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dde32257d72059caf12fd6b19f1900.(마당에서 물 놀이 하는 세 아이)



아들만 셋을 두신 우리 시어머님의 가장 큰 소원은 아들을 주렁 주렁 낳는 며느리를 보는 일이었단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어머님의 맏며느리는 장손을 낳은 후에 연이어 딸만 둘 낳았고, 나보다

먼저 시집 온 막내 며느리도 세살 터울로 딸만 둘을 낳은 후 더이상 출산을 하지 않았다.

제일 늦게 내가 시집을 와서 이듬해에 첫 아들을 낳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다행스런

홈런이었다.

어머님으로서는 장손자를 보신 후 손녀만 내리 넷을 보시다가 8년 만에 두번째 손자를 만났으니

그 감격과 기쁨은 정말 크셨다.  

제일 늦게 장가를 가서 부모님의 마음 고생을 오래 시켰던 남편은 아들 하나로 밀렸던 효도를

한방에 한 셈이 되었다. 어머님의 뜻을 여간해서 거스르지 않는 효자인 남편은 어머님 소원을

풀어드리겠노라 결심을 했던 모양이다. 첫 아이 낳고 3년 만에 둘째를 가지자 무조건 아들이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어머님도 태몽으로 고추가 온 집안에 널려 있는 꿈을 꾸었다면서 드디어

형제를 낳아 줄 며느리가 생기는 모양이라고 기대가 대단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은근히 딸을 기대하고 있었다.

다섯 딸이 돌아가며 챙겨드리는 친정엄마의 노후가 부러웠기도 했지만 역시 엄마에게는 딸이

평생 의지하고 속을 터 놓을 수 있는 상대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출산이 가까와졌을 때 정밀 초음파를 찍는 과정에서 뱃속의 아이가 딸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지만 남편은 그것도 믿지 않았다. 초음파도 왕왕 틀린다면서 낳을 때까지는 모른다는

것이었다.



결국 첫 아이와 네 살 터울이 되는 딸을 낳았는데 남편은 딸을 낳고 누워 있는 내 옆에서

강릉에 계신 어머님께 출산 소식을 알리면서 “어머니... 죄송합니다” 하는 것이었다.

즉 아들을 못 낳아드린 것을 미안해 하는 말이었다. 남편의 그 말은 오래 오래 나를 서운하게 했다.

어머님을 위해서 아이를 낳은 것도 아니고, 아들만을 낳기를 원한 것도 아닌데 손녀를 낳아드린 것이

마치 불효를 한 것처럼 여기는 자체가 화가 나고 속상했던 것이다.



둘째를 낳고 또 3년 만에 셋째를 가지자 어머님은 이번에도 손자에 대한 강력한 기대를 숨기지

않으셨다. 나중에 실망하실까봐 태동이며 모든 징조가 둘째 때랑 똑 같다고 넌지시 암시도 드렸건만

어머님은 “낳아봐야 알지...”라는 말씀만 하셨다.

나는 아들이건 딸이건 특별한 선호는 없었지만 기왕 셋을 낳을 거면 막내가 딸인 편이 자매로

키우기에 더 수월했기에 딸이기를 바랬었다. 남편은 자기도 아들이건 딸이건 상관없다고 말은

했지만 형제를 키우는 집을 늘 부러워하는 남편임을 알기에 아마도 아들이기를 바라고 있으리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셋째도 딸이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어머님은 아마도 적지 않게 실망을 하셨으리라.



결혼 전부터 아이는 적어도 셋은 낳자고 남편하고 얘기를 해왔기에 셋째까지는 열렬하게

임신과 출산을 고대하고 기다렸는데 막내를 낳을 때는 하혈도 심했고, 출산 후에 몸이 회복되는 것도

더디고 힘들어서 이제 더이상 출산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데 사방에서 셋째가 막내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기왕 셋까지 낳았는데 넷째도 한 번

도전해 보라고 야단들이다.

이런 반응들이 어이 없다고 어머님께 웃으며 말씀드렸더니

“첫 아들을 낳고 막내로 아들을 낳는 게 가장 좋다더라” 하신다.

세상에나!...

그러니까 넷째를 아들로 낳으면 좋다는 뜻이다. 여전히 내가 손자를 또 낳아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계신 모양이다.

큰 아이 필규도 막내가 여동생으로 태어나자 조금 실망해서 “아들 하나 더 낳아주세요~”라고

조르곤 한다. 남동생이 있어야 같이 축구도 하고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철없는 이 아들은 설령 넷째 동생이 아들이라 해도 자기와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자라면서 함께 축구를 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쯤은 계산할 줄도 모른다.

그저 남동생이 생기면 저랑 같이 공 차고, 칼 싸움 하고, 딱지며 카드 놀이를 하는 줄 안다.



어머님 세대의 어르신들에게는 여전히 아들 선호 사상이 강하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확실히 다르다. 모두들 아이 하나를 낳을거면 딸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세 아이를 앞세워 동네 산책을 나가거나 하면 마주치는 어르신들 마다 ‘금메달 엄마’라고

칭찬하신다. 아들 하나 낳고 딸 둘을 낳으면 금메달이라는 거다. 딸만 둘 낳으면 은메달이고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으면 동메달이고, 아들만 둘 낳으면 목메달이라나.

철저하게 계산해서 낳은 것도 아닌데 1남 2녀를 낳은 덕에 나는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시어머님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더없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마흔 세살인 내가 기어코 아들 하나를 더 낳아 주리라는 기대를 여전히 가지고 계실까봐

조금 맘에 걸린다.

효자인 남편도 어쩌면 그 계산으로 정관수술을 차일 피일 미루고 있는 거 아냐? 하는 의심도

드는 요즘이다.



한때는 ‘세 아이 맘’이란 내 위치가 베이비트리 내에서도 독보적인 자리를 확보해 주었는데

이제 머지않아 김미영 기자가 셋째를 출산하게 되면 더 이상 세아이 맘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효도도 하고 독자적인 지위도 차지할 겸 넷째까지 도전해 보라는

주변의 암시도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아아아...



자매를 기르고 있으니까, 형제도 길러보라고?

요즘은 마흔 넘어 첫애를 낳는 엄마들도 많으니까 나이 많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들 하나 더 낳으라고??



오우~~ 노우!!!



제발 제발 그런 말들은 하지 마시기를...



이럴 때 남편은 누구 편인지 제일 궁굼할 뿐이다.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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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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