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대한 글을 참 많이도 쓴다.

 

그만큼 내 인생에 중요한 나이일게다.

나이 서른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착각을 했는데

나이 마흔이 되니 주위의 이야기도 내 마음도 어느덧 쪼그라들어 버렸다.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본 것도 많지 않은데 나이 마흔이라는 이름이

우리 엄마아빠를 옥죄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뇌가 아직 말랑말랑하고 내 생에 한 번도 못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새로운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말랑말랑포딩’.

고딩, 대딩, 직딩 할 때의 포딩은 40대를 의미하고

말랑말랑은 우리 뇌가, 우리 삶이 아직은 굳어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며칠 전 저녁에 문득 편의점에 들렀다.

냉장고를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음료수와 술들..

이 중에 내가 아무런 이유 없이 고르게 되는 상품이 있는데

문득 내 평생 모든 선택의 순간에도 줄곧 아무런 이유 없이 하게 되는 선택이

수 없이 많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 삶은 무덤까지 재미없는 선택으로 일관하지 않을까.

나는 아직 굳어질 나이도 아니고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다.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선택을 해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정말 해보고 싶은게 뭐냐고 당장에 물어본다.

포르쉐를 타고 시속 200키로로 한번 드라이브해보고 싶다고 하니

꿈이 그 정도밖에 안되냐라고 타박을 준다.

포르쉐라는 작은 꿈을 이루기 보다는 하루 드라이브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으나

제주 렌트카 차종 중에 포르쉐는 없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된다.

 

하여 말랑말랑포딩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페북을 하다 우연히 인연이 있는 홍대 타투이스트가 제주에 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맞아!

 

내 몸에 타투를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즉흥적으로 들었다.

아내에게 이야기를 하니 첫 번째 반응이 마을 분들이 타투를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사실 내게는 나 타투 싫어요로 들렸다.)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직장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눈치를 봐야 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귀걸이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 망설여지긴 했다.

 

또 어떤 표식이나 문양으로 타투를 해야 할까도 고민이 되어서 아내에게

지금 일하고 있는 무릉외갓집표식을 새겨볼까요? 그럼 마을분들도 좋아하지 않을까?”라고 했더니

사람일 알 수 없다고 신중히 생각하라고 한다.

 

그럼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을 정도로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을 새겨야 겠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수미, 수미사랑 어때요? 뽀뇨유현아빠도 새기면 좋을거 같아요?”,

수미사랑? 자기 좋을 데로 하세요. 뽀뇨유현이 이름까지 새기면 너무 길지 않아요?

타투이스트분께 한번 물어봐요. 길어도 괜찮은지”.

 

내 인생 제일 소중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도 없는데 아내 반응이 괜찮다.

흔쾌히 잘 다녀오라고 했다.

그래서 차를 타고 1시간 반을 달려 타투이스트 락김님이 계신 초가로 향했다.

 메시지를 말하고 도안을 정하고 나니 이제 새기기만 남았다.

 

 “나중에라도 타투를 지울 수는 있죠?”,

아뇨. 지우려고 해도 깨끗이 지워지지가 않아요. 변형은 가능하지만 지울 수 없다는 점 명심하세요”.

 

마지막까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일인가, 나의 꿈인가, 나와 내 가족인가.

 

다시 되물어도 내 대답은 내 가족이자 정체성이었기에 수미사랑 뽀뇨유현아빠로 팔에 타투를 하게 되었다.

또 하나는 제주의 가치와 세계로 뻗어나가는 네트워크, 놀멍쉬멍 걸어가자는

제주올레의 상징인 간세표식을 발목에 새겼다.

제주에서 받은 것이 너무나 많기에..

 

집으로 돌아올 때 몸에 새긴 타투도 왠지 나를 지켜주는 부적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돌아와서 아내에게 보여주니 잘 안보인다(너무 작게 새겼어요)’는 눈치,

뽀뇨는 한글자 한글자 읽어내려간다.

! 훈훈한 저녁

 

<수미사랑 뽀뇨유현아빠>

수미사랑.jpg      

 

<제주올레 간세표식>

간세표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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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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