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16_1.jpg » 한겨레 자료 사진.

4살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뗀 친구들을 보며 자연스레 기저귀 탈출을 할 듯도 한데 아직까지 쉽지가 않다. ‘아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자’ 했지만 한 달이 지나니 아내와 나의 관심은 온통 배변훈련에 가 있었다.

‘아이의 배변훈련’에 대해 한참을 아내와 이야기하다 우리 둘은 ‘아이가 예민한 성격’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이가 처음 보는 남자 친구들 앞에서 등을 돌릴 만큼 낯을 가린 적도 있는지라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예민함이 배변훈련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내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절대 ‘끙아’를 하지 않고 집에 와서 한 시간도 안 되어 일을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종일 똥을 참았다가 집에 와서 해결하니 ‘괄약근 조절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추론에까지 이르렀다. 아내의 새로운 해석에 나는 4살 나이임에도 괄약근까지 키운 딸이 갑자기 대견스러웠다.

‘왜 아이가 똥 싸는 것에 대해 예민해졌을까’를 생각하다 우리 부부는 아빠인 내가 ‘똥’을 ‘지저분하고 창피한 것’으로 여기게 한 것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라 생각했다. 기저귀를 갈 때 나는 무심코 “아이구, 지저분해”, “아이쿠, 냄새나”라는 말들을 내뱉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똥 싸는 것을 창피해하며 기저귀 가는 것도 엄마에게만 허락을 한다.

아빠 입장에서는 혹시나 엉덩이가 짓무를까봐서 ‘냄새나면 바로 해결’을 원칙으로 하고 일러둔 말이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변을 참을 만큼 배변이 부끄러운 것으로 간주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아내와 대화를 나눈 뒤 나는 아내와 내가 아이 보는 시간은 비슷한데 왜 아내가 아는 것을 나는 모르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메모장과 몇마디뿐인 딸의 말, 그리고 아내가 전해주는 아이 발달에 대한 특이 사항들로 아이 발달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생각해보면 ‘타인’이 전해주는 이야기만으로 아이에 대한 실체를 파악해왔다. 내가 아이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평소와 다르거나 이상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찾아서 살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직 형제가 없으니 사회성을 길러 줄 수 있는 친구의 역할에 집중하자는 나 나름의 철학이 있기는 했지만 아이 돌보기를 너무 나태하게 한 것이 아닌가 반성했다.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아이가 사고를 치지 않는지’ ‘제재할 거리가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불편한 것은 없는지, 영양은 제대로 섭취하는지, 사고의 위험요소는 없는지를 적극적으로 살피고, 스스로 판단하고 그때그때 바로 처방하는 과정을 모두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그 첫번째 단계가 바로 관찰이다.

아내와 대화하며 ‘관찰하는 법’을 배웠다. 관찰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시를 쓸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고 또 시간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애정충만하겠지만 늘 ‘시간’ 앞에서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아이와 함께 있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짧은 시간이라도 제대로 집중하고 또 살펴야 하지 않을까. 하루 30분밖에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없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한다는 직장맘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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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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