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손가락을 다친 적이 있다. 바람이 심했던 날이다. 기운넘치게 뛰어다니던 녀석이 문틀을 잡는 순간 열린 방문이 손가락을 덮였다. 몇 시간에 걸친 손 미세접합 수술이 끝나길 기다리며 가족들은 문을 열어둔데 대해 서로를 비난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며 불안한 마음을 숨겼다. 다행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현재 상흔이 남긴 했어도 손가락을 쓰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을 보고도 금즉하니 출산 전부터 문문마다 손끼임 방지 도어 쿠션을 꽂아둔다. 이마트에서 3,300원 짜리 우레탄 소재 제품을 세 개 샀다. 탄탄한 것이 믿음직하더니 3년 가까운 지금도 대활약 중. 처음에는 EVA 소재의 알파벳 C형태 쿠션을 두 세트 샀으나 이것이 참, 천하에 한심한 제품으로 문이 몇 번 쾅쾅 닫히는 동안 갈라지고 벌어져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하긴 한 세트 당 두 개 들이 제품을 1000원이란 헐값에 들여놓고 너무 큰 기대를 품는 것도 상도덕에 어긋나오.

 

 아기가 눕고 뒤집는 동안에는 그나마 평화로왔다. 프로비 매트 두 장이면 충분.
 허나 녀석이 기기 시작하며 지옥문이 열렸다. 집안 곳곳에 도사린 위험으로부터 아기를 떼어내느라 진이 빠진다. 틈만 나면 콘센트 구멍에 손가락을 디밀던 아기는 어느새 욕실바닥에서 슬리퍼를 빨고 있는가 하면 참으로 잠시 눈을 뗀 사이 현관까지 나아가 천연덕스레 엎어져 있으니. 이것이 바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아기의 홍길동 시절인가 보오.


 다이소에서 콘센트 안전커버 4세트를 구매했다. 안전 잠금이 슬림밴드와 모서리 보호대도 하나씩 추가. 콘센트 커버는 매우 도움이 되는고로 별점 다섯 개. 그에 반해 잠금이 밴드와 모서리 보호대는 야박하다 마시게, 별은 주지 않겠소. 둘 다 흡찹력이 너무 약해 아기가 살짝 당기기만 해도 바로 떨어져 버리니 아기 보호 이전에 스스로를 보호함이 시급해 보였다오. 

 경험 후 느낀 바, 모서리 보호라면 역시 뽁뽁이가 최고. 식탁이며 거실장이며 테두리를 따라 뽁뽁이를 죽 둘러싼 후 빈틈없이 스카치테이프를 둘둘둘 붙여주면 끝. 인테리어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아기가 자주 현관 쪽 진출을 시도하기에 초강력 압축선반도 하나 구입했다. 본래는 벽과 벽 사이 가로로 설치해 물건을 올려놓는 용도로 쓰이지만 세로로 설치해 가림막 역할을 하게 했다. 많은 엄마들이 활용하고 있는 생활의 지혜를 따랐는데 큰 도움이 됐다.

 

 아기가 잡고 일어서며 본격적으로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눈에 보이는 건 뭐든 잡고 서는 시기 집안이 지뢰밭이다.

 국민 기저귀함이라 불리던 3단 바스켓에 의지해 일어서던 아기가 넘어졌고 연이어 아기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바스켓이 아기 몸을 덮였다. 뒤통수를 바닥에 찧은 충격 더하기 바스켓과 내용물의 압박.  

 우는 아기를 달래던 엄마는 생각한다. 그래, 머리보호를 위해 안전모를 사야겠어. 허나 검색 후 실사용 기간이 짧은데 반해 너무 비싸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우리집에는 뽁뽁이가 많잖아? 아기집 하면 택배, 택배 하면 뽁뽁이. 구슬이 서말이면 꿰어 보배. 뽁뽁이가 서말이면 비닐 쓰레기 서말. 허나 뽁뽁이도 둥글둥글 말고 말아 엮어주면 옳다구나, 보배가 여기 있네? 뽁뽁이를 이용해 아기 안전모를 만들었다는 어느 블로거(큰 감사를 전합니다.)의 포스팅에 힌트를 얻어 아기등에 날개를 달아준다. (절대 순수 아이디어의 산물이 아님.) 

 

2014-12-18 02;55;19.jpg

 

 이제 마음껏 뒤로 넘어져도 된다. 너의 뒤통수는 안전하다. 다만 너는 뒤로 넘어지는 순간, 거북처럼 네 몸 뒤집기가 쉽지 않을 터.

 안전보장에, 넘어져 팔을 휘휘 저으며 버둥버둥대는 귀여운 아기를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뽁뽁이 날개를 달고 집안을 활보하던 아기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긴장이 풀린 일요일 저녁의 식사시간. 남편은 텔레비전과 식탁 가운데 엉거주춤하게 서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나는 전자 레인지 앞에서 음식이 데워지기를 기다렸다. 그때 등뒤로는 아기가 빠른 속도로 기어가고 있었으니!

 식탁 모서리를 잡고 선 아기가 미역국에 손을 담갔다. 순식간이었다. 시간차를 두고 내가 소리를 질렀다. 국이 뜨거웠는지 엄마 소리에 놀랐는지 아기는 울어 젖히고 부모는 정신줄을 놓고. 천만다행으로 국은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남편에게 내놓은 무성의한 저녁이 빛을 발한 드문 순간이었다. 미안하오, 남편.)
 남편은 앞으로 국은 절대 뜨겁게 내어놓지 말 것과 당장 아기 울타리 살 것을 주문했다.

