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 더 사셨으면 되는데.......5년만 더 사셨으면 되는데......왜!! 왜!!왜!!"
이제 막 9살로 접어든 아들은 그야말로 닭똥같은 눈물을 철철 흘리며 울었다. "5년만 더 사셨으면"을 반복하던 아이는 너무 슬프다며 끝내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증조할머니의 부고를 들은 뒤다.
얼마전 남편의 할머님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다. 새해에 접어들면 96세의 나이셨던 터라 수민이의 말대로 대략 5년만을 더 채우면 100살이 되실 수 있지만, 사회적 기준으로는 비교적 장수하신 편이셨다.
그러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데 '호상'이 어디 있겠는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언제나 슬픈 일이다.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다정했던 증조할머니의 부고를 듣고 아들은 제일 먼저 나에게 물었다.
"이제는 더이상 만날 수 없어?"
그렇다고 답하자 통통한 볼 위로 눈물들이 쏟아졌다. 비교적 담담했던 나도 울컥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수민이는 할머니의 연세를 물었다. 95세라고 답하자 다짜고짜 "왜 5년을 채우시지 못한거냐"며 울기 시작했다.
나의 아들에게 '100세 인생'은 수명의 기준이다.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사람의 수명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몇 번 알려주었지만,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줄곧 100세를 인생 길이의 기준으로 잡는다.
내년이면 팔순을 맞는 친정엄마에게도 "10년도 긴 시간인데, 할머니는 앞으로 사실 날이 20년이나 남았네요."라며 100세 인생을 종용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엄마는 처음에는 "하느님이 부르시면 가야지"라는 신앙심 깊은 대답을 했으나, 이제는 손주의 세속적인 100세 인생론에 몸을 맡겼다. 자신의 손주가 20년은 더 사실거라는 예언을 반복할 때면 "그래 100살까지 살으마. 걱정마라"라며 키득거린다.
아들은 자신보다 3살 어린 동생에게도 "오빠가 100살이면 너는 97살이니 3년동안 오빠가 없어도 잘 살다가 하늘나라로 와야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물론 올해로 6살이 된 딸은 "알겠어"라며 쿨한 답변을 남겼다.
그러더니 며칠 전에는 나의 기대수명을 늘렸다. 무려 130살로. 생각해보니, 자신이 100살이 되면 내가 130살이 된다는 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올해 초부터 증조할머니의 장례를 경험한 뒤 '이별'에 대해 부쩍 많이 생각한 뒤 내린 결론 같았다. 자신이 70살이 되어서도 100살 되는 엄마가 먼저 가버리는 것은 싫은 것이다.
침대에서 아이를 안으면서 나는 오래오래 살겠다고 약속했다. (아들은 130살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날 밤 나는 아들의 '100세 인생론'에 대해 생각해봤다. 9살 인생동안 아들은 벌써 세번째의 장례를 경험했다. 외가와 친가의 증조어르신들이다. 부고가 갑작스럽게 올 수 있다는 것을 오히려 잘 알고 있기에, 아이는 두려웠던 게 아닐까.
사실 40살을 코앞에 두고 있는 나도 친정 엄마의 남은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너무 무섭고 두렵다. 그러니 아직 10살도 안된 나의 아이에게 그 무게는 얼마나 크겠는가.
수민이의 '100세 인생론'은 결국 주장이 아니라, 희망 혹은 당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9살 자신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한 든든한 마음의 방패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이에게 가장 큰 행복은, 아니 자식에게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는 건강한 부모이리라. 그래서 나는 올해는 건강하게 살리라는 다짐을 더욱 강력하게 해본다. (얼마전 건강검진에서는 '운동부족'나왔다 반성하자 ㅠㅠ)
우리 모두 새해에는 '100세 인생' 꼭 이루자고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