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가정의 달이 돌아왔다.
평소에 외식을 즐겨하지 않는 가족이라도
밖에서 식사를 하게되는 일이 잦은 5월이다.
우리집만 해도 올해는 큰아이의 중등 입학, 조카의 초등 입학,
시부모님의 50주년 결혼기념일 등 함께 축하하고 챙겨야 할 행사가 넘친다.

간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뜻깊은 날.
아이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어른들도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는, 그런 식당 어디 없을까?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곳을 참 많이도 찾아 헤맸더랬다.
그러다 발견해낸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는데
오늘 글은 바로 이 식당에 대한 이야기다.

신선한 식재료, 맛있는 음식, 친절한 서비스, 적당한 가격,
무엇보다 아이들이 편하고 잘 먹고, 잔잔한 서프라이즈가 있는 식당.
우리 가족이 10년째 단골인 이 가게를 통해
아이와의 평화로운 외식을 위한 식당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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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이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아이들이 앉는 테이블 위에는 사진에서처럼 색칠용 그림종이와 색연필이 놓여있다.
어른들이 주문을 하고 첫 메뉴를 기다리는(아이들이 지루해지는 첫 관문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쥬스와 함께 그림 색칠과 낱말을 익히며 잠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위 사진에서처럼 꼼꼼히 색칠하는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들은

이 시간을 집중해서 잘 보내긴 하는데

대부분의 아들들은 이 종이를 낙서장으로 사용하거나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그러니 이럴 땐, 아이들 메뉴가 어른들 메뉴보다 먼저 나오도록 부탁해

아이들의 집중도를 높여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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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이들이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나오는 어른들의 전채 요리.
좋은 식당은 메인 음식뿐 아니라, 곁들여 나오는 부수적인 음식들에도
정성을 들여서인지 하나하나가 다 맛있다.
이 날은 작은 컵에 담긴 고구마 스프가 고소하고 정말 맛있었다.
아이들이 아직은 덜 산만해지는 초반부,
이때다! 얼른 먹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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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을 찾는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
바로 피자 반죽타임! 
자기가 먹을 피자를 직접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도록
네모난 나무판에다 반죽을 자리까지 가져다 준다.
조물조물 반죽을 늘였다 줄였다,
고양이 모양을 만들까, 강아지 모양을 만들까,
서로가 만든 모양을 구경하며 피자를 만드는 시간.
이 시간만큼은 6살, 8살, 10살 세 남아들도 초집중하게 되고
엄마아빠들은 그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바쁘다.
아이들이 이렇게 10,20분 정도만이라도 집중할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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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집 아들이 만든 요괴워치 모양 피자.

자기가 주물주물해서 만든 게 따끈한 피자가 되어 나오자,

다시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진다.

눈부터 먹을까, 입부터 먹을까??  다시한번 왁자지껄 즐거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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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나오는 어른들의 메인요리.
잘 먹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파스타도 덜어서 먹는데
면도 이 가게에서 직접 만든거라 정말 쫄깃하고 부드럽다.
아이들이 조용하게 식사에 집중하게 하려면,
산만한 아이들을 나무라고 탓하기 이전에
일단 맛이 좋은 집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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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게 잘 먹고 난 아이들은 일단, 짜증이나 불만지수가 확 줄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얌전하게만 있다면, 그렇다면 그건 아이들이 아니지;;

자기 먹을 거 다 먹고 난 아이들은 이제 나가고 싶어하는데

이때, 나오는 구세주 어린이용 디저트!

바로 토끼 아이스크림^^


이 식당 어린이 메뉴의 화룡점정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아이들을 기쁘게 하는 건 참 간단한 아이디어로도 가능하다 싶다.

작은 아이스크림에 딸기잼과 초코칩으로 눈, 코를 찍고 비스킷 두 개를 놓아 귀로

장식했을 뿐인데도 아이들은 이걸 그렇게도 좋아한다.

집에서도 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같다.

대부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번개같은 속도로 얼른 해 치우는데

저 비스킷이 보기보다 두툼해 두 개를 다 먹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

엄마로서는 이 식당이 다시 한번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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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토끼 아이스크림에 집중해 있는 사이,

어른들의 디저트가 나온다.

차가운 복숭아 젤리, 아이스크림, 케잌과 따뜻한 커피.

평화로운 외식이 완성되는 이 순간..

무사히 오늘 하루도.. 클리어!!^^


배부르게, 또 즐겁게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어른들이 천천히 후식을 즐기는 동안, 자기네들끼리 수다를 떨며 놀아주었다.

남아가 셋이나 있었는데도 크게 번잡하지 않았고, 주변에도 민폐를 끼치를 않고

1시간 반이 넘는 식사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


우리 일행 말고도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많은데도

식당 안이 그렇게 번잡스럽지 않다.

어느 테이블에선 피자 반죽으로 즐겁고

또 어느 테이블에선 구워진 피자를 반기느라 들뜬 분위기일 뿐.

스마트폰에 아이들을 맡기지 않아도

그럭저럭 즐거운 식사를 마칠 수 있는 이 식당은

다니러 갈 때마다 아이, 어른 모두가 만족해서 돌아오는 곳이다.


아이와의 평화로운 외식을 위해서는

어린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배려와 서비스,

어린이 입맛에 맞는 음식과 제공할 때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식당 고르기가 일단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집에서와는 다른 식당에서의 예절이나 남에 대한 배려를

익힐 수 있는 시간으로 외식의 기회를 적절히 활용했으면 좋겠다.


이번 5월 연휴에 이곳을 다녀온 뒤, 느끼게 된 건

평화로운 외식을 위해서는 식당 선택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아이들이 좀 클 때까지

부모가 잘 견디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

'크면 다 나아진다'는 육아법칙은

외식 문제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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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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