 먹고 새로운 일을 한 게 얼마만이요, 1차 시도에 힘을 입어 4개월 후, 2차 시도에 나서니.

 

 이번 품목은 멜리사 앤 더그의 대소문자 알파벳 퍼즐과 낱말 맞추기 그리고 퍼즐정리 선반. 아니 이게 뭐라고 우리나라에서 구하기가 이리 힘이 든단 말이오.

 처음보다 수월하게 결제까지 마쳤다. 헌데 배송대행 신청서를 작성할 때에 가격의 오류를 발견했다. 꼼꼼하기가 이를 데 없다 자부를 했거늘 퍼즐 정리 선반을 2개 주문했네. 서둘러 주문 취소를 신청한다.

 헌데 자네 물건은 지금 쉬핑됐을 수 있으니 우리가 확인하고 메일로 알려줌세.’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 봐! 주문하고 곧장 취소했잖아!

 

 인터넷을 검색한다. 주문 취소 후 곧장 자동으로 확인 메일이 온단다. 허나 기다려도 메일이 오지 않는다면 담당자와 라이브 채팅을 해 보란다.

 뭐? ? ? 라이브 채팅???

 내 한국어로도 채팅을 안 한 지가 오래거늘,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라이브 채팅을 신청하고 기다리자 Jeff가 나타난다.

 내 속에 화석화된 영어를 흔들고 두드리고 깨워 끄집어낸다. 상황을 설명한다.

 대응 빠른 Jeff는 아이디를 확인하고 빌링 어드레스를 달란다. 빌링 어드레스? 한국 주소 말해야 하나? 그냥 배송대행지의 쉬핑 어드레스를 말해야 하나? 망설이는데 Jeff가 빨리 주소를 말하란다.

 망설이다 오리건 주소를 대자 Jeff는 확인 메일을 보냈어, 확인해 봐, 상냥하게 답한다.

 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다시 Jeff를 찾는다.

 안 왔어, Jeff

 보냈단다.

 일단 더 도와줄 거 없냐는 Jeff에게 서둘러 안녕의 인사를 하고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리다 문득!  그제야 스팸함에 생각이 미친다. 광고 메일을 너무 보내는 아마존은 그렇다, 스팸처리 돼 있었다! 내게는 주문 취소 확인 메일이 4통이나 와 있다.

 미안하오, Jeff.

 

 이리하여 해외직구에 애매하게 발을 들이민 엄마는 화석영어에 숨을 불어넣는 대업으로 기진맥진하고.

 화석영어의 첫 성과물인 두 장난감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공항놀이는 신통치 않다만 립프로그는 아기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 3차 시도를 할지 않을지는 오리가 무중이다만 멋쟁이 엄마 되기가 녹록치 않으리란 것은 명명백백하다.

 하긴, 그냥 엄마 노릇도 벅차거늘 멋쟁이 엄마는 무슨. 접자.

 

 그리하여 나는 오늘 멋쟁이 엄마, 말고 그냥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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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나이 마흔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남들 한 마디 할 동안 열 마디 한다며 타박 받을만큼 급하고 남 이야기 들을 줄 모르는 성격이었거늘, 걷고 말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늦된 아이를 만나고 변해갑니다. 이제야 겨우 기다리고, 세상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사람에게 처음 다가온 특별함, 아이와 함께 하는 날들의 이야기가 따뜻함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이메일 : toyoha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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