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꼭 안아줄 것>의 저자인 강남구 전 OBS 기자가 베이비트리 생생육아 필진으로 새롭게 참여합니다. 아이의 자존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강씨는 앞으로 심리학에서 나오는 다양한 개념들을 육아에 적용해보는 글을 쓸 예정입니다. 부모와 아이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삶 속에서 진정한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입니다.


 

사본 -IMG_0818.jpg » 아이와 나. 강남구.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이의 잠든 모습은 사랑스럽다. 걱정과 불안도 없이 평온함의 의미를 가르쳐 주는 아이의 잠든 얼굴은 보는 사람까지 걱정과 불안을 잊게 한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간만큼 어른은 아이가 된다. 어제 남긴 시름도 없이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근심도 잊고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는 아이가 된다. 행복을 찾고 싶거든 행복한 사람 곁으로 가라고 한 조언을 생각해 보면, 근심과 걱정을 잊고 싶거든 아이 얼굴을 바라봐야 한다. 그렇게 감정과 느낌은 서로 주고 받는다.

 

학교를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볕이 아이 눈을 두드리고, 일부러 키운 라디오 소리가 아이의 귀를 두드린다. 이제 그만 꿈에서 돌아와야 한다는 두드림에 아이의 감긴 눈이 움직이면 새근대던 아이 숨소리도 조금씩 더 커진다. 모처럼 일찍 일어나 아침 준비를 마치며 아이 잠든 얼굴을 바라본 날. 아이 귀에 속삭였다. 


 “아침이야~”


밝게 속삭이는 소리에 아이가 눈을 감은 채 미소를 지으면, 그 미소는 행복의 의미를 전해준다. 이른 아침 아이를 미소짓게 했다는 뿌듯함에 아빠 얼굴에서 미소가 저절로 생겼다. 두 팔을 위로 쭉 펴고, 다리도 한 번 쭉 늘어뜨리고. 힘이 좀 셌는지 아이의 귀찮은 소리가 들렸다. 
 

“하지마~”


잠을 깬 모습에 장난을 치고 싶어 아이를 온 몸으로 감싸안은 채 좌우 옆으로 뒹굴었다. 간지럼도 피우고 등이 가렵다는 소리에 손을 등에 대고 긁어주었다. 하늘로 간 아내를 그리워했던 시간의 터널을 지나고 나니 여전히 내 곁에 있는 꼬마 사람, 아이가 보였다. 경쟁하기 위한 사람들은 많고, 나의 마음을 안아주는 사람들은 드문 시대에 한 공간에 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했다. 사랑해서 같이 있는 게 아니라, 같이 있다 보면 사랑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쩌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일일 게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집을 읽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꽃을 보고,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숲속으로 들어가 숲에 머문다. 본다는 건, 듣는다는 건, 느낀다는 건 마음이 머물고 싶기 때문일 테다. 보여서 보는 게 아니라 보고 싶기 때문에 보는 것이고, 들려서 듣는 게 아니라 듣고 싶어서 듣는 것이며, 느껴져서 느끼는 게 아니라 느끼고 싶어서 느끼는 것일 테다. 오래 보고, 오래 듣고, 오래 느낄 때, 그 이전에 오랜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테다.

 

관심은 함께 있는 시간을 선택하게 한다. 선택을 한다는 건 또 다른 것을 포기한다는 것인데, 관심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한다. 돈을 벌 수 있는 시간보다,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시간보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하고, 함께 있는 시간을 선택하게 한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면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내가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을 되돌아 봐야 한다.

 

프로이트는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었던 생각에 의문 하나를 품었다. 영혼과 몸이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때에, 몸과 마음도 서로 나뉘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그 시절에, 프로이트는 그 생각에 질문을 던졌다. 몸과 마음은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현대 정신의학과 상담심리의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켰다. 마음과 몸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어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는 사실을 <히스테리>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사랑하면 마음은 나를 떠나 상대에게로 향한다. 프로이트의 연구를 인문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사람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나의 몸을 이끌고 상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할 것만 같았다. 마음과 몸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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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를 만들고 다듬느라 35년을 흘려보냈다. 아내와 사별하고 나니 수식어에 가려진 내 이름이 보였다.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기자 생활을 접고 아이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왔다. 일 때문에 미뤄둔 사랑의 의미도 찾고 싶었다. 경험만으로는 그 의미를 찾을 자신이 없어 마흔에 상담심리교육대학원에 진학했다. 지은 책으로는 '지금 꼭 안아줄 것' '나의 안부를 나에게 물었다'가 있다.
이메일 : areopa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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