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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에 닿아 있는 마당넓은 집으로 이사오면서 가졌던 생각은 이런거였다.

푸른 녹음속에 둘러싸여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누리며 살겠구나...

그런데 살아보니 정작 나는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그 자연속에는 온갖 생물들이 우글우글 하다는 것을 말이다.

 

온갖 벌레와 새, 동물들..

내가 이집에 와서 마딱뜨린 현실은 그렇다. 정말 온갖 생물들이 이미 우리집에서 살고 있었다.

한 겨울에 이사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벅찬 나에게 집안에서 살고 있던

수많은 벌레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손가락만큼 길고 큰 그리마(돈벌레)들은 어느 벽이나 붙어 있었고, 심지어는

이불위로 기어다니기도 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바뀔 무렵에는 수백마리쯤 되는

날개미들이 벽을 새까맣게 덮으며 나타나기도 했고, 과일 국물 한 방울에도

순식간에 개미떼가 덤비기도 했다. 모기며, 장수말벌이며, 아이 손바닥만한

나방들이며... 날벌레들도 셀수없이 많았다.

집안으로 매미가 날아들고, 잠자리가 들어오고, 가끔은 새들도 날아들어

다시 내보내 주느라 한바탕 난리를 치는 일들이 이어졌다.

 

뻐꾹새가 울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고, 꿩이 마당 가장자리에서 뛰어 오르고

산비둘기, 맷비둘기가 날아들고, 박새며 곤즐막이, 딱새, 직박구리가 오가는

집은 두꺼비가 기어다니기도 하고, 갈색 뱀이 뒷 마당을 오가는  것에도

익숙해지게 만들었다.

 

그렇다. 우린 진정 동물의 왕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생물이 있었으니.... 바로 '쥐'다.

처음엔 개집 근처에서 쥐를 보곤 했다. 땅에 굴을 파고 사는 들쥐들이었다.

개 사료를 노리고 나타나곤 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곳은 닭장이었다. 바닥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닭장을 지었더니 닭장 밑으로 땅을 파고 들어가 달걀을 노리는 쥐들을

닭장안에서 마주치곤 했다.

수없는 쥐들을 잡아내고서야 남편은 바닥공사를 다시 했다.

 

여름에 늘 문을 열어놓고 살다보니 간이 큰 쥐들은 현관까지 들어왔다.

자고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더니 사방에 쥐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신발장 사이로 숨은 쥐를 친정엄마가 잡는 동안

나는 유리 미닫이문을 꼭 닫고 덜덜 떨고 있었다. 어지간한 동물은 봐 넘기겠는데

내 집 안으로 들어온 쥐는 정말 싫었다.

 

한번은 현관에서 쥐를 마딱뜨리고 너무 놀라서 쥐 꼬리를 밟은 적도 있었다.

그때 일은 두번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그런데 올 봄에 앞마당 끝에 퇴빗간을 새로 만들면서 음식물쓰레기를 그곳에

버리곤 했더니 얼마전부터 쥐가족이 그 근처 나무 더미 사이에 둥지를 튼 것을

발견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 나무 더미 속에서 쥐꼬리가 나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가끔은 사람이 오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음식물을 먹고 있는

새끼쥐도 볼 수 있었다.

 

이젠 어지간히 단련이 되어서 별로 놀라지는 않는다. 그리고 내 집 안에서만

마주치지 않으면 마당에서 보는 쥐는 차라리 반갑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확실히 나와 달랐다. 집안에서건 집 밖에서건 마주치는

온갖 생물들에 금방 친근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방안에 거미가 기어다녀도, 이름 모를 갑충들이 책상위를 돌아다녀도

밭에서 거대한 개미굴을 발견해도 환호성을 질러대던 아이들은

퇴빗간에 쥐 가족이 나타난다는 얘기에 너무 좋아하며

쥐를 만나겠다고 우르르 몰려가기에 이르렀다.

동물을 특히 좋아하는 큰 아이는 제 카매라에 쥐 가족을 녹화하겠다고

몇 십분이나 꼼짝않고 퇴빗간 앞에 카매라를 설치해 놓고 기다리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카매라를 설치한 아들과, 그 옆에서 오빠와 같이 쥐 가족을 기다리는

둘째의 모습을 보며 이곳에서 산 2년 동안 아이들이 참 많이 달라졌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이제 아이들에게 더 이상 온갖 생물들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들쥐도, 꿩도, 지렁이도, 두꺼비도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들임을 안다.

지렁이가 없어지고 들쥐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땅이면 사람들도

건강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비오는 날 신이나서 나왔다가 해 나온 후 마른 땅에서 말라가는 지렁이를 보면

냉큼 손으로 집어 축축한 풀숲으로 옮겨 줄줄 아는 아이들은 새끼쥐도 귀엽고

엄마쥐도 대견한 모양이다. 나는 아직 그 경지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퇴빗간 앞에 앉아 쥐 가족을 기다리는 아이들 모습은 사랑스럽다.

 

쥐도, 뱀도, 두꺼비도 다 친구가 되는 아이들..

그러나 쥐도, 뱀도 두꺼비도 밖에서만 보고 싶다.

내 집 안으로는 한발자국도 안 된다. 절대 안된다.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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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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