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01cf43f7f933df90e7c3b533596c4. » 수아와 아란




요즘 22개월 된 둘째딸의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큰애가 두돌이 지나도록 말을 못해 애간장을 태웠던 것에 비하면, 둘째 언어 발달 속도는 제법 빠른 편이다. 요즘 주변 엄마들의 얘기를 들으면, 20개월인데 알파벳을 한다느니, 사물카드를 보고 읽는다느니 등등 아이들의 언어와 인지능력이 빠른 아이들이 꽤나 많은 것 같다. 심지어 한글을 뗀 아이들도 있지 않은가!




애초부터 내 몸에서 ‘천재’가 태어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기에, 지금 나로서는 자연스럽게 말이 늘어가는 것만 봐도 행복하다. 첫째딸은 어땠는가! 6개월 지나고나서부터 ‘엄마’ ‘아빠’를 제법 하더니(말은 먼저 했다...) 그 이후부터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두 돌이 훌쩍 지날 때까지 할 수 있는 단어가 고작 ‘엄마’ ‘아빠’ 정도였고, 왠만해서는 입을 꾹 닫았다. 오죽하면 친정엄마가 언어치료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염려할 정도였다. 지금도 큰 아이는, 말을 더듬는 편이다. 





그런데 둘째는 어떤가! 얼마 전까지 아란이는 기껏해야 ‘엄마’ ‘아빠’ 정도의 단어만 하는 수준이었다. 아란이의 의사 표현 대부분은 ‘엄마’로 시작되고, ‘엄마’로 끝났다. 졸릴 때도, 밖에 나가고 싶을 때도, 책을 읽고 싶을 때도,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도... 무조건 “엄마!”였다. 두유가 먹고 싶거나, 우유가 먹고 싶을 때, 밥이 먹고 싶을 때에만 ‘두유’ ‘우유’ ‘밥’이라는 명사를 붙였더랬다.




그러다 ‘아빠’ ‘이모’ ‘고모’ ‘~~니(할머니)’ ‘~~~지(할아버지)’ ‘뚜~우우~아(언니 이름)’을 부르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보며, 가족과 친척들의 사진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호칭을 부른다.




괄목할 정도로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건 불과 1~2주 남짓이다. 언제부터인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곰 세 마리>를 부를 때, 고개만 좌우로 까딱하던 아란이가 “아빠곰~ 아빠곰~”이라며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제는 드디어 “곰 세마리 한집~~ 아빠곰 엄마곰 ~~, 아빠곰은~~ 엄마곰은~~ 잘한다...’는 단어까지 따라부르는데 성공했다. 무슨 말인지 잘은 못 알아듣겠으나, 요즘에는 나에게도 이런저런 얘기들을 늘어놓는다.




“어린이집에서 뭐했어?”하고 물으면 “유나... 놀고... 노래....” 뭐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식이다. “재밌었어?” “응” “응이 아니라 네 라고 해야지” “네...” 덕분에 나는 요즘 아란이를 재우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재미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 작은 입으로 ‘옹알옹알’ 하는 것을 보면, 참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난감한 일이 생겼다.  아란이의 말문이 늘어, 기쁘고 반가운데. 한편으로는 언니 수아가 여간 서운해 하는 게 아니다. ‘언니’라고 안 부르고 무조건 ‘수아’라고 부르는 아란이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언니를 ‘수아’라고 부르는 걸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지 ‘수아’가 언니의 이름이자, 호칭이라고 인식을 했나 보다. 




“언니, 어디 있어?” 물으면, 손으로 수아 있는 쪽을 가리키며 ‘수아~ 수아~’한다. 벽에 걸린 언니 사진을 보면서도 무조건 ‘수아’. 놀이터에서 놀거나 할 때 언니가 안보이면 ‘수아~ 수아~’ 하면서 찾는다. 또 “너 지금 누구랑 놀거야?” 물으면, ‘수아~ 수아~’ 한다.




어떻게 하면 언니를 언니라 부를 수 있을까. 둘째아이를 잡아서 앉혀놓고 “수아가 아니라 언니라고 해야 한다”고 누누히 가르쳐도 도통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조건 ‘수아’다. 수아라는 이름이 받침이 없어 부르기 쉽고 따라하기 쉬운 장점이 있어서일까! 아이가 언니한테 무조건 이름을 부르는 걸 그냥 내버려둬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남편과 상의 끝에 결론을 내렸다. 집에서도 큰딸한테 ‘수아’라고 부르지 않고, 가능하면 ‘언니’라고 부르기로. 애들 아빠도, 나도 이제는 큰딸을 ‘언니’라고 부른다... 그랬더니 어제부터인가부터는 ‘언니’라는 호칭이 아란이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발음이 힘들었는지, ‘~니’라고 하더니, 이제는 ‘언니’라고 제법 잘 말한다. 덕분에 수아의 표정도 밝아졌다. 또 동생 아란이를 돌보는 일도 더 열심히 하는 눈치다. 간식도 잘 챙겨주고, 동생 입 주의에 묻은 음식물도 잘 닦아주고, 심지어는 약도 먹여준다... ‘언니’라는 호칭을 들으니, 언니로서의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되었나 보다.




당분간 우리 집에서 큰딸 수아의 호칭은 ‘언니’가 될 듯하다. 이참에 남편과 나의 호칭도 바꿔볼까 고민중이다. 최근까지 ‘오빠’라고 주로 불렀는데,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수아 아빠’도 아닌 것 같고... ‘자기’라고 부를까? 아니면 다른 애칭을 붙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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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수면 거부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저희 아기는 만 7개월 된 아기인데요, 밤이고 낮이고 졸려서 눈을 비비고 머리를 박으면서도 자는 것을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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