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가 걸어온다.
멀리 있는 우리를 바라보며 두 팔을 들고
뒤뚱 뒤뚱 한 걸음씩 걸어온다.
한 발, 두 발, 세 발, 네 발, 다섯 발, 여섯 발...
바다와 나는 욕실에서 발을 씻다 말고
그 놀랍고 감격스러운 장면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다가 말했다.
“와, 멋지다!”
바다의 그 말이 나를 더 감동시켰다.
하루 하루 커 가는 하늘.
하늘이의 성장을 가장 많이 바라보며
“엄마! 하늘이가 앉았어!”
“엄마! 하늘이가 섰어!” 하고 흥분해서 소리치고
활짝 웃으며 뿌듯해하는 바다.
엄마가 자기를 혼내는 것처럼 하늘이를 혼내고
하늘이가 먹고 있는 것을 늘 뺏어먹고
하늘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을 가져가 버리는 바다이지만
괜찮다.
바다는 하늘이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
2016.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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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를 가장 유심히 살펴보고 가장 잘 아는 것은 제가 아닌 바다예요.
하늘이가 이가 몇 개가 났는지 매일 매일 보고
하늘이가 젖이 먹고 싶은지, 안기고 싶은지 바다가 저한테 알려줄 때도 있어요.
10개월쯤 전에 하늘이가 유모차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친 것을 기억하고
“엄마, 그 때 하늘이가 엄청 아팠겠다.” 라고 종종 이야기를 하더니
며칠 전에는 “엄마, 그 때 바다 마음도 엄청 아팠어.” 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동생과 함께 지내면서 질투나 화를 낼 때도 많지만
동생의 성장에 설레어하고 멋지다고 말하고
동생이 아플 때 자기 마음이 아픈 것을 느끼는 바다를 보면서
둘이 함께 크는 것이 왜, 얼마나 좋은지 실감하고 있어요.
하늘이도 자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언니를 찾아 웃으면서 기어가 만지고
언니가 울면 뭐라고 말을 하면서 손을 뻗거나 같이 울고
언니가 웃기면 꺄라락 넘어가며 웃고
언니가 자기를 두고 나갈 때면 여지없이 울음을 터뜨려요.
최고의 친구인 것 같아요.
오래 전에 알았고 하늘이를 가지고 나서 찾아 읽었던 ‘공감의 뿌리’라는 책이 있는데
생후 2개월에서 4개월 사이의 어린 아기를 정기적으로 초등학교 교실에 초대해서
1년 간 아기가 성장하는 것을 함께 보고 상호 교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예요.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 전체와 세계 곳곳에서 하고 있는데
결과로 감성 능력과 공감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또래 괴롭힘 사건이 줄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손을 내미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행복감과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학습 능력도 높아졌다고 해요.
아주 아주 근본적인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어린 아기를 통해 배우고
그 아기가 나에게 주는 사랑 덕분에 내가 나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경험은
엄마인 저에게도 아주 큰 경험이에요.
아마 바다도 동생 하늘이를 통해 공감의 뿌리를 든든히 만들고 있는 것 같고요.
알수록 새로운 육아 세상이에요.
너무 힘들어서 깜짝 놀랐던 이 세상이
이제 너무 따뜻하고 깊어서 깜짝 놀라고 있어요.
아, 재밌네요.
바다의 표현을 빌려서 그 세상에 한마디 전하고 싶어요.
"와! 멋지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