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감기가 시작됐다.

아이때는 감기를 달고 산다고 하는데 그래도 아이가 마른기침 콜록콜록하면

마음 쓰이는 것이 바로 아빠의 마음이다.

 

한동안 콧물만 조금 흘리던 증세가 며칠 지나니

목소리가 갈라지는 기침을 하는게 아닌가?

다음날 아침 바로 병원을 갔다.

 

후두염 초기.

아직 염증이 작아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갑자기 열이 오를 수 있으니 조심하란다.

하얀색과 분홍색 물약을 약국에서 타왔다.

약 먹기 전에 밥을 배불리 먹여야 될 것같아서 죽도 함께 사왔는데

뽀뇨가 좀처럼 먹으려 들지 않는다.

 

뜨거워서 안먹나 싶어 두 숟가락 정도만 그릇에 담은 후

후후 불어 주는데 고개를 돌리고 만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급하게 떠오른 것이 바로 천사아빠와 악마아빠의 등장.

 

왠만한 아이들 애니메이션에는 반드시 들어있는 설정일 뿐 아니라

투톤의 목소리는 모든 아빠엄마들에게 기본적으로 장착된 매뉴얼이 아닌가.

어느 동화책을 봐도 혼잣말만하는 동화책보다는

대화형식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동화책이 인기가 많다.

 

가끔 어린이도서관을 가보면 자기 자신이 동화책 주인공인냥

완벽하게 빙의되어 연기(?)하는 엄마를 자주 보게 된다.

닭살연기대상이 있다면 대상이라도 받을만한 연기력인데 초면의 아저씨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엄마들은 읽어주기 위한 것인지 본인이 재미가 들려 있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있다.

 

오늘 아빠가 할려는 것도 바로 그것.

먹기 싫은 죽을 앞에 두고 천사아빠와 악마아빠의 끊임없는 설득에 놓인 뽀뇨.

망설이다 이미 아빠에게 맛있는 죽을 한 숟가락 뺏긴 상태다.

 

천사아빠와 악마아빠의 “아니야. 아빠가 먹어야 돼”, “아니야. 뽀뇨가 먹어야 돼” 대사가 오고가며 반복되는데..

(거의 동일 대사이나 목소리톤만 다르다 ㅡ,.ㅡ)

관객은 별다른 반응이 없는데 아빠의 목소리엔 점점 자신감이 붙더니 연기에 물이 올랐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내 삶을 살아가는 아빠지만

가끔 아빠도 모든 것을 잊고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빠의 물오른 연기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아내 왈

 

“아빠의 연기력이 뽀뇨를 살렸다”,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아빠의 명연기, 두 번 감기 들면 대종상 후보에 오르겠다”라고 칭찬.

 

이렇게 오늘 하루도 저문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아빠의 두 얼굴" 연기가 시작됩니다. 연말 닭살연기대상 대상후보가 예상되오니

노약자나 임산부는 조회를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숫가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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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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