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규와 뚱띵이.jpg

 

초여름에 갑자기 우리집에 나타나서 무작정 눌러앉아 버린 개 '복실이'는

초 가을에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모두가 흰 강아지들이었다.

새끼를 베고, 낳고, 젖 먹여 분양하는 일 모두 보살피는 것도, 마음도 힘들것 같아

마당있는 집을 얻었을때 일부러 수컷 개 두 마리만 들였던 내 계획은

느닷없이 우리 식구가 된 복실이 때문에 다 틀어져 버렸다.

 

복실이가 새끼 낳는 것은 지켜보지 못했지만 그 다음부터 새끼들 수발은

만만치 않았다. 어릴때는 개 집을 기어 나와 다시 못 찾아 갈때마다

달려가 집 안으로 넣어주기도 했고, 어미개가 된 복실이 먹이에 더 신경을

써야 했고, 담이 없는 우리집에 혹시 돌아다니는 이웃 개들이 들어와

해꼬지를 할까봐 한밤중에 개들이 왕왕 짖어대기라도 하면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가 확인하는 일도 수없이 많았다.

 

그렇게 강아지들은 두달 가까이 어미젖과 내가 주는 밥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그 기간 내내 세 아이들은 강아지들을 안고 빨고 품어주며 지냈다.

하지만 강아지들이 어미젖을 떼면 모두 분양하기로 결정하는 것 부터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한마리라도 우리가 키우고 싶어했지만 이미 세 마리의 다 큰 개들이

마당을 적지않게 차지하고  있는데 개가 한 마리 더 늘어나는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어렵게 어렵게 아이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모두 분양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어디로 보낼것인가.

잘 돌 수 있고, 기왕이면 잘 아는 사람에게 보내고 싶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랫집 아주머니 댁에서 강아지를 얻고 싶어 하셔서 한 마리 드렸는데

아이들도 나도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서도 막상 자유롭게 뛰어놀던 강아지가

목줄에 매여 길가의 개집 앞에 놓여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갑자기 어미와 형제들과 우리 가족들과 떨어진 강아지는 며칠이나 낑낑거리며 울었다.

우리집 마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집이라 늘 살필 수 있었지만 우리쪽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 작은 생명과 눈이 마주치는 일도 괴로왔다.

윤정이는 오래 오래 울먹이며 마음아파했다.

 

두번째 분양은 지난 일요일이었다. 필규 학교 선생님 댁으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좋은 환경이고 필규도 학교에 갈때마다 들려서 만날 수 있는 곳이므로

아이들이 제일 아끼던 강아지를 드렸다.

첫째로 태어나 몸도 제일 크고 털도 유난히 보드랍고 생긴것도 이뻤던

강아지였다. 필규는 보내기 전날 우리가 '뚱띵이'라고 불렀던 그 강아지를

오래 오래 안아주며 아쉬워했다.

 

 뚱띵아 잘가.jpg

 

마침내 일요일 오전, 뚱띵이는 새 가족 품으로 갔다.

윤정이도 이룸이도 필규도 헤어지는 것이 서운해서 안아보고 또 안아보다가 넘겨 주었다.

뚱띵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렇지만 뭔가 불안해서 몸을 떨면서 새 가족 품에 안겨

집을 떠났다.

 

네 마리에서 두 마리 남았던 강아지들은 어제 또 한마리가 아랫집에 있는 식당으로 가면서 한 마리만 남았다.

식당 주인 아저씨는 친절하고 좋은 분이지만 강아지는 시맨트 바닥으로 되어 있는 식당 뒤쪽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개 집 앞에 묶이는 모습은 역시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매일 매일 산책하며 만나러 가자고 아이들과 약속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면 되지만 그래도 밤 늦도록

희미하게 들려오는 낑낑거리는 소리는 마음 아팠다.

정을 주고 헤어지는 것이 이 나이 먹도록 어려운 나에게도, 첫 강아지를 이웃에 보내는 경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뚱띵이와 엄마, 이룸.jpg

 

하루 하루 날은 추워지고 강아지는 쑥쑥 자라고 있다. 더 크기 전에 좋은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데

마지막 남은 강아지를 보는 마음이 애틋해진다.

 

필규는 학교에 갈때마다 뚱띵이를 보러 선생님 댁에 다녀 온다.

윤정이와 이룸이는 아랫집 아주머니 댁으로 가서 '뽀롱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강아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러 만져주고 안아주고 온다. 이제 식당으로 간 강아지도 만나러

자주 들릴 것이다.

곁에 두고 이뻐해주던 강아지들을 품에서 내어주는 것은 힘들었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주고 만나러 갈 수 있는 친구들이 동네에 더 많아진 것은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새 집에 간 강아지들 모두 사랑받고 좋은 돌봄 받으며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은 한마리...

 

너는 어쩌면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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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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