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은 5월인데 두 달 전인 3월 현재까지 우리는 결정을 못했다. 어디에 살 것인가, 어디에 살아야 맞벌이하며 아기를 키울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노키드였던 우리는 늘 자유롭게 살았고 전세 기간이 끝나면 어디론가 이사를 하곤했다. 물론 언제나, 전세 보증금이라는 경제적 압박이 존재했지만 적어도 같은 값이라면 우리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제 아이가 있고,  나는 복직을 해야하고, 그러면 엄마아빠 둘다 하루 9시간 이상을 일터에 있을테니 대책이 필요했다.

 

그런데 복직 두 달 전까지 고민이라니. 이건 심해도 너무 심했다. 애초에 고민은 곤란이가 태어난 지 6개월이 되던 시점에 해소가 됐어야 했다. 당시 우리는 살던 집에서 나갈 때가 되었었고 심각하게 ‘복직 이후’를 내다보며 살 곳을 고민했었다. 그런데, 그 결정에 문제가 생겼고 이후 복직 두 달 전까지 지속적으로 우리는 이사를 고민하고 의논하며 싸우고 또 싸웠다.


아기가 6개월 때 이사를 하며 우리(라기 보다는 내)가 내린 결정은 “친정 식구들에게 의지해보자”였다. 남편 회사와는 지리적으로 정 반대인 곳이었고 마포에 있는 내 회사와도 먼 경기도 지역이었지만 우리는 이사를 감행했다. 그런데 친정에 사정이 생겨 내가 복직 뒤에 신세를 지기가 어려워졌다. 졸지에 나는 육아휴직 기간동안 낯선 동네에서 홀로 아이를 돌보게 됐고 남편은 출퇴근 때문에 하루 5시간을 길바닥에 뿌려야했다.


막히고 붐비는 길고 긴 출퇴근길에 남편은 지쳐갔다. 아기가 일찍 잠드는 탓에 남편은 칼퇴근을 해도 아기와 눈조차 맞출 수 없었다. 나역시 친정에 기대려던 계획이 어긋난 것에 대한 절망감과 스트레스로 지쳐갔다. 다행히 동네에서 좋은 애엄마 친구들을 만나 하루하루는 버틸 수 있었으나 어쨌든 이사간 지 몇 개월만에 우리는 다시 이사를 고민해야 했다.


아니다, 이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결정해야 했다. 맞벌이 부부로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이것은 단순히 이사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쩔거야? 맞벌이로, 너도 일 욕심 있고 나도 그런데 그렇게 살아가면서 애를 어찌 키울거야? 그래서 애 안갖자고 했던거 아니야. 그런 말이 지금 무슨 소용이야. 어쩔건데? 왜 나한테 물어? 뭐 어쩌라고?


길고 긴 말씨름 끝에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이런 비극적 상황으로 내리달린 데는 애초부터 아이를 기르는 일에 있어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말했다. 외부의 누군가에게 기대려고 한다면 그 상황은 늘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고. 변수를 상수로 믿고 의지하려 한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 것이라고. 우리 둘이서 의지를 갖고 헤쳐나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우리가 결정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 책임은 왜 우리의 부모가 지는가? 이미 양가의 부모님은 두 명 이상의 자식이 낳은 세 명 이상의 손주를 돌보느라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우리 애는 왜 봐주지 않느냐”는 투정을 부리고 있던 셈이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던 모든 계획을 접어버렸다. 내 새끼 키우는 일인데 나도 못하는 일을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어디로 가나하나. 나는 기자다. 정치·경제·사회·문화·편집 등 어느 부서로 복직하게 될 지조차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발령에 따라 업무의 형태와 내용이 너무도 달라질 터다. 위험부담으로 보자면 남편이 적다. 남편은 연구원이어서 적어도 하는 업무는 일정한 편이다. 게다가 남편은 “네가 1년동안 육아휴직을 했으니 나는 (전례가 없어서 휴직까진 힘들고) 앞으로 누가 뭐래든지 되도록 칼퇴근을 해서 아이를 돌보겠다”고 선언했다. 칼퇴근, 말이 쉽지, 남편도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애 보러 집에 가요" 하며 매일 칼퇴근이라니, 이를 이해해주는 회사가 몇이나 되겠는가. 여기는 한국 아닌가! 어쨌든 그리하여 남편 회사 바로 옆 아파트로 이사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늦게 결정해 복직 전에 이사가 가능할까? 두 달짜리 모래시계가 후루룩 내려오는걸 느끼며 초조했다. 일단 황급히 집을 내놨다. 아파트 1층이라 걱정했는데 집은 2주일만에 나갔다. 남편 회사 근처에 있는 부동산에 가서 당시 나와있던 가장 저렴하면서도 남편 회사와 가까운 집을 구했다. 기적적으로 이사 날짜가 맞춰졌다.(우리 부부는 아직도 하늘이 종종대는 우리가 하도 불쌍해 도와준 것이라 믿고 있다) 양쪽 복비를 다 물고 이사비를 또 써가며 우여곡절끝에 이사를 했다.


이제 복직은 한 달 남았다. 나는 또 낯선 곳, 마포에 있는 내 회사로부터도 먼 경기도의 반대쪽에 와서 살게됐다. 남편은 걸어서 출퇴근을 하게됐다. 아침을 함께 먹고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됐다. 음.. 우리 부부가 할 수 있을까? 맞벌이 하면서 둘만의 힘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불안하고 설레고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우리의 결정은 벼락처럼 내려져 운명처럼 전개됐다.  

 

(사진은 이사간 직후 아직 육아 휴직 중인 엄마 손에 이끌려 집 바로 옆에 있는 아빠 회사 로비에 가서 뒹구는 아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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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선 기자
<한겨레21> 기획편집팀, 사회팀, <한겨레> 사회부 24시팀을 거쳐 현재 오피니언넷부에서 일하고 있다. “결혼 생각 없다”더니 한 눈에 반한 남자와 폭풍열애 5개월만에 결혼. 온갖 닭살 행각으로 “우리사랑 변치않아” 자랑하더니만 신혼여행부터 극렬 부부싸움 돌입. 남다른 철학이라도 있는양 “우리부부는 아이 없이 살 것”이라더니 결혼 5년만에 덜컥 임신. 노키드 부부’로 살아가려던 가련한 영혼들이 갑자기 아기를 갖게되면서 겪게되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나누고자 한다.
이메일 :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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