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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샀어요. 사실...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별로 기대 안했었는데. 너무 기쁜 거 있죠." 


지난달 회사의 한 동료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달없는 밤의 샛별처럼 빛났다. 나도 진심으로 그녀의 행운에 축복을 보냈다. 너무나 순수하게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민망스럽게 콧날까지 시큰해졌다. 나는 "정말 부러워요" 라고 답했다. 그리고 사실 난 정말 부러웠다.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살 수 있었는지를 흥분해서 말하던 그녀는, 말을 마치더니, 잠시 '풋'하고 웃었다. 그러고는 조금은 슬프면서도 청초하게 혼잣말을 했다. 

 

"이게 뭐라고....... . 회사 프로젝트 잘 된 것보다 더 기쁘다니" 


그랬다. 그분이 구한 것은 귀하디 귀한 물건이었다. 그것은 바로 바로 완구계의 허니버터칩! 아니 구하는 순간 '심봤다'라는 사자후가 절로 터지는, 완구계의 산삼! 터닝XXX 였다. 현재 연령 6세~10세 정도의 남아를 둔 부모라면, 뒤에 생략된 단어가 무엇인지 단박에 아시리라. 


사실 이 터닝XXX는 어른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흔다디 흔한 장난감 중 하나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동이 났다. 살 수 없다면 더욱 몸이 달아오는 것일까. 요즘 남자아이들에게는 이 장난감은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구하지 못하면, 구할 때까지 생각나는 '구하고 말리라'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여하튼 이 물건은 어디를 가든 죄다 '품절'이다. 대형마트에 안들어온지 대략 100만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듯하다. 동대문 어디에서는 웃돈을 얹어서 원가격 두배에 판다고는 한다. (실제로 서울의 동대문도 아닌 김포의 동대문에서 5만원, 그러니까 원가격의 세배를 주고 공수해온 경험담도 들었다.)


지난 달에 잠깐 강원도의 한 마트에 들린 적이 있었다. 아들은 혹시 서울에 없는 터닝XXX가 그곳에 있을까하여, 엘레베이터에 타는 순간부터 조잘거렸다. 그런데 같이 타고 있던 또래 남자아이의 엄마가 문득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신호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아............여기에도 없구나!  이심전심. 염화미소.......동병상련. 그 엄마와 나는 씁쓸한 미소를 서로에게 날리며, 눈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온라인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에 제조회사의 홈페이지에 엄마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언제 홈페이지에 접속해 그 귀한 물건을 득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영웅담이 올라오고, 밑에는 줄줄이 댓글들이 달린다. 무술 비기와 같이 '득템의 기술' 들이 차곡차곡 전수되고 있었다.  


품절의 원인에 대해서는 각종 소문이 무성하다. 중국 공장 가동이 느려서다 혹은 회사의 마케팅이다 등 '설'이 난무했다. 다음달에 시장에 풀린다더라와 같은 암거래 시장에서 돌 법한 이야기도 오간다. 루머의 양으로만 보면 한류 연예인 부럽지 않다. 

  

몇 년전에도 크리스마스에 특정 상품이 동나는 현상이 있었다고 들었다. 다행히 그 때 우리는 중국에 있어 직접적으로 그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되었다. (여기서 반전은 지금 우리집에 그 장난감이 있다는 사실.......하늘이시여..............) 


왜 우리 아이들은 동기간대에 동일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하는 것일까. 뭐든 인기있는 건 '나도 꼭' 이라는 한국인의 피는 정녕 유전자에 아로새겨져 있단 말인가. 


도대체 나는 이 장난감 보릿고개를 몇번이나 더 넘어야한단 말인가. 


여튼 몇달째 지난하게 이어오는 이 품절대란 속에서 나는 아슬아슬하게 버티고는 있다. 아이게게는 온라인 마켓 화면에 띄워진 붉은색 '품절' 글자들을 보여주면서. (그리고 동네 500원짜리 뽑기 기계에 의지하면서)


유행의 장점은 '지나간다'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맘속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주문을 외운다. 

 

물론 '오늘 학교에서 뭘 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힘을 못쓰지만, ' 물건이 들어오면 터닝XXX를 사주겠다'는 약속 앞에서는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아들의 기억력은 최대 복병이다. 


"엄마, 품절은 언제 끝나?" 


아.....또한번......하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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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31살에 처음 엄마 세계 입문. 지금까지도 끝이없는 힘이 딸리는 육아의 신비에 당황하며 살고있다. 인성교육을 목표로 삼고 있으나 마음속 지킬엄마와 하이드엄마 사이에서 매일매일 방황한다.현재는 스스로를 육아무림에서 수련을 쌓고 있는 수련생으로 설정, 특유의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언젠가는 고수에 등극할 날이 있으리라 낙관하고 있다. 2011년에서 2014년 여름까지 중국에서 아이를 키웠으며, 현재는 한국 서울에서 '자칭' 날쌘돌이 9살 아들, 제1 반항기에 접어든 6살 딸과 기상천외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메일 : rimbaud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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