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기 전 나는 밤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군밤을 사먹을 수 있어서 겨울을 좋아했고
밤빵에 박혀있는 밤을 보면 항상 흥분했고
밥 대신 빵은 싫어도 밤이라면 오케이인 밤 마니아였다.
밤은 고구마같이 크지가 않아서 먹어도 먹어도 부족한 것 같고
한 입에 가득 넣을 수가 없어 언제나 아쉬운
그래서 더 홀리게 되는 나의 페이보릿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밤에 대한 욕구를 완전히 상실했다.
간밤에 누가 와서 밤에 대한 나의 흥분 촉수를 싹 잘라간 것처럼
나는 그저 밤을 좋아하는 바다를 위해 1년 365일 밤을 찔 뿐이었다.
크고 통통하고 썩지 않아서 바다가 충분히 먹을 수 있길 바랄 뿐이었다.
어쩌다 밤이 남거나 흘러있거나 배가 아주 고파서 내가 먹을 때도
옛날 그 맛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 날이 있기 전에 나는
내가 그토록 밤을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고 있었다.
이 날, 나는 바다를 재우고 방에서 나와 식어가는 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배가 출출했고 밤 말고도 바다가 먹을 것이 있었기에
문득 내가 밤을 파서 내 입에 넣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이 한 그릇의 밤을 온전히 나에게 먹여주자는 생각까지 했다.
가슴에 찌릿하고 전기가 왔다.
그리고 나는 거실 한 켠에 앉아 조용히 밤을 파먹기 시작했다.
온전히 나를 위해 수고롭게 밤을 파서 내 입에 넣어주었고
나는 무척 오래간만에 맛있게 밤을 먹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밤을 그토록 미치게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엄마가 되면서 이상하리만치 새까맣게 까먹게 된 나의 어떤 부분들.
또는 변한 부분들이 있다.
나는 변화를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들이 무척 흥미롭지만
한편 엄마라는 존재가 조금 무섭게 느껴진다.
어떻게 이렇게 완전히 변할 수가 있지?
엄마를 변화시키는 자식이라는 존재는 더 무섭다.
그것은 두려움의 무서움이 아니라
너무나 크고 원초적인 힘 앞에서 무한히 작아지는 무서움 같은 것이다.
그래, 밤을 평생 좋아할 이유는 없다.
내가 좋아했던 밤이 내 자식이 좋아하는 밤이 될 수도 있고
나중에는 같이 좋아하는 밤이 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새롭게 좋아진 것들은 또 즐기면 된다.
엄마가 된다는 것,
동시에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렇게 나를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일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놀랍고 무서우면서도 좋다.
2016. 1. 16
+
어떠세요? 겨울나기.
여기 제주도는 춥지만 초록 들판이 있고 꽃이 있고 파란 하늘이 있어요.
친구 가족이 한 달 동안 놀러 와서 바다는 친구가 생겨 신이 났고
하늘이는 요즘 외출이 많아져서 그런지 조금 찡찡거리며 피곤해하네요.
저는 요즘 잠을 많이 잤더니 몸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고요.
충분한 수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건강 잘 돌보시고 하루하루 즐거우시길 바래요.
아기 엄마들! 특히 잘 드시고 많이 주무세요~
힘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