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는 어른들의 명절같은 이미지지만,
아이들에게도(특히 10대들에겐 더더욱) 의미있는 날이다.
특히 여자 아이들은 같은 동성 친구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열심히 만드는 아이들도 참 많은데,
디저트의 천국인 일본에서 나고 자란 우리집 아이들이
이 날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집에서 만드는 초콜릿>의 가장 좋은 점은
적은 비용으로도 여러 종류의 초콜릿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러려면, 일단 질좋은 초콜릿을 구해야 하는데
음식 재료가 뭐든지 그렇듯이
가공되기 전 단계의 원재료는 생각보다 무척 싸다.
우리집에선 생협에서 나오는
400그램 정도의 밀크/다크 초컬릿, 두 종류를 사서 쓴다.
위의 사진에서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데 실제로는
아이들이 쓰는 공책 크기보다도 훨씬 크다.
하나에 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인데, 여러모로 참 쓸모있다.
평소엔 보기 힘든 이렇게 커다란 초콜릿을
보고 만지고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 한다.
크고 과장된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심리 탓일까.
해마다 2월이면 집으로 배달되어오는 이 큰 초컬릿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참 많다.
가장 먼저 핫초코!!
취향에 따라 밀크 혹은 다크 초콜릿 조각을 하나 뚝 떼내어
우유와 함께 냄비에서 따뜻하게 데우면 정말 맛난다.
코코아와는 또 다른 진한 맛..
추운 겨울 학교에서 막 돌아온 아이들에게 이거 한 잔씩 먹이면
(아주 잠깐이나마) 엄마 말을 아주 잘 듣게 되는 마법의 어린이 음료^^
단, 너무 진하거나 많이 먹으면 코피 날 지도 모르니 조심;
무척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딱딱한 초콜릿이 천천히 녹는 과정이 재밌으니
아이들과 함께 약한 불에서 우유를 데워가며 만들어 보면 좋겠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질이 좋은 초콜릿일수록 놀라운 맛을 낸다는 사실!
베이킹 경력이 각각 10년과 5년을 자랑하는 이 두 분이 선택한
올해의 발렌타인 초콜릿은 <가토 쇼콜라 케이크>.
먹을 거 앞에서는 한 마음이 되는 누나와 남동생^^
그런데 음식을 만들 때, 딸과 아들의 다른 점은
딸은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만들고
아들은 일단 자기가 먼저 먹고, 남으면 남에게 준다는 것..^^
요즘은 전기 밥솥으로도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많아서
밥솥 / 오븐,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 보았다.
이건 전기밥솥으로 만든 초콜릿 케이크.
이건 오븐에서 만든 초콜릿 케이크.
서로 씹히는 느낌이 조금 다르긴 한데, 맛은 둘 다 좋았다.
인터넷에 이미 레시피는 무궁무진하니 아이와 함께 검색해 보며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골라 즐겁게 만들어 보면 어떨까.
400그램짜리 큰 초콜릿 하나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었다.
핫초코
초코케이크
초코칩 쿠키
작게 하나씩 포장한 쿠키와 조각 케이크는
딸아이가 절친들에게 나눠준다며 포장해 갔다.
문득, 딸아이가 저학년 때 열심히 읽던
<루루와 라라> 요리동화책이 생각난다.
한국에서도 요즘 한 두 권씩 번역출판되는 모양인데
일본에서는 이미 시리즈가 수십권이나 나온 밀리언셀러 동화다.
이 시리즈들 중의 <루루와 라라의 초콜릿 데이>는
여자 어린이들의 초콜릿 요리에 대한 로망을 완벽하게 충족시켜 준다.
좀 유치하고 만화스러운 그림 탓에
엄마들에겐 좀 실망스런 첫인상을 안겨줄지도 모르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는 사랑스런 일러스트에
탄탄한 서사와 쉬운 요리 방법을 담은 좋은 요리동화책이다.
아직 추운 날씨에 바깥 나들이가 쉽지 않다면
하루 날 잡아 집에서 이 동화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초콜릿 요리를 해 보면 어떨까.
아이와 엄마 사이도 초콜릿처럼 달콤해지는
마법의 시간이 잠깐 찾아와 줄 것이다.
(단, 부엌은 정돈된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는게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와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