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건너 이웃 나라에서 지켜보는 메르스 사태는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 봄에 이어 다시 입원을 하신 친정 아버지를 찾아뵙기 위해
이번 여름방학에 네 식구 모두 한국 나들이를 준비하던 중이라 더욱 혼란스럽네요.
면역력이 약하신 아버지와 일상적으로 병원을 드나들 수 밖에 없는

친정 식구들 걱정에 밤잠을 설치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아무쪼록 큰 피해 없이 빠른 시일내에 사태가 진정되길 간절하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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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책보다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을 하고 삶으로 부딪힌 후에 읽은 책과 그 전에 읽은 책은 전혀 달랐습니다.
책을 읽어도 답답할 때면, 더 이상 종이에서 답을 얻을 것이 아니라
몸으로 답을 얻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농사는 보이지 않는 시간을 보이는 채소로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어떤 것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순리적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걸 가르쳐 줍니다."


도시농부 블로그로 유명한 '올빼미 화원'에서 읽은 글이다.
생협 친구들과 <부엌육아>를 오랫동안 해 오면서 머릿속에 늘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작은 규모라도 언젠간 먹을거리를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는 농사를 지어야 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몸을 움직여 체험하는 것.
자신의 밥상에 오르는 음식들이 어디서, 어떻게 길러지는지 직접 지켜보는 것.
삶의 일정한 시간을 자연 속에서 머무르는 것..

게임과 스마트폰, 아이들 환경이 편리한 놀이들에 점령되어가는 것만큼,
그에 대안이 될 수 있는 활동을 어른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걸
이미 오래전부터 예감하고 있었다.
큰아이가 6학년이 된 올해, 더 늦으면 안될텐데.. 하는 조바심이 날 무렵,
거짓말처럼 생협 친구 중 한 명에게서 이런 연락이 왔다.

"시부모님이 연로하셔서 그냥 방치하고 있는 밭이 있는데,
같이 농사지어보지 않을래?"
2년 전 주택으로 이사와서 마당에 이런저런 꽃과 나무, 채소를 조금씩 키우고는 있지만
워낙 손바닥만한 공간이라 제대로 된 텃밭농사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던 차에,
정말 거짓말처럼 기회가 온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올 봄부터 시작된, 농사 왕초보 엄마들의 좌충우돌 텃밭농사!
부엌에서 요리하며 아이들과 척척 맛나는 것 만들어 먹을 땐, 좀 똑똑해 보였던 엄마들이
추운 겨울을 막 보낸 직후의 휑한 밭 앞에 서고 보니 정말 덤앤더머같기만 했다.ㅠ.ㅠ
경험있는 생협의 선배들 조언을 들어가며 어버버하던 지난 몇 달을 보내고 난 지금은,
그래도 땅을 고르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주말마다 텃밭 나들이를 조금씩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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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아이들이었다.
밭이라는 공간 자체가 자연체험학습장 같아서 어른들이 따로 돌보거나 하지 않아도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 틈틈이 아이들은 밭에 사는 온갖 생명들을 살펴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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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도마뱀을 발견한 아이들은 즉석에서 그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었다.
지루하지 않도록 변화와 굴곡이 많은 작은 동물들만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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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심고 키워 먹을까도 완전 우리 마음대로!
옥수수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옥수수를 심고, 겨울에 된장을 담아야할 엄마들은 콩을 심고,
여름방학엔 밭에서 바케큐를 해 먹을 작정으로 온갖 여름 채소들을 심고,
가을엔 고구마와 땅콩을 수확할 수 있게 한쪽에 심었는데,
소바를 너무 좋아하는 둘째는 자기 손으로 직접 소바 씨앗을 줄줄이 심었다.
이걸 수확하면 가루로 빻아서 우리가 직접 반죽해 만든 소바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아이든 어른이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물부터 키워보는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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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텃밭을 갈 때마다
쑥쑥 자라는 작물들.  딸기도 따서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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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열린 오이는 그 자리에서 대충 씻어 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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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한나절을 있어도 심심할 틈 없이 이런 친구들이 찾아와
아이들이 환호성을 외치게 한다.

지난 몇달동안 텃밭 일을 아이들이 많이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아이들은 노동은 자기들이 딱 하고 싶은 만큼만 한다.
어른들의 뒤치닥거리가 필요한 놀이판을 여기저기 벌여놓고
고학년 아이들은 조금만 더우면 텐트 안에 들어가 빈둥댄다.
몇몇 안되는 어른들은 부족한 일손을 메꾸느라 한나절 내내 소처럼(?) 일했는데
밭일에 요령이 생기기까지 내가 왜 이리 힘든 일을 시작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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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텃밭농사는 우리가 주말이면 즐겨찾는 대형쇼핑매장이나 유원지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매력들이 가득하다.
일단 돈이 거의 들지 않고,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공기 맑은 곳에서 몇 시간이나 보내니 기분전환이 될 뿐만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니 이것만큼 자연스런 운동이 또 없다.
자연 속에서 깔깔대며 노는 아이들의 천친난만한 웃음소리는
도시의 일상에 지친 부모들에게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아침 일찍 시작한 밭일을 끝내고 잔뜩 배가 고플 무렵,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먹는 일이 뭐니뭐니해도 제일^^
양상추&달걀 샌드위치가 정말 꿀맛이다.
밭에서 꺼내놓고 보니 비주얼도 꽤 훌륭하네ㅎ
밭에서 쉴새없이 움직이고 나서 먹는 점심이라
아이들도 평소보다 더 잘 먹는다.

이제 곧 주말, 이번주에도 우리 가족은 텃밭에서 하루를 보낸다.
오이는 얼마나 열렸을까? 토마토는 좀 익었을까?
둘째가 뿌린 소바는 싹이 얼마나 자랐을까?
<삼시세끼>를 보면, 출연자가 땀흘려 힘들게 심은 멜론 모종을 보며
"이거 진짜 멜론이 열리면 나 울 거 같애."
하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들과 함께 심은 작물들이
쑥쑥 자라고 열매를 맺어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고 뭉클해진다.
누가 해 놓은 것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와 우리가 한 것이니까.
어떤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순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아이들을 키우는데도 그런 순리적 시간을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는 걸,
밭에 갈 때마다 온몸으로 배우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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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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