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사이, 할로윈 파티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이제 당연한 문화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좀 더 튀는 의상이나 변신을 위해 쓸데없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거나,
할로윈을 즐기고 난 다음 지저분해진 거리나 공간이 뉴스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만이라도 벗어나고픈,
아이들과 젊은이들의 욕구를 부정하진 못할 것 같다.
우리 고유의 명절은 아니지만
놀이문화가 턱없이 부족한 요즘 아이들이 신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할로윈을 우리 나름대로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80여 가구의 주택이 모여사는 우리 동네에 재작년 이사를 왔을 때,
동네 엄마들에게 내가 제안한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할로윈 파티였다.
주택가인만큼 집안이 아닌, 동네 골목에서 아이들과 다같이 가능한 놀이이자
해마다 되풀이할 수 있는 문화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또 서로 이사온 지 얼마 안되어, 아이들도 어른들도 아직 어색한 분위기가
이런 행사를 통해 좀 더 유쾌해지고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치른 할로윈 파티는 한마디로 대성공이었다.
유아와 초등학생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과자를 나눠줄 집을
자원봉사 형태로 모집하고, 과자구입비용은 마을 자치회(일본에는 동네마다
'어린이회'라는 조직이 있다)에서 조금 보조해 주었다.
과자는 엄마들의 판단으로 사탕은 최소화하고(전체의 1%정도^^)
쌀과자, 쿠키, 초콜릿 등 작게 포장한 것을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집 주인에게
미리 맡겨 두었다.
인솔을 맡은 엄마 몇몇이 아이들과 차례대로
할로윈 분위기로 집앞을 장식한 집(문패에 초인종을 눌러도 된다는 표시가 있다)
앞에 멈춰서 벨을 누르고 한마디를 외치면,
과자를 나눠주는 식으로 진행하기로 정했다.


할로윈날, 우리집 바로 옆집의 현관 풍경.
이집 엄마는 손재주가 워낙 좋아서 100엔숍까지 갈 필요도 없었는지
희고 검은 도화지를 이용해 유령과 박쥐를 만들어 걸었다.
양쪽 벽에는 집안에서 빨래널 때 쓰던 좌우 길이가 조절가능한 막대^^
저런 아이디어도 있었구나, 우리도 저렇게 해볼걸..
하는 생각은 늘 보고 나서야 든다는..

같은 집의 창문 풍경.
검은 종이에 구멍만 내서 만들었다는데, 뒤의 흰 커튼과 조명 덕에
무척 실감나는 그림이 연출되어 아이들이 즐거워 했다.
이날 하루만큼은 동네 골목이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했는데
내년부터는 아이가 없는 가정, 할머니할아버지만 사시는 가정도 함께
참여해서 더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이 집은 특별한 할로윈 장식이 없었는데도 무척 분위기 있었다.
화분을 잘 가꾸는 엄마라 식물만으로도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현관을 연출했는데
집집마다 다 똑같지 않고 그 집만의 개성을 구경하는 게 재밌었다.
가게에 사러가지 않고, 집에 이미 있는 걸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
하나 배우고 다음 집으로 또 이동.

그럼, 먹는 게 남는거지..

