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문에 갑자기 찾아온 휴교 사태.
  부랴부랴 아내는 반차를 내고, 아이 봐주시는 이모님이 일찍 오시는 걸로 비상사태를 모면할 수 있었다.
  저녁에 퇴근해서 보니 아내의 휴대전화가 소파 위에 놓여있었다. 
  ‘휴대전화 없이 출근해서 당황했겠네.’ 
  나의 상상은 여기서 멈춰버렸다.

팩.jpg » ‘범행’ 전날, 태연하고 평온한 녀석의 모습.

 아내가 퇴근했다. 6시간 만에 휴대전화를 손에 넣자마자 아내가 녀석에게 쏘아붙인다.
 “아유~ 핸드폰에 이 땀자국. 너 핸드폰으로 게임했지?”
 아, 그거였구나. 녀석, 딱 걸렸다.
 “네.”
 녀석은 생글생글 웃으며 범행을 시인했다. 내가 물었다.
 “무슨 게임 했어? 컴투스 프로야구?”
 “네.”

서건창.jpg

 ‘컴투스 프로야구’는 요즘 야구 중계를 하는 스포츠 채널에 매일 광고가 나오는 대세 게임이다.
   아내의 추궁이 이어졌다.
 “그렇게 하고 지웠어?”
 “네.”
 “니가 완전범죄를 노렸구나. 나쁜 행동이야” 

 나보다 성격이 조금 좋은 아내는 이렇게만 훈계하고 끝냈다. 아내에게 말했다.
 “앱 다운로드 받는 거 비밀번호를 걸어놓지.” 
 “비밀번호 눌러야 하는데?”
 뭣이라? 그러면 비밀번호도 뚫은 거? 다시 녀석에게 물었다.

 “야, 너 어떻게 뚫었어?”
 “엉터리로 눌렀는데 몇번 안 되다가 벼랑 끝에서 되더라고 ㅎㅎ”
 “게임을 얼마나 많이 한 거야?”
 “4경기 했지.”

 녀석이 신이 나서 설명한다. 첫번째 게임은 기아랑 했는데 이겼고 두번째 세번째 게임은 두산이랑 했는데 졌고 네번째는 삼성이랑 붙어서 이겼다고. 물론 녀석의 팀은 넥센이었고 타자는 선택이 되는데 선발투수는 선택이 안 된다나. 
 
 한때 나나 아내나 스마트폰으로 간단한 게임을 받아놓고 아주 가끔 즐겼다. 녀석도 그 분위기에 편승해 콩고물 받아먹듯 게임을 했었는데 녀석이 너무 몰입하는 것 같아 지난해 말에 게임을 다 지웠다. 
 그러나 이미 게임의 맛을 알아버린 터. 게다가 현실에서도 빠져버린 스포츠가 야구이다 보니 매일 광고로 접하는 ‘컴투스 프로야구’의 유혹은 더욱 강렬했으리라. 

 “다음부턴 절대 하지 마.”
 “네~”
 그래도 뜻하지 않게 4경기나 한 게 행운이었다는 듯 녀석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메르스 창궐의 혼란을 틈타 녀석은 완전범죄를 노렸지만 게임의 긴장과 희열이 배출한 끈적한 땀자국은 되레 특정인의 범행을 웅변하고 있었다.  
   세상에 완전범죄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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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서른두살 차이 나는 아들과 마지못해 놀아‘주다가’ 이제는 함께 잘 놀고 있는 한겨레 미디어 전략 담당 기자.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친구 같지만 권위 있는 아빠가 되는 게 꿈이다. 3년 간의 외출을 끝내고 다시 베이비트리로 돌아왔다.
이메일 : dokbul@hani.co.kr      
블로그 : plug.hani.co.kr/dokb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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