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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태어난 뒤, 이번이 12번째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다.

아이가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알기 전인, 첫 몇 년 동안은

그 흔한 트리도 집에 두지 않고 분위기나는 장식 하나 없이 썰렁하게 지내곤 했다.

뭐 우리 명절도 아닌데 그리 유난떨 거 있나.. 싶기도 하고

보관할 공간도 마땅찮은 좁은 집에 1년에 한번 쓰고 말, 트리나 장식들에

돈을 쓰고 꺼내고 넣고하며 관리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고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가 조금씩 자라고 둘째까지 태어난 뒤부터는

해마다 12월을 맞이하는 우리집 분위기가 참 많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케잌을 먹고 선물을 받는 크리스마스 이브 전후를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트리를 꺼내 장식하는 과정이나 크리스마스, 겨울, 눈과 연관된 책읽기,

올해는 과연 어떤 선물이 도착할지를 상상하고 이야기하면서

12월을 한달 내내 즐긴다.

그런 아이들 덕분에, 엄마인 나도 겨울과 크리스마스에 대한 감성이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더니 이젠 아이들보다 내가 더 이 계절이 설레이고 기다려진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하는 첫번째는 바로, 리스만들기!

큰아이는 저학년 때 학교에서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리스를 만들어 온 적이 있고,

작은아이는 유치원에서 종이에 크레용이나 물감으로 리스를 그려서 가져오곤 했다.

돌 이후부터 만2,3세 미만인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위의 사진처럼

종이로 리스모양을 만들어 그림을 그려넣거나 색종이를 오려 붙이거나 하는 식으로

만들면 특별히 재료준비도 필요없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둘째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저렇게 만든 것을 트리에 걸어놓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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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뭔가를 만들 때 참 좋은 건,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아도 되는 것.
그리고 완벽하게 잘 만들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크리스마스 리스 - 하면, 솔방울, 소나무잎, 붉은 열매 .. 등을 연상하고
그런 걸 어디서 구하고 또 어떻게 만드나... 막막해하기 쉬운데
사진처럼 집에 있는 단추들을 이어 만든 걸 보니, '이렇게 해도 되구나!!' 싶어
웃음이 난다. 아이들은 오히려 이런 걸 더 좋아하지 않을까??

어디 단추뿐이랴! 집에 있는 재료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많은 물건들에서
리스의 다양한 재료와 디자인을 상상할 수 있다.
헌옷이나 자투리천을 잘라 둥그렇게 이어붙여도 알록달록 이쁘고
바느질을 해서 천으로 만든 리스나 털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
선물 포장에 쓰던 큰 리본을 모아두었다가 리스 중간에 붙여 장식할 수도 있고..
꼭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아이의 나이와 취향에 맞게, 쉽고 즐겁게 만들어 집안을 장식하면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행복해한다.
밖에서 사온 물건에서는 느끼지 못한 기쁨이 있는데, 그건 '가족과 함께 만든 과정'이란
스토리가 그 물건에 담기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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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2월을 여러해 경험하다보니, 그동안 노하우가 참 많이 쌓였다.

가을이 되면서 틈틈히 숲이나 산에 갈 때마다

마른 꽃이나 낙엽을 주워모아두고, 솔방울이나 도토리도 조금,

얼마전에 사과밭에 다니러 갔을 때는 작은 장식용 사과도 주워왔다.

아이들과 이렇게 재료를 찾고 구하러 다니는 과정이나

바구니에 하나씩 모일 때마다 어떤 리스가 완성될까 상상하는 과정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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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동네에 리스만들기 강사 일을 하는 엄마가 있어 그 집에 가서 본격적으로 배워왔다.
100엔숍에서 산 나뭇가지와 싸구려 재료들이지만 이렇게 만들어놓고 보니 심플하고 귀엽다.
직접 만들면 얼마 안 드는데 이런 것들도 밖에서 사려고 하면 적지 않은 가격을 줘야하고,
대부분은 직접 만든 것보다 조잡한 경우도 참 많다.
무엇보다 내가 만들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리스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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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집 현관에는 이 리스를 걸어두고 있다.
큰아이와 함께 만들었는데, 준비물은 리스 뼈대가 되는 나무 부분,
다양한 나뭇가지 형태가 있는데 마음에 드는 걸로 일단 고르고 나면,
그 위에 리본이나 솔방울, 꽃이나 장식들을 균형감있게 차례대로 붙여나가면 된다.
'글루건'이라는 접착도구를 사용하면 단단하게 잘 고정시킬 수 있는데
리스만들기 관련어로 검색해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다양한 방법과 정보를 알 수 있다.
아이들과 만들기를 즐겨하는 가정이라면 공작용 접착제 외에도 글루건을 하나 장면해 두면
단단한 물건들도 쉽게 붙일 수 있어 편리한다. 단, 전기를 이용하는 것이니 안전에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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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보기엔 참 쉬워보이는데, 재료들을 어떻게 배열해야하나 결정할 때가 참 난감하다.
참고가 될만한 리스 사진들을 검색해 보며 모방하기도 하는데, 가진 재료들이 서로 다르니
그것도 뜻대로 안될 때가 많다. 상상과 창의력이 부족한 뇌를 쥐어짜 간신히 하나 완성하고
나면 어찌나 피곤해지던지..^^  역시 나이들수록 창작이 점점 어려워진다.
그럴 때, 아이들이 참 도움이 많이 된다. 이리저리 망설이고 재는 어른에 비해
(아마, 잘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습관 때문인 듯;;)
아이들은 직감적으로 판단하고 손을 움직이니, 참 쉽고 즐겁게 만들어간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감성과 명쾌한 판단력을 가진 아이들이 이럴 땐 참 부럽다.
그러니, 뭔가 만들다가 막히면, 아이들을 불러 물어보면 막혔던 게 술술 풀리는데
엄마의 부족한 창의력은 이렇게 늘 아이들의 신선하고 과감한 발상으로 메꿔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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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크리스마스 리스를 새로 만들어 뿌듯해하던 중,
우리 동네 꽃집 앞에는 이렇게 이쁜 리스가 떡- 하니 걸려 온 동네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
살아있는 식물들로 만들어선지 훨씬 생기가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곤 한다. 마침 가방에 카메라가 있어 얼른 사진을 찍었다.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이런 리스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텐데

아이들이 더 이상 공작놀이를 즐기지 않게 될 때쯤이면 저렇게도 한번 만들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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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도착한 12월 생협물품 주문서에도 온통 크리스마스 용품과 레시피들이 그득한데

그 중에 <야채와 삶은 달걀로 만든 크리스마스 리스>라는 샐러드 레시피가 있었다.

흠.. 야채랑 몇 가지 재료를 저렇게 접시에 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나는군..

올해는 이것도 우리집 크리스마스 준비 품목에 넣어야겠다.


가게에서 사서 장식하고 선물을 사서 안겨주는 것만으로 끝내기보다

아이들과 이렇게 일상 속의 다양한 재료들과 아이디어를 이용해,

올해 남은 마지막 한달을 하루하루 즐길 수 있었음 좋겠다. 

아직 어린 아기가 있는 가정이라면 최소한 앞으로 10여년은 매년 겪게 될테니

지금부터 우리 가정만의 겨울과 연말 문화를 하나씩 만들어 가보면 어떨까?

돈이나 물질보다 상상력을 듬뿍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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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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