마지막 집 엄마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말해줄래?" 하고나서 아이가 대답을 하면 과자를 건네 주었다.
피자! 라면! 치킨! .. 대답할 때마다 아이들은 웃음을 터트렸는데
사진은 100엔숍에서 산 모자를 쓴 뒷모습의
우리집 둘째의 대답을 아이들이 기다리는 장면이다.
심사숙고한 아들의 대답은... "학교 급식!!" ^^
이어지는 형, 누나들의 박장대소..
이렇게 동네 아이들과 함께 한 올해 할로윈 파티도 끝이 났다.
호박색 망토를 두르고 마법사 모자를 쓴 채, 온 동네를 신나게 쏘다닌 아이는
작은 가방 가득 과자를 얻어 흥분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뭔가 의기양양한 모습.
나도 우리 동네의 한 사람이라는 확인에서 오는 안정감.
내년 이맘때도 이런 즐거움을 또 누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아이의 흥분된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할로윈이든 크리스마스든
우리 고유의 명절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을까?
본래의 의도가 나쁜 것이 아니라면,
일상의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건전하게, 무엇보다 우리식대로
알차게 즐기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2년째 이어진 동네 할로윈 파티를 통해 우리가 얻은 건,
아이들도 어른들도 좀 더 친해졌다는 것, 그리고 즐거웠다는 것이다.
신순화님네 마당에서 시 읽는 밤이 있었던 것처럼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아이들과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상의 문화에 대해 주민들과 좀 더 지혜를 모아보고 싶다.
바로 그저께 있었던 일인데도,
내년 할로윈 파티가 얼른 왔음 하는건
부담없는 노력과 비용으로도 충분히 즐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엔 집안에 걸어두었던 3000원짜리 대형 거미줄을 현관 앞에 걸어서
아이들을 놀래켜 보리라..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
이제 당연한 문화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좀 더 튀는 의상이나 변신을 위해 쓸데없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거나,
할로윈을 즐기고 난 다음 지저분해진 거리나 공간이 뉴스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만이라도 벗어나고픈,
아이들과 젊은이들의 욕구를 부정하진 못할 것 같다.
우리 고유의 명절은 아니지만
놀이문화가 턱없이 부족한 요즘 아이들이 신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할로윈을 우리 나름대로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80여 가구의 주택이 모여사는 우리 동네에 재작년 이사를 왔을 때,
동네 엄마들에게 내가 제안한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할로윈 파티였다.
주택가인만큼 집안이 아닌, 동네 골목에서 아이들과 다같이 가능한 놀이이자
해마다 되풀이할 수 있는 문화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또 서로 이사온 지 얼마 안되어, 아이들도 어른들도 아직 어색한 분위기가
이런 행사를 통해 좀 더 유쾌해지고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치른 할로윈 파티는 한마디로 대성공이었다.
유아와 초등학생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과자를 나눠줄 집을
자원봉사 형태로 모집하고, 과자구입비용은 마을 자치회(일본에는 동네마다
'어린이회'라는 조직이 있다)에서 조금 보조해 주었다.
과자는 엄마들의 판단으로 사탕은 최소화하고(전체의 1%정도^^)
쌀과자, 쿠키, 초콜릿 등 작게 포장한 것을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집 주인에게
미리 맡겨 두었다.
인솔을 맡은 엄마 몇몇이 아이들과 차례대로
할로윈 분위기로 집앞을 장식한 집(문패에 초인종을 눌러도 된다는 표시가 있다)
앞에 멈춰서 벨을 누르고 한마디를 외치면,
과자를 나눠주는 식으로 진행하기로 정했다.
일본의 어린이문화에도 이 10여년 사이,
할로윈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는데
물론 그 중엔 고가의 의상이나 남들 사이에서 묻히지 않을만한 변장 혹은 분장을 위해
애쓰는 부모와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 몸 전체를 치장하거나 하기 보다
간단한 할로윈용 소품 두 세 가지로 이날을 즐기는 편이다.
소품의 구입처는 한국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100엔숍, 즉 '다이0' 등의 저가 매장인데
할로윈용 모자, 망토, 가면, 지팡이, 호박 모양 소품들을 1000원 정도로 구입한다.
일본 내에서는 같은 100엔숍이라도 인테리어나 부엌용품, 혹은 좀 더 디자인이
특이하고 품질이 좋은 다양한 가게들이 있어 골라 사는 재미가 있다.
위 사진은 부엌 용품을 전문으로 파는 100엔숍인데
할로윈 시기에는 이런 식으로 가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커다란 거미줄은 3000원 정도인데 매년 할로윈 때마다 거실에 장식해 두고
아이들이 박쥐나 거미, 호박을 그려서 붙여두며 유용하게 쓰고 있다.
일본 엄마들에게 100엔숍은 사랑이다.^^
할로윈날, 우리집 바로 옆집의 현관 풍경.
이집 엄마는 손재주가 워낙 좋아서 100엔숍까지 갈 필요도 없었는지
희고 검은 도화지를 이용해 유령과 박쥐를 만들어 걸었다.
양쪽 벽에는 집안에서 빨래널 때 쓰던 좌우 길이가 조절가능한 막대^^
저런 아이디어도 있었구나, 우리도 저렇게 해볼걸..
하는 생각은 늘 보고 나서야 든다는..
같은 집의 창문 풍경.
검은 종이에 구멍만 내서 만들었다는데, 뒤의 흰 커튼과 조명 덕에
무척 실감나는 그림이 연출되어 아이들이 즐거워 했다.
이날 하루만큼은 동네 골목이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했는데
내년부터는 아이가 없는 가정, 할머니할아버지만 사시는 가정도 함께
참여해서 더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이 집은 특별한 할로윈 장식이 없었는데도 무척 분위기 있었다.
화분을 잘 가꾸는 엄마라 식물만으로도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현관을 연출했는데
집집마다 다 똑같지 않고 그 집만의 개성을 구경하는 게 재밌었다.
가게에 사러가지 않고, 집에 이미 있는 걸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
하나 배우고 다음 집으로 또 이동.
종이로 만든 모자를 쓴 아이도 있고,
별도의 의상없이 평소 옷차림대로 나온 아이들도 있었다.
그럼, 먹는 게 남는거지..
마지막 집 엄마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말해줄래?" 하고나서 아이가 대답을 하면 과자를 건네 주었다.
피자! 라면! 치킨! .. 대답할 때마다 아이들은 웃음을 터트렸는데
사진은 100엔숍에서 산 모자를 쓴 뒷모습의
우리집 둘째의 대답을 아이들이 기다리는 장면이다.
심사숙고한 아들의 대답은... "학교 급식!!" ^^
이어지는 형, 누나들의 박장대소..
이렇게 동네 아이들과 함께 한 올해 할로윈 파티도 끝이 났다.
호박색 망토를 두르고 마법사 모자를 쓴 채, 온 동네를 신나게 쏘다닌 아이는
작은 가방 가득 과자를 얻어 흥분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뭔가 의기양양한 모습.
나도 우리 동네의 한 사람이라는 확인에서 오는 안정감.
내년 이맘때도 이런 즐거움을 또 누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아이의 흥분된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할로윈이든 크리스마스든
우리 고유의 명절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을까?
본래의 의도가 나쁜 것이 아니라면,
일상의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건전하게, 무엇보다 우리식대로
알차게 즐기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2년째 이어진 동네 할로윈 파티를 통해 우리가 얻은 건,
아이들도 어른들도 좀 더 친해졌다는 것, 그리고 즐거웠다는 것이다.
신순화님네 마당에서 시 읽는 밤이 있었던 것처럼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아이들과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상의 문화에 대해 주민들과 좀 더 지혜를 모아보고 싶다.
바로 그저께 있었던 일인데도,
내년 할로윈 파티가 얼른 왔음 하는건
부담없는 노력과 비용으로도 충분히 즐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엔 집안에 걸어두었던 3000원짜리 대형 거미줄을 현관 앞에 걸어서
아이들을 놀래켜 보리라..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