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전형적인 경상도 스타일의 아버지가 있었다.

 

성격이 불같아서 그러한지 일찍 돌아가셨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평소에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는 소리가 흡사 싸우는 듯했고

술을 한잔 하고 집에 들어오는 날에는 누나 세 명과 나는 모두 외할머니 집으로 피신을 해야 했다.

엄마는 술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이 동네 사람들과 싸우지 않고

제발 그냥 잠을 잤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닮을까 두려웠는지

엄마는 어려서부터 ‘홍가(친가)’집안 사람을 닮지 말고 ‘신가(외가)’집안 사람을 닮으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아버지를 닮지 말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서 그런지

돌아가시기 전 몇 개월간 병간호를 하기 전까지는 항상 부자지간에 거리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속 거리감을 알고 있었을까?

 

외견상으로 멋진 아버지는 지갑에 늘 돈이 두둑하여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육성회장을 도맡아 하며

학교에 돈을 가져다 바쳤다. 덕분에 아들은 아버지 직업란을 농업이 아니라 ‘상업’으로 고쳐쓸 수 있었으며

학력 또한 고졸로 상향되었다.

남들이 자가용을 몰기 힘든 시기에 코란도 승용차를 몇 번이나 바꿔가며 몰았으니

아주 시골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움 없이 자란 듯하다.

딸 셋에 막내를 아들로 낳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매주 한번 온천에 아들을 데리고 갔다.

다른 친구들이 보자면 화끈하게 돈을 잘 쓰는 아버지, 매주 함께 목욕을 가는 아버지가 부러울 수도 있을 텐데

나는 전혀 반갑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사주는 것도 아니었고 뜨거운 탕에 매번 몸을 담그는 것도 곤욕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뜨거운 탕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정말 싫었는데

뜨거운 탕에서 금방 빠져나오게 되면 왠지 아버지의 기대(남자는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를 저버리는 듯하여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아버지는 원양어선을 타서 출산하고 아들이 돌 즈음 될 때 돌아오셨다고 하니

어릴 때부터 얼마나 아꼈을까 눈에 선하긴 하지만

아들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늘 무뚝뚝하고 평소 화가 난 듯 하였으며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낮 시간에는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아버지가 저녁만 되면 술이 취해 돌아오니

이 또한 아들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아들 얼굴을 보고 싶다며 잠든 아이를 억지로 깨우거나

술에 취해 엄마와 싸우는 것을 잠든 척하며 들어야 할 때가 그런 경우였다.

이러한 기억은 내 유년시절의 우울함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부모세대와의, 특히 아버지와의 거리감은 모든 아들세대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인 듯하다.

 

부모세대는 일제시대, 6.25전쟁을 거치며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으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성인이 되고 가정을 이뤘다.

정상적인 것이 없는 사회에서 정상을 만들어내야 하는 가정을 꾸리려다보니 아버지의 역할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아빠가 되고 아버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는 그 때 어떠했는지 기억해내면서 나의 모습을 오버랩시켜본다.

이후 세대이기에 부모세대에게서 느낀 부분을 토대로 아빠 역할을 조정하거나 반면교사로 삼는다.

재미있는 것은 ‘아버지’의 단점 또한 훌륭한 아빠 교본이라는 것이다.

 

아버지 세상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아빠육아를

경상도 아버지의 아들인 내가 하고 있으니 이보다 놀라운 반전이 있을까싶다. 

 

<어릴적 웃는 사진은 아마도 이 사진이 유일할 듯하다. 초등 6학년, 감나무위에서 찍었다>

 

  우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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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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