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트리 생생육아]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 생생육아 코너는 필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생생하게 쓰는 육아일기 코너입니다. 베이비트리에는 다양한 이들의 다채로운 육아기가 연재됩니다.

 

1420364995421.jpeg » 아이들은 얼음 썰매를 재밌어했다. 아이들과 얼음 썰매를 즐기는 모습.

 

한해를 돌아볼 틈도 없이 지난해를 떠나보냈다. 많이 사랑했지만 마음 고생도 많이 시킨 연인을 떠나보낸 것 마냥 속이 시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헛헛했다. 그리고 해마다 거창하게 세우는 계획이나 결심도 하지 못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 첫날, 남편은 아이들도 어린이집 방학중이니 가족끼리 영화를 관람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내용도 잘 모르지만 지난해 본 <겨울 왕국>과 비슷한 영화이겠거니 하고 <눈의 여왕2: 트롤의 마법 거울>이라는 영화를 보자고 했다.
 
지난해 <겨울 왕국>은 아이들의 세계를 강타했다. 모든 아이들은 ‘렛 잇 고~’를 외쳐댔고, 엘사와 안나 드레스는 꼬마 숙녀들의 ‘잇 아이템’이었다. <겨울 왕국> 애니메이션에 이어 <겨울 왕국> 동화책도 많이 팔렸다. <겨울 왕국>에 나온 수많은 노래들은 한해 내내 거리에서, 라디오에서 수시로 들려왔다. 디즈니가 만든 <겨울 왕국>이 너무 화려하고 강렬해서였을까. 러시아 애니메이션인 <눈의 여왕2: 트롤의 마법 거울>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뜨듯미지근했다. 영화가 시작된 지 20분 정도 지나니, 딸은 “엄마, 나가면 안 돼?”라고 물었다. 아들은 “엄마, 언제 끝나?”라고 계속 물어댔다. 남편도 간간히 하품을 해댔다. 지루해하는 세 사람에게 잠깐 나가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라고 했다. 그리고 나 혼자만 이 영화에 퐁당 빠졌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영화를 보러 간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내 목소리를 들었다. 많은 상징들이 내포돼 있는 스토리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냈다. 전작을 보지 않았지만, 2편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이야기의 가치가 있었다. 영화 가운데 나를 끌어당긴 장면은 영화 주인공 올름이 자신 속의 또 다른 자아와 계속 다투는 장면이다.
 

movie_image2.jpg » 영화 <눈의 여왕2:트롤의 마법 거울> 한 장면.

 


거짓말과 허풍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고뭉치 주인공 올름. 그는 눈의 여왕이 사라지고 자유를 되찾게 된 트롤 왕국에서 자신이 직접 눈의 여왕을 무찔렀다는 거짓말을 한다. 그 거짓말을 믿었던 트롤 왕국의 왕은 공주 매리벨과 올름을 결혼시키려 한다. 거짓과 허풍, 위선은 계속 거짓과 허풍, 위선을 낳기 마련이다. 올름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나고, 악당 스노우 킹마저 깨어나게 만든다. 스노우 킹은 차가운 북풍을 시켜 공주 매리벨을 납치하고 트롤 왕국은 위기에 빠진다. 왕은 기사 에로그와 올름에게 공주를 구해오라고 보낸다. 공주와 친구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천사 올름'과 '악마 올름'이 결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구나 자기 마음 속에는 두 개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악마 같은 자아, 또 하나는 천사 같은 자아.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며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인생을 만들어간다. 영화 속 올름처럼 거짓말을 하고 남들에게 진실되지 않은 행동을 하면 악마같은 자아는 점점 그 힘을 키워나간다. 영화 속 누군가의 대사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올름 역시 자신의 친구들을 배신하고 눈앞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했다. 자신 역시 속였다. 그런 행위가 계속되자, 소중한 친구들에게 그는 투명하게 비춰지고 그들에게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올름이 아무리 그들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려 해도 친구들에게 올름은 투명인간이다. 그의 이야기에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는다. 올름의 말의 영향력이 상실됐다. 올름은 자신에게 닥친 모든 시련이 자신의 거짓된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 올름은 친구들에게 진실을 말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얼음 속에 꽁꽁 갇혀 있던 친구들은 얼음 속에서 해방된다. 그리고 진실을 말하는 순간 올름 안에 있는 '천사 자아'는 힘을 되찾고 악마같은 자아를 물리칠 수 있게 된다. 나는 올름의 두 자아가 싸우는 장면을 보며 '아, 내 안에도 저렇게 다양한 나가 충돌하고 있을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 이야기를 보며 왜 삶을 진실되게 살아야 하고, 삶에 대해 우리가 왜 온전한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순간 '온전함'이라는 키워드가 내게 '올해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새로운 해를 헛헛한 마음으로 맞이했던 나는 영화를 보며 올 한해는 무엇이든 온전함을 추구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가족들에게도 좀 더 온전하게 사랑을 표현하도록 노력할 것이고, 일을 할 때도 각종 핑계나 환경 탓 하지 않고 좀 더 온전함을 추구하며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새해 결심을 굳히고 그렇게 기분 좋게 새해를 출발했다.

 

아이들은 영화가 많이 무서웠다고 했다. 스노우 킹과 북풍이 공주를 잡아가는 장면이 굉장히 무서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겨울왕국>처럼 노래가 많이 나오지 않아 재미를 덜 느낀 것 같다. 

