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와 전라도는 얼마나 멀리 있는가?’

 

산을 하나 넘으면, 강을 하나 건너면 닿을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왠지 전혀 다른 지역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서울에서 버스를 탈 때부터 경부선, 호남선으로 서로 나뉘어져 있어서 마주칠 일이 없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고속도로 또한 충청도에서부터 갈라진다.

전주에서 창원, 마산으로 가는 버스가 있지만 하루에 두 세편이 고작,

지정좌석제도 아니다 보니 사람이 많으면 임시 증편을 하여 운행을 한다.

 

남해안 고속도로, 88고속도로, 포항-익산간 고속도로 등 동서를 꿰뚫는 도로들이 있지만

경계를 넘나들며 실제 통행하는 차량들이 얼마나 될까.

제주에서 전남 장흥으로 배를 타고 다시 창원으로 차를 달리다 보면 고속도로가 이렇게 한적할 수가 없다.

물론, 전국의 고속도로 중 설명절에 밀리는 고속도로는 수도권 몇몇 고속도로뿐이겠지만.

 

창원에서 차를 타고 3시간을 넘게 달리고서야 도착하는 전주.

서울에서 호남고속터미널이 접해있는 백화점에서 소고기선물세트를 사서 첫 인사를 드리러 가던 기억이 난다.

미래에 처가가 될 수도 있는 곳에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러 간 경상도 총각,

가자마자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밥상을 마주해야 했다.

아마 그때 나왔던 반찬가지수가 10개를 넘었던 것 같은데 내가 잘 먹는 것을 장모님이 눈여겨보고선

갈 때마다 그 반찬을 내어주셨다.

아내가 잘 먹는 ‘동태전’은 어찌나 고급 반찬인지 나는 솔직히 젓가락을 가져다 댈 수가 없었다.

 

당시가 약간은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처음 방문하자마자 장인어른과 등에 땀이 베이도록 당구를 쳐야 했다.

으레 사위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당구를 쳤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사투리가 귀에 쏙쏙 박혔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거의 들을 수 없었던,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남도 사투리였다.

 제주에 이주한지 5년차라 비슷하게 따라해보려고 흉내를 내어보지만 참 어려운 것이 지역 언어이다.

나와 다른 지역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고

그 지역이 경상도와 전라도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처음엔 이질감이 커서 약간은 움츠려지는 느낌이었다.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어릴 때

 

‘전라도는 해태과자만 판다더라, 경상도 지역의 차가 전라도 주유소에 가면 ***선생님 만세라고 하라고 한다더라’

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라 내게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아내의 고향이 전라도지만 나는 한 번도 아내를 이질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딱 한 가지 호기심이 있었던 것이 바로 ‘이질감’이 컸던 전라도 사투리였다.

경상도 사람이다 보니 창원, 청도, 울산, 부산, 대구 사투리를 확연하게 구별할 수 있는데

전남과 전북의 사투리는 구별이 어려웠고 아내의 억양을 그대로 흉내내기는 더 어려웠다.

 

두 지역간 반찬 중에 다른 것을 꼽으라면 김치가 첫 번째가 아닐까 싶다.

김치는 지역마다 재료와 맛이 다르다.

경상도 김치도 지역별로 다르고, 제주김치와 전주김치, 강원도 김치가 다를 것이다.

처음에 전라도 김치를 먹었을 때의 맛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창원김치는 물기가 없고 고춧가루를 많이 뿌리는데 비해 양념을 덜 넣는데,

전주김치는 창원김치에 비해 수분이 많고 어떤 양념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향이 강했다.

전라도 김치의 독특한 맛과 향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는데 자주 먹다보니 익숙해졌다.

장모님이 상견례 때 창원으로 가져온 김치를 보고는 창원의 가족들이 ‘맛이 특이하다’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

결혼 6년차가 되는 아내 또한 아직 창원 김치를 잘 먹지 못한다.

 

이렇듯 창원과 전주는 멀리 있지만 서로의 색깔이 분명한 것이 더 아름답다.

전국의 모든 지역이 대도시 서울처럼 되어 똑같은 느낌이라면 얼마나 볼품없을까.

 다만 경상도와 전라도간의 교류가 더 많아진다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일도 없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아내와 내가 접점이 된 곳이 지역특성이 없는 ‘서울’이라는 공간인데

재미있게도 우리는 서울을 통해 ‘전주’를 알게 되었고 ‘창원’을 알게 되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서로를 이어주는 공간이 된 셈이다.

또 하나 우리를 이어줄 수 있는 메신저가 있다면 친가가 창원이고 외가가 전주이며, 고향이 제주인 ‘뽀뇨’와 ‘하나’다.

경상도 김치와 전라도 김치를 골고루 먹고 자랄 두 아이에게 친가와 외가가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연히 초대된 가정집 술자리, 전라도 김치의 종류에 놀랐다>

김치종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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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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