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c68acebcb79c6cccb508251b15ff7e. » 백일 넘은 아들. 초롱초롱한 눈에 눈곱이 달리면 속상하다. 어서 눈물길이 뚫리길. photo by 양선아



민규는 태어난 뒤로 죽 눈곱을 달고 살았다. 자고 일어나면 눈에 눈곱이 주렁주렁 달려 매번 식염수를 묻힌 솜으로 눈을 닦아줘야 했다. 신생아라 잠을 많이 자서 눈곱이 많으려니 했다. 그러다 생후 1개월 때 예방접종하려 소아과에 간 김에 소아과 선생님께 눈곱에 대해 물었다. 의사는 안약을 처방해주며 눈 마사지를 많이 하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의사가 “눈 마사지 많이 해주세요”라고 한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약국에서 의사가 처방해준 안약 성분에 대해 물으니 약사는 항생제 성분이라고 말해줬다. 될 수 있는 한 항생제를 멀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나는 ‘태어난 지 1개월 밖에 안된 아기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다니 그 의사 이상한 의사네’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는 그 병원에 가지 않겠다며 소아과를 바꿔버렸다. 또 눈 마사지를 해주면서 하루에 4번 안약을 넣으라는 의사 지시도 따르지 않았다. 항생제 성분의 안약을 넣는 게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눈 마사지도 생각날 때 해줬을 뿐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 뒤로 민규의 눈곱 양은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주렁주렁 달릴 때가 많았다.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려니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한 달 전쯤 난 의사 지시를 따르지 않은 죗값을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안약도 넣지 않고 눈 마사지도 않아 아이 눈 상태를 악화시켜버렸다. 아이 눈물길이 선천적으로 막혀 그런 것이었는데, 눈 마사지를 잘 해주지 않아 아이 눈에 염증이 생기도록 만든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쓸 것이다.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한 달 전 어느 날, 자고 일어난 아이 흰자위가 새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민규는 눈물을 줄줄 흘렸고, 마치 결막염에 걸린 아이 같았다. 놀란 나는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달려갔다. 소아과에 가면서도 난 눈물길이 막혀 그럴 것이라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아이가 눈을 비벼 염증이 생겼나 했다. 소아과 의사는 “눈물길이 막혀 그런 것 같으나 혹시 눈 질환이 있을 수 있고, 시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안과에 가서 자세한 검진을 받아보라”고 말해줬다. 시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에 놀란 나는 부랴부랴 안과를 찾았다.



안과 의사는 눈물샘과 눈물길의 구조가 그려진 그림을 보여주며, 눈물길이 선천적으로 막혀 그렇다고 자세히 설명해줬다. 의사는 마사지를 해줘도 안 뚫리면 신생아라 마취도 못하고 철사로 눈물길을 뚫어줘야 하니 그런 일 안 생기려면 열심히 눈 마사지를 하라고 조언해줬다. 철사로 아이 눈을 찌를 생각을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야 난 왜 눈 마사지를 열심히 해줘야 하는지, 안약을 넣어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의사는 눈 마사지를 대충 하면 효과가 없다며, 정확히 눈 안쪽에 동글동글하게 만져지는 눈물주머니를 마사지해줘야 한다고 설명해줬다. 그 설명을 듣고 나니 내가 이제까지 한 마사지는 ‘엉터리 마사지’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의사는 한 달 정도 눈 마사지를 해주면서 안약을 넣고 다시 눈 상태를 보자고 말했다. 그 뒤로 난 열심히 아이 눈 마사지를 해주고 있고, 안약도 하루에 4번 넣어주고 있다. 눈을 눌러줄 때마다 아이가 너무 싫어해 안타깝지만, 수술을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해주고 있다. 아이 눈물주머니를 누를 때마다 고름처럼 생긴 눈곱이 많이 나온다. 며칠 전 한 달이 돼 안과에 가 의사에게 아이 눈 상태를 점검 받았는데 여전히 눈물이 많이 고이는 상태라며 한 달 더 열심히 마사지를 해보라고 했다. 안약 처방도 다시 받았다. 걱정이 많이 되지만 많은 아이들이 마사지만으로도 눈물길이 뚫렸다고 하니, 민규의 눈물길도 다음 달에는 뚫리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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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눈물길이 막히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소아사시센터 백승희 교수에게 도움을 받았다. 위 그림을 보면서 눈물이 어떻게 빠지는지, 눈물길이 좁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해보자.



눈물은 위아래 눈꺼풀에 난 구멍을 통해 눈물길로 들어가 코 속으로 빠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 눈물길이 좁거나 막혀 있으면 눈물샘에서 만들어져 눈 표면으로 나온 눈물이 원활하게 코 속으로 빠지질 못하게 된다. 그러면 눈물이 눈꺼풀 바깥쪽으로 넘쳐나고, 눈물길의 막힌 위치보다 위쪽으로 눈물이 고이면서 눈곱도 쌓이고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백 교수는 “신생아의 경우 눈물길이 막히는 것은 주로 선천적으로 채 뚫리지 않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아기가 자라면서 뚫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즉시 수술적인 처치를 하지는 않고 눈곱이나 이차감염을 줄이기 위한 안약을 쓰면서 눈물길의 아래쪽으로 압력을 주도록 마사지(마사지 방법은 아래 사진 참조. 김안과 병원 제공)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사지를 매일 하면서 기다렸는데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생후 6~12개월 사이에 탐침(probe)를 써서 뚫고, 다시 막히거나 생후 12개월이 많이 지났다면 눈물길을 다시 뚫고 실리콘 관을 넣는 수술을 한다고 한다. 어른의 경우에는 후천적으로 눈물길이 패쇄될 수도 있는데, 안면부에 외상이나 코 안 질환이 눈물길 패쇄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백 교수는 또 아이가 백일이 넘도록 엄마와 눈을 맞추지 않고 세상일에 도무지 관심이 없어 보이면 안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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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난 우리 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눈물과 눈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눈의 구조는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 이것이 아이를 키우는 또 다른 맛이 아닐까.



또 항생제가 나쁘다며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도 알게 됐다. 애초 처음에 의사가 눈물 마사지를 하고 안약을 처방했을 때, 난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의사에게 질문을 했어야 했다. 하긴 대기 환자가 너무 많은 그 소아과에서는 내가 자세하게 질문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처음 의사가 좀 더 친절하게 눈의 구조도를 보여주며 내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어쨌든 지금은 눈 마사지와 안약의 중요성을 알게 됐으니 다행이지만 말이다.

 

신생아의 눈에 눈곱이 많고 아이가 눈물을 잘 흘린다면 그냥 넘길 일은 아님을 기억하자. 소아과나 안과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르자. 나처럼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일은 없도록 말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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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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