 


 

20150104_132910.jpg » 파주송어축제 한 장면.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새해 가족 첫 나들이로 나간 영화에 아이들 반응이 시큰둥하자, 남편은 지난 주말 두번째 나들이 장소로 파주송어축제를 가자고 제안했다. 바깥 나들이를 싫어하던 남편의 변화에 나는 적잖이 놀랬다. 몸도 많이 피곤하고 신경쓸 일도 많은데, 계속 나들이 제안을 내게 해주니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흔쾌히 가자고 대답하고, 지난 일요일 파주로 향했다.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아이들은 눈 썰매도 타고 송어 낚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어했다.
 
입장료는 어른 1만5천원, 아이 1만 2천 원(6살 이하는 무료)이었다. 눈썰매와 얼음썰매는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꽁꽁 언 얼음 위에서 두 아이를 태우고 얼음 썰매를 끌어주니 아이들 입이 쩍 벌어진다. 어른들이 끌어주는 썰매를 얼마동안 타보더니 큰아이는 자기 혼자 썰매를 타겠다고 나선다. 자기 힘으로 썰매를 타보더니 양 볼이 빨갛도록 신나게 논다. 남편과 나도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 신나게 썰매를 타봤다. 무척 재밌었다. 썰매장은 어른, 아이 구분하지 않고 그저 신나게 노는 장소였다. 얼음 썰매를 탄 뒤 작은 언덕에 눈을 쌓아 만든 눈 썰매장으로 향했다. 높이도 적당하고 관리 요원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네 식구는 계속 눈 썰매를 탔다. 

 

 20150104_125748.jpg » 눈썰매를 신나게 타는 딸.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파주송어축제에서 어린이 송어 뜰채 잡기 체험은 오전에 딱 한 번 있는데 우리 가족은 그 시간을 놓쳤다. 어른들을 위한 송어잡기 체험 행사도 있었는데, 차가운 어장에 어른들이 풍덩 뛰어들어 송어를 잡는 체험이었다. 우리 부부는 여분의 옷도 없고 자신도 없어 밖에서 구경만 했다. 아이들은 송어 낚시 체험을 하지 못해 너무 아쉬워했다. 아쉬워하는 아이들때문에 송어낚시 주최자에게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아저씨~ 딱 한 마리만 잡을 수 있는 기회 주시면 안 될까요?”하고 애원했다. 아저씨는 단칼에 안된다고 하셨다. 이미 행사는 끝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 말에 굉장히 실망한 표정을 지었고, 우리 부부는 “저희 엄청 먼 곳에서 왔는데, 딱 한 번만 기회 주세요”하고 애원했다. 그래도 안된다고 거절하는 아저씨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썰매장으로 향했다. 한참 썰매장에서 놀고 배가 출출해 먹거리 파는 곳을 어슬렁거리는데, 송어 낚시 주최자 아저씨께서 남편을 손짓으로 불렀다.

 

20150104_132512.jpg » 송어를 만져보는 아들. 양선아 기자

 

 1420364991975.jpeg » 구운 송어. 양선아 기자

 

아이들 실망하는 표정이 너무 안타까워보였는지, 아저씨께서 송어 한 마리를 건네신다. “이거 아이들 구워 주세요”라고 말씀하시면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몇 번 말하고 인사를 꾸벅 하고 보물을 들 듯 송어를 받았다. 아이들은 송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우리는 아저씨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 따뜻한 사케 두 개를 사다드렸다. 송어를 구워 맛있게 먹었다. 연어 맛과 비슷했다. 아이들도 맛있게 먹었다. 송어 구이로 배를 채우고 다시 얼음 썰매장으로 향했다. 얼음 썰매와 눈 썰매를 신나게 탄 뒤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돌아오는 내내, 그리고 다음날 아침까지도 “엄마~ 아빠~ 눈 썰매랑 얼음 썰매 너무 재밌었어요”라고 말했다. 눈 영화는 실패했지만, 눈 썰매는 대성공이었다. 새해 첫 주 눈 영화와 눈 썰매,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아름다운 겨울 추억이 생겼다. 겨울에는 역시 눈 영화와 눈 썰매 놀이가 제 격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얼음낚시와 눈썰매 즐기는 겨울 축제 정보

 

*평창송어축제(강원 평창군)
기간: 2014.12.20~2015.02.08
홈페이지: http://www.festival700.or.kr
연락처: 033-336-4000
 
*파주 송어축제(경기도 파주시)
기간: 2015.01.01 ~ 2015.02.08
홈페이지: http://www.pjtf.co.kr 
연락처: 1588-7526 
 
*강화송어빙어축제(인천 강화군)
기간: 2014.12.21~2015.02.28
홈페이지:http://www.hcfestival.co.kr
연락처: 032-933-0105
 
*청평 눈썰매 송어 빙어 축제(경기 가평군)
기간: 2014.12.24~2015.02.22
홈페이지: http://www.cpfestival.net
연락처: 031-585-9449

 

*강화빙어축제(인천 강화군)
기간: 2014.12.27~2015.02.28
홈페이지: http://www.hcfestival.co.kr
연락처: 032-933-0105
   
*안성 빙어축제(경기도 안성시)
기간: 2014.12.29~2015.01.31
홈페이지: http://dmfestival.co.kr
연락처: 031-674-4528

 

*자라섬 씽씽겨울축제(경기도 가평군)
기간: 2015.01.02 ~ 2015.02.01  
홈페이지:http://www.singsingfestival.com
연락처: 031-580-4321
 
*화천산천어축제(강원 화천군)
기간:2015.01.10 ~ 2015.02.01
홈페이지:http://www.narafestival.com
연락처:1688-3005

 

출처: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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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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