 

 그리하여 햇님토이 베이비룸이 떡하니 거실 중앙에 자리잡게 되니,

 본구성은 문 한짝에 본판이 셋, 연결판 넷인 정사각형. 거기에 놀이판과 본판, 연결판 몇 짝을 추가하면 직사각형이 된다. 기특하게도 베이비룸은 엄마가 샤워하는 동안, 음식 만드는 동안 아기의 안전한 보호자가 돼 주었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아기용품이 그러하듯 그 수명이 길지 않다는 정도. 듬직한 이중 안전 잠금장치에 넓이 적당하겠다, 놀이판 있겠다, 나무랄 데 없던 베이비룸에 아기가 오래 머무르려 하질 않는다. 암만 좋아도 갇혀 있단 느낌이 들어 답답할테니 그 마음도 이해는 가는 바. 
 
 104,100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베이비룸은 실용성에도 불구하고 몇 사람에게 부정적 인상을 남겼는데. 
 간혹 집에 들른 언니, 오빠가 압축선반 장착에 이어 베이비룸까지 설치하며 아기를 과보호하는 동생의 육아를 타박했다. 모름지기 아기는 여기저기 흙도 묻히고 어지르기도 하며 자유롭게 커야 하거늘 어찌 이리 통제하느냐는 것이 그들의 의견.

 거기에 더해 어머니는 아기가 혼자 걸을 생각을 않고 늘상 물건을 잡고 서서 이동하는 게 죄다 베이비룸 탓이라며 발달지연의 원흉으로까지 지목했다. 
 적당한 보호와 과보호 사이에서 균형잡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 쉽지가 않다.
 
 요즘 아기는 계단 오르내리기에 빠져있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있어도 기필코 계단으로 가겠다 고집을 피우며 엄마 손을 뿌리친다. 혼자 가겠다니 방법없다. 그저 멀찍이서 지켜보다 불안한 마음에 "조심해, 앞에 보고." 한두마디 던질 뿐. 허나 그마저도 못마땅한지 "처음부터, 처음부터." 화를 내며 도중에서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엄마의 염려와 걱정이 벌써부터 성가신 세 살짜리에게 닥칠 질풍노도의 시기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심장이 아득하다.
 
 자주 김연아 선수의 안무 코치 데이비드 윌슨을 떠올린다. "나는 너를 곁에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키웠다."던 그의 어머니를 마음에 새긴다.
 이미 엄마와 자신의 세계를 분리하기 시작한 아기의 성장이 대견하지만 한편 서운한 요즘, 자연스레 미래의 멀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언제까지고 꼭 품고 싶다만 온전히 네 두 발로 굳건히 땅을 밟고 설 수 있도록 이 엄마가 응원한다. 섣불리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으마. 굳럭!


*덧붙임 하나- 안전용품 세부항목.

 1.프로비 놀이방 매트 고래섬 (20,680원) 스크래치 상품을 무척 싸게 삼. 말도 안 되는 영어문장이 실소를 유발하지만 (중학생도 오류를 알 수 있음) 기능면에선 우수하오.
 2.연이어 프로비 놀이방 매트 퍼니멀 (27,840원) 진작 스크래치 상품 두 장을 한번에 살 걸 그랬지.
 3.초강력 압축선반 (22,820원) 다양한 쓰임새.
 4.모서리 보호대 (2,000원) 모서리 보호가 되지 않소!
 5.안전 잠금이 슬림밴드 (3,550원) 안전하게 잠궈지지가 않소!
 6.콘센트 안전커버 4세트 (4,000원) 여전히 유용.
 7.안전 문닫힘 방지 쿠션 3개 (3,300 X 3 = 9,900원) 여전히 유용 2
 8.안전 문닫힘 방지 쿠션 2세트 (2,000원) 천하에 쓸모없으나 상도덕상 큰 비난은 할 수 없음.
 9.이케아 욕조 악어매트 2장 (22,500원) 욕조가 미끄럽지 않은 것은 좋으나 자주 햇볕에 말리지 않으면 뒤늦은 곰팡이 처리가 불가.
10.욕실바닥 새천매트 3장 (22,800 X 3 =68,400원)
   90*150 사이즈. 아기가 욕실에서 미끄러질 뻔한 후 바로 구입. 무척 편리하다. 다만 뒤쪽을 수시로 체크해 물때를 닦아주는 것이 좋음.
11.햇님토이 베이비룸 (104,100원) 나에게는 매우 만족스러운 제품. 고마웠다!
12.소량의 뽁뽁이!

 누락된 것도 있는 듯하지만 대략 이 정도, 합은 287,790원.

 

 *덧붙임 둘.

 안전용품은 뽁뽁이가 최고. 베이비룸도 시간과 노력만 들이면 뽁뽁이로 만들 수가 있다오. 적당한 크기의 택배 박스로 뼈대를 만들고 모두모두 뽁뽁이로 거침없이 씌워 나가면 어느새 그대의 손에는 뽁뽁이 베이비룸이 들려있을 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그대, 뽁뽁이 베이비룸 특허를 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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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나이 마흔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남들 한 마디 할 동안 열 마디 한다며 타박 받을만큼 급하고 남 이야기 들을 줄 모르는 성격이었거늘, 걷고 말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늦된 아이를 만나고 변해갑니다. 이제야 겨우 기다리고, 세상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사람에게 처음 다가온 특별함, 아이와 함께 하는 날들의 이야기가 따뜻함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이메일 : toyoha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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