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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바쁜 추석이 왔다.

게으르게 생활하던 내가 슈퍼우먼 모드로 변신해야 하는 시기다.

올 추석은 시어머님이 안계신 상황에서 세 며느리들끼리 준비해야 하므로

작년보다 더 바쁘게 되었다.

우선 며칠전 태어나서 두번째로 열무김치를 담갔다. 추석에 가져가기 위해서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시댁은 식구들이 모여 당장 먹을 풋김치도 없는 상황이다.

얼마전 처음으로 담근 열무김치가 맛있었던 나는 그 여세를 몰아

형님에게 내가 김치를 담가 가겠다고 큰소리를 쳤었다. 막상 가져갈 김치를

담그려니 어찌나 떨리던지.... 하여간 맛이 없더라도 이미 물른 없질러졌다.

열무 한단이 김치로 변신하여 김치냉장고에서 대기중이다. 차에 싣고

강릉까지 내려가는 동안 제발 묵은지로 변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마당있는 집에서 세 아이 키우면서 세 마리의 개와 열마리의 닭까지 기르고

있는 우리는 추석에 5일간 집을 비우기 위해서는 챙겨야 할 일들이 엄청많다.

회사일로 바쁜 남편 대신 대부분의 일들을 해 내는 것이 내 몫이다.

 

강릉으로 떠나기 전에 개 사료를 듬뿍 사 놓고 이웃에 선물셋트 돌려가며

개와 닭들의 먹이를 부탁하는 일도 중요하고, 돌아와서 바로 쉴 수 있도록

집 안팎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도 큰 일이다.

오늘 밤에 시댁으로 떠나기 위해서 나는 세탁기를 세번이나 돌려가며

옷과 이불을 빨고, 며칠간 개켜 놓을 이불들을 아침 일찍 가을볕에 널어 말리느라

아침부터 동동거렸다. 그 사이사이 애들하고 밥 해 먹고, 개 사료 사러 다녀오고

경고등이 켜져버린 차에 기름 채우러 또 다녀오고, 추석기간 동안 반납일이

닥칠 책을 도서관에 가져다 주고 새 책들을 빌려 왔다.

오후엔 볕이 들어가기 전에 널어 두었던 이불 털어 정리하고, 자던 방을

말끔히 청소한 후 산더미같은 빨래를 걷어 개켜 놓고, 아이들 셋

짐가방 하나씩 싸느라 온 거실을 어지른채 옷 사이를 날라 다녔다.

일찍 퇴근한 남편은 마지막으로 집짐승들을 챙기고 1,2층 수십개의 창문을

단단히 닫고 걸쇠를 채웠다. 저녁 해 먹고 부엌 치우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말끔히 치우고 나서 남편과 내 옷가방을 쌌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곤 난 후 밤길을 달려 강릉으로 달려 갈 것이다.

 

우린 항상 추석 전전날 내려가는데 추석 전날은 큰댁에 가서 일도 거들어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우리 식구 먹을 송편이며 음식을 하는 일로 정신이 없다.

추석 당일엔 새벽같이 일어나 큰댁으로 차례를 드리러 가서 40여명이

모이는 친지들의 점심상을 차리고 치우는 일이 큰 일이고, 선산에

성묘를 간 후 다시 주문진에 계시는 시이모님댁에 다녀와야 인사가 끝난다.

추석 다음날 모처럼 가족끼리 하루 쉰 후 토요일엔 아침 일찍

어머님 49제의 여섯번째 제사를 모시러 김천까지 내려갔다가 밤 늦게

김천에서 다시 우리집으로 올라와야 한다. 추석 연휴동안

경기도 우리집에서 강릉, 경상도의 김천까지 찍고 오는 대장정이다.

 

내내 운전을 해야 하는 남편도 슈퍼맨이 되야 하고, 그 시간 내내

부엌일을 해야 하는 나도 슈퍼우먼이  되야 한다. 그 와중에 마감을 앞둔

글 몇편도 써야 했으니 이미 나는 초특급 울트라 파워 짱 슈퍼우먼으로

완전 변신 중이다.

 

피곤하고 고단한 일정이지만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어머님 없이

우리끼리 치를 추석이 맘 짠하다. 부족하지만 어머님 없는 자리를 열심히

최선을 다해 대신해가며 하늘에 계신 어머님이 걱정 안 하실 수 있도록

애 써볼 작정이다.

 

늘 시댁에 가는 딸들 대신 늙은 부모님만 지내시는 친정의 추석도 짠하고

부부가 직장 다니면서 추석기간내내 집에서 시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친정 여동생도 안스럽고, 백일 지난 둘째 챙겨가며 명절 지내야 하는

막내 여동생도 맘이 쓰이지만 모두들 애써가며 열심히 며느리 노릇,

도리 하는 모습이 고맙고 대견할 뿐이다.

 

전국의 모든 며느리들이 며칠간 슈퍼우먼이 되어 산더미같은 일들을

해치워야 하겠지만 힘들게 달려간 고향에서 기다리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 만으로도 고생한 보람은 충분하다는 것을 어머님이

떠나시고야 절절이 느끼게 된다.

부디 몸살들 나지말고, 모처럼 모인 식구들과 맘 상하는 일 없이

맡은 일들을 잘 해내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독자 여러분들도 추석 잘 지내시기를..

집으로 돌아오는 즉시 다시 게으른 주부 모드로 자동 변신할

나도 화이팅!!!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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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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