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N1635.JPG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들고 피곤하고,

큰소리로 말하긴 어렵지만 가끔은 못견딜만큼 귀찮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가고픈,

이미 훌쩍 자란 아이가 그때 그 나이 때의 모습을

다시 한번만 보여주었으면 .. 하고 무척 그리워지는 시기가 있다.

네 살, 다섯 살, 여섯 살!

바로 유아기의 황금기.

이 시기의 아이가 있는 가정의 부모는 날마다 음유시인을 만나기도 하고

기존 사물을 새롭고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하는 발견자를 만나는 특권을 누린다.

 

바쁜 일과와 신선하고 재밌는 언어의 잔치가 너무 일상화되는 탓에

놓치고 지나가는 일도 많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귀요미 짓은

일상에 지친 엄마아빠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고도 남는다.

큰아이가 커가는 걸 보면서 남편과 나는

아.. 우리 딸, 그때 정말 이뻤는데.. 이쁜 말을 너무 많이 했는데..

다시 한번만 돌아가 줄 순 없겠니. 

딸이 딱 다섯 살 때로 돌아가서 지금, 다섯 살인 둘째를 서로 만난다면 얼마나 귀여울까!

둘이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뭘 하고 놀까? 

뭐 이런 식의 상상을 우리 부부는 요즘 자주 하고 있다.

 

그런 부모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향해    "엄마, 아빠!  이젠 내가 있잖아요!" 하는 듯

둘째인 아들은 요즘 다섯 살의 귀요미 짓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며칠 전에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저녁에 보일러를 오랫만에 틀었더니

장난감 가지고 놀던 아들이 점점 따끈해지는 마루바닥를 느꼈는지,

부엌을 향해 씽긋 웃으면서 하는 말 ;

"엄마가 마법 걸었어요?"

 

또 한번은, 소변보는 간격이 짧아 팬티를 자주 적시는 아들이라

다그치며 화장실에 데려가 실수하기 전에 얼른 보라고 했더니

몇 번 진지하게 힘을 줘도 한방울도 나오는 게 없자 아들이 하는 말 ;

"아직 안에서 만드는 중인가봐."

 

자전거 보조 의자에 타고 유치원을 가는 가을날 아침,

유난히 파아란 하늘을 아이도 올려다 보았는지 뒤에 탄 채 혼자 하던 말 ;

"구름들은 다 어디로 갔지?"

 

네 식구가 저녁에 모여 함께 밥을 먹을 때

요즘 이런 다섯 살 아들의 재밌는 일화들이 주요 화제가 되고 있다.

남편과 나는 딸아이의 요맘때 시절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면서

딸과는 또 다른  엉뚱함과 천진난만함이 넘치는 아들의 말과 행동이 시작된

지금 이 시기가 다시는 오지않을 얼마나 사랑스러운 때인가 또 다시 실감하고 있다.

유난히 잘 울고 보채고 고집이 심한 아들이지만, 여름이 지나면서

부쩍 마음이 많이 자랐다는 걸 느끼게 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엄마에게 매미처럼 붙어지내더니, 조금씩 독립적으로

되어가는 모습도 보이고 아빠와 둘이서 외출하는 시간도 늘었다.

둘이 함께 이발하러 가는 날은 목욕탕에 들렀다 오는데, 그 시간 동안에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아들의 다섯살스러운 말과 행동에

남편도 요즘 얼굴에 아빠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2층에서 산더미같이 빨아 말린 빨래를 개고 있을 때,

아들이 아래층에서 타박타박 소리를 내며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내가 울트라맨으로 변신할 테니까 잘 보세요." 하며

당장 지구라도 구할 듯한 진지한 표정을 짓는 자기를 건성으로 보며

얼른 이 귀찮은 빨래개기를 끝내고 싶어 빨래에만 집중하는 엄마가 불만스러웠는지

가까이 다가와 내 얼굴을 저의 작은 두 손으로 딱  잡더니

"똑바로 보세요!"  그런다.

 

나는 들고있던 빨래를 집어던지고 아유.. 어디서 요런 귀여운 녀석이 왔을까.

폭풍뽀뽀 세례를 퍼부으며

"아들아. 넌 어디에서 왔어?"   이렇게 물었더니, 아들이 하는 말 ;

"계단으로 왔지~."

응??  아...  ㅋㅋㅋ

엄마가 있는 2층으로 오기 전에 계단으로 올라왔다는 말 ㅎㅎ

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육아가 늘 요즘만 같았으면!! *^^*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131183/fba/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134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내 인생의 세 여자 이야기 imagefile [5] 홍창욱 2012-02-28 17336
134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두근 두근, 대안학교 첫 등교 imagefile [8] 신순화 2012-02-21 17334
1343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안녕하세요.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를 소개합니다. imagefile [6] 전병희 2011-10-13 17320
134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5일간, 병원휴가를 가다 imagefile [2] 홍창욱 2012-08-06 17315
1341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꽃보다 아기엄마 imagefile [2] 윤영희 2013-09-08 17311
1340 [최형주의 젖 이야기] 바다야, 부탁해 imagefile [4] 최형주 2013-11-21 17306
1339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세 며느리들의 제사상 imagefile [6] 신순화 2015-02-23 17295
1338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스마트폰 대신 손편지쓰는 아이 imagefile [1] 윤영희 2013-08-17 17295
»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부모 마음 살살 녹이는 다섯 살 아이의 존재 imagefile [3] 윤영희 2013-09-29 17223
1336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의 진실!! imagefile [6] 신순화 2015-07-16 17221
1335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버리고 포기하고 거절할 수 있는 용기 imagefile [26] 양선아 2012-10-30 17202
1334 [김태규 기자의 짬짬육아 시즌2] 막 던져도 재밌는 '한밤의 토크쇼' imagefile 김태규 2011-06-13 17196
1333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문 뒤에 그려놓은 추상화를 어찌할꼬 imagefile 홍창욱 2012-05-14 17190
1332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담배 끊고 좀비 된 남편, 힘 내시라 imagefile 신순화 2010-11-23 17182
1331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천사아빠는 밉상남편? imagefile [4] 홍창욱 2012-11-15 17178
1330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분홍별 분홍나라 분홍여왕의 색깔론 imagefile 양선아 2014-05-12 17177
1329 [김태규 기자의 짬짬육아 시즌2] TV 보기 '한판승부' imagefile 김태규 2010-05-18 17176
1328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재롱잔치, 아들바보된 날 imagefile [8] 윤영희 2013-12-15 17157
1327 [김은형 기자의 내가 니 엄마다] 모성, 무겁고 무거운 imagefile 김은형 2010-08-13 17146
1326 [김은형 기자의 내가 니 엄마다] 돌잔치, 어떻게 만든 자식인데 imagefile 김은형 2011-02-21 17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