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직후부터 어느 시점까지, 아기 양육비 중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하는 양대 산맥이라면 역시 분윳값과 기저귓값 되시겠다. 하지만 대등하게 여겨지는 분유와 기저귀는 꽤 차이가 있었으니. 분유 소비가 생후 6개월을 전후해 완료된데 반해 기저귀 소비는 세 돌을 앞둔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출산을 앞두고 선배 엄마의 추천으로 구매한 팸퍼스의 신생아용 기저귀가 오랜 기저귀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코스트코에서 234매 짜리 55,990. 장당 238원 꼴이다. 선배 엄마는 싸다며 득템이라 했으되 첫 구매인지라 싼지 비싼지 감도 안 왔다.

 드디어 아기와 팸퍼스의 첫 만남. 안타깝게도 팸퍼스는 오동통한 아기 허벅지를 넉넉히 감싸주지 못했다. 4.02kg으로 우량하게 태어난 아기는 몸무게 구성의 대부분을 머리와 허벅지에 할애하였으니 오호통재라. 하지만 쪼이든 말든 234장은 꿋꿋이 다 사용했다.

 그 후 하기스 크린베베 일자형과 프리미어 밴드형을 가까운 마트에서 구입했다. 일자형은 허리에 차는 밴드가 필요해 기저귀 밴드도 두 개 구입.

 일자형은 안정감이 없긴 하지만 누워만 있는 아기에게는 괜찮았다. 허벅지를 꽉 쪼지도 않고 갈아입히기도 쉬운데 가격까지 저렴하다. 하여 아기가 뒤집고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전까지 크린베베 일자형 780장을 사용.

 총 902장을 사용한 프리미어 밴드형은 눈에 띄는 단점이 없어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하니 같은 제품을 죽 써도 될 텐데 이것도 쇼핑이라고 브랜드별, 종류별로 살피고 앉았다. 24시간 풀타임 엄마가 되고 보니 외출할 일이 있어, 만날 사람이있어, 쇼핑이라고는 그저 아기용품밖에 없다. 하여 기저귀 쇼핑으로 지름의 욕구를 채우기 시작하니.

 

 지인이 추천한 토디앙 자운보가 시작이었다. 하지만 1단계는 팸퍼스와 마찬가지로 아기의 허벅지를 옥죄어 실패. 게다 쉬야를 알려주는 소변 알림줄도 없어 불편했다. 그럼에도 가격이 저렴해 기저귀 배송이 늦어질 때 마트에서 얼른 한 팩씩 사곤 했다. 도합 280매 사용.

 어마무시하게 싸다는 나비잠 뉴코지에도 도전. 시험 삼아 132매 짜리 한 팩을 주문했으나 대실패. 엉덩이와 허벅지에 도돌도돌 물집이 올랐다. 기저귀 때문인가 확신할 수 없어 다른 제품과 번갈아 몇 차례 사용해 봤더니 역시 나비잠 때문이었다. 결국 남은 기저귀는 방 닦는 용도로 전락.

 소셜 커머스에 빠져 날마다 기웃거리다 귀여운 포장에 반해 주문한 네피아도 실패였다126장의 기저귀를 어찌 처분하란 말인가 고민하던 때, 지인이 유용한 팁을 알려주었다. 기저귀에 물을 흠뻑 적셔 방에 늘어놓으면 가습 효과가 있단다. 하여 네피아 기저귀는 건조함으로부터 아기를 지켜주는 가습 천사로 변신.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난 기저귀 하면 역시 군과 메리즈. 쿠션이 폭신한 메리즈는 114, 나무랄 데 없던 군은 무려 1484매를 사용. 지속적으로 주문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이 무렵에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을 걱정해 국산만 고집하는 엄마가 부쩍 늘긴 했지만 지금도 일본 기저귀의 인기는 여전할 듯하다.

 가격 면에서 무척 흡족했던 군 기저귀는 아기 허벅지가 더욱 튼실해지며 졸업했다. 어찌하여 가장 큰 사이즈조차 우리 아들에게는 쪼이기만 하는 것인가.

 

 결국 하기스로 돌아왔다. 소프트드라이, 보송보송 팬티형, 그리고 매직팬티로 이어지는 하기스 다단계.

 소프트드라이와 보송보송 팬티는 싸다만 흡수력이 약해 자주자주 갈아줘야 했다. 더운 여름에 적절. 오래 두면 소변이 새기 때문에 밤 기저귀로는 불가하다.

 소프트드라이를 1188, 보송보송 팬티를 248매 쓴 후 드디어 매직팬티로 넘어왔다. 1311월에 들어서며 처음으로 매직팬티에 입문, 5단계 410매를 쓴 후, 가장 허벅지를 넉넉하게 감싸주는 6단계에 이르렀으니. 이것이 기저귀 여행의 종착지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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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하기스 홍보대사도 아니거늘 어느 순간 하기스로 마음을 굳힌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랬다, 하기스 기저귀 팩에는 i love huggeis라는 점수표가 붙어 있다. 기저귀 종류에 따라 5, 6, 7점 점수도 다양하다. 요 점수표를 모아모아 점수판에 붙이고 하기스 선물대잔치에 응모를 하면 선물을 받을 수가 있단다.

 열심히 자르고 붙인 점수를 확인해봤더니 400점이 좀 안 된다. 400점대에 받을 수 있는 선물은 공짜 기저귀 몇 팩과 소프트 블럭 정도.

 이게 무슨 온라인 게임 경험치 쌓기도 아니거늘 점수가 늘 때마다 뿌듯해지니 참으로 마케팅에 쉽게 휘둘리는, 기업 측에서 바라마지 않는 고객 아니겠나 싶다.

 

 아들은 아직도 배변훈련 중이다. 낮에는 그럭저럭 성공할 때도 있지만 잘 때는 여전히 기저귀와 함께 한다. 기저귀가 좋은 모양이다. 하여 기저귀에 더 이상 지갑을 열지 않아도 될 날은 아직 요원하다허나 매달 지출의 일부분을 꼬박꼬박 담당했던 기저귓값은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기저귀의 마지막 종착역인 매직팬티 6단계는 현재까지 1456장을 소비했다. 물론 앞으로도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출생부터 지금까지 아기를 거쳐 간 기저귀는 총 7228, 2339928원이 들었다. 현재 아기가 34개월이니 나눠 보면 한 달 212장의 기저귀를 사용, 68,821원을 기저귀 구입에 쓴 셈이다.

 가장 쌌던 것은 하기스 크린베베 대형으로 장당 126, 가장 비쌌던 것은 하기스 매직팬티 6단계의 세일 폭이 적었을 때 장당 617.

 

 34개월을 유영해 왔던 기저귀의 바다, 이제 슬슬 뭍이 가까워지고 있다. 참으로 긴 항해였다. 마침내 닻을 내리고 뭍에 오르면 냅다 하기스 선물대잔치에 참여하리.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선물을 하사하겠다는 기업의 마케팅에 나는 기꺼이 놀아난다. 이 얼마나 따뜻한 마케팅인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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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나이 마흔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남들 한 마디 할 동안 열 마디 한다며 타박 받을만큼 급하고 남 이야기 들을 줄 모르는 성격이었거늘, 걷고 말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늦된 아이를 만나고 변해갑니다. 이제야 겨우 기다리고, 세상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사람에게 처음 다가온 특별함, 아이와 함께 하는 날들의 이야기가 따뜻함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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