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싶었다. 너무나.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아이들 사진 인화 주문하고
하늘이 깨서 젖 주고 아침밥, 이유식 만들기로 이어져서 오후가 되고
미술 학원 종강 날인데... 가야 되는데...
큰산도 나 학원가라고 집에 일찍 왔는데 어쩌지... 고민했다.
머리도 안 감은지 며칠 되고 얼굴도 푸석하고 몸도 찌뿌둥한데
그래도 학원을 가?
가자! 옷을 입고 모자를 눌러 쓰고 가방을 매고 집을 나서는데
아빠랑 낮잠 자러 방에 들어갔던 바다가 빼꼼히 방문을 열고
“엄마랑 자고 싶어...” 한다.
“어? 엄마 그림 그리러... 아니다, 같이 자자.”
지금 바다에게 내가 필요하구나 싶어서 옷을 다시 갈아입고 누웠다.
곧, 잠이 드는 바다.
그리고 자다가 깨서 울다가 젖을 조금 먹고 다시 자는 하늘.
그래, 오늘은 애들 잘 재우고 씻자!
그리고 씻었다.
창문이 있는, 고마운 이 집 욕실에서 가만히, 천천히 씻었고
진짜 좋았다.
2015. 10. 28
목욕 직후 몸에 물을 잔뜩 묻힌 채 욕실 앞에 서서 그리다.
+
애들은 그렇게 열심히 씻기면서 나는 왜 그렇게 씻기가 힘든지 몰라요.
시간에 쫓기고, 힘이 달리고.
그런데 깨끗이 씻고 나니 욕구가 충족이 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몸이 개운하니 기분도 깨끗해져서 화도 많이 안 나더라고요.
이 날을 시작으로 계속 하루에 한 번씩 욕조에 몸을 담그는 목욕을 하는데
아이들과 같이 하면 효과가 반감되긴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또 좋아요.
서울 집에서 특히 좋았던 곳,
창문이 있는 널찍한 욕실!
고마웠어!
제주도로 이사를 왔고요 정말 정말 정~말 좋아요.
제주 살이 이야기도 곧 들려드릴게요! ^ ^
그림이 마구 마구 나오고 있다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