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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월 차에 접어든 케이티는 요즘 한창 '스스로 하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지퍼를 스스로 올리고 싶어 하고, 옷을 혼자 입거나 벗어 보겠다고 이 팔 저 팔 휘저어대며 점퍼와 실랑이를 한다. 바지도 혼자 입으려고 낑낑대며 바지 가랑이에 제 다리를 한짝 씩 집어넣기도 한다. 몇 번 그러다보면 얼떨결에 제법 성공적으로 입고 벗을 때도 있다. 그 모든 것이 한창 귀엽고 예쁠 때이지만, 내가 그저 웃어넘기기엔 아픈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케이티가 양말과 신발을 들고 실랑이 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 


클리펠 트리나니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 중에서도 꽤 드문 편에 속하는 우리 아이는 양말도, 신발도 짝짝이로 신어야 한다. 왼쪽 양말은 일반 유아용 양말을 신지만, 오른쪽 양말은 청소년용에 가까운 사이즈여야 겨우 발에 맞춰 신을 수 있다. 신발도 왼쪽은 보통 사이즈이지만, 오른쪽은 케이티가 아니면 누구도 신을 수 없는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다. 아이가 양말과 신발을 스스로 신어보겠다고 현관문 앞에 앉아 낑낑대는 걸 보고 있으면 우습기도, 슬프기도 해서 그냥 말없이 바라보게 된다. 아직 왼쪽 오른쪽 구분이 되지 않는데다 제 다리가 짝짝이라는 걸 알지 못하는 케이티는 작은 왼쪽 양말과 신발을 오른쪽 발에 대고 한참을 애쓰다 결국 성질을 내며 뒤로 뻗는다. 그제서야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말한다. "케이티, 오른쪽에 맞는 양말은 이거야. 이건 엄마가 해도 어려울 때가 많으니까 네가 못하는 건 당연한 거야. 엄마가 도와줄게." 


그렇게 신발을 신고 나가면, 아이는 신이 나서 종종걸음으로 이리저리 걸어 다닌다. 오다가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개 아이의 짝짝이 신발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어린 아이들은 호기심에 고개를 갸우뚱, 하기도 하고 직접 부모에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어른들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자연스럽게 답해 준다. "응, 아마 오른쪽 발이 왼쪽 발이랑 크기가 다른가봐." 그리고 그 어른들은 내게 웃으며 말을 건넨다. "몇 살이에요? 잘 걷고 잘 노네요."  '다리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라는 말이 괄호 속에 들어가 있긴 하겠지만, 굳이 아이 다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 여름철에 반바지를 입혀 놀이터에 나가면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대개 내 설명을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며 "잘 걸으니 다행이네요" 한다. 

 

한번은 놀이터에서 만난 한 아저씨가 케이티의 다리를 알아보고 먼저 이렇게 말을 건넨 적도 있다. "이거, 림프기형의 일종이지요? 내 친한 친구의 아들 녀석이 이런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데, 비슷해 보이네요." 그런 그에게 나는 반가움 반, 놀라움 반으로 물었다. "이 아이, 잘 자랄 수 있을까요? 다리 때문에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제 없어요. 내 친구 아들 녀석, 학교에서 친구도 많았고 성격도 쾌활해서 아주 괜찮은 아이로 자랐어요. 지금은 작업/물리치료사로 일해요."


한눈에 보아도 짝짝이 다리인 것이 훤히 드러나지만, 이곳 사람들은 내 아이의 짝짝이 다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양육자인 내게 미소와 격려를 건넨다.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나는 아이와 밖에 나서는 순간부터 어떤 시선과 질문, 표정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여기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충분히 그런 유추를 해낼 수 있다. 놀이터에서 만난 한 한국인 아빠는 "아빠, 쟤 신발은 왜 저렇게 커?" 하고 묻는 아이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러게..글쎄.."하고 말끝을 흐리며 내 아이에게 안타까운 시선을 던졌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교회에서 전도차 나온 한 한국인 여성은 오른다리를 훤히 드러낸 채 내게 안겨 있는 아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하다는 시선을 마구 던졌다. 그냥 좀 자연스럽게, 때로는 유쾌하게 받아들여줄 순 없는 걸까? 짝짝이 다리를 가졌다고 해서 무슨 비극의 주인공인 것만은 아니고, 짝짝이 다리를 가진 아이의 엄마라고 해서 항상 슬프고 힘든것도 아니다. 남들이 느끼는 육아의 즐거움과 행복과 어려움 모두 같이 느끼며 산다. 아픈 아이의 엄마라고 해서 늘 그렇게 안타깝게만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짝짝이'는 결국 '똑같지 않음', '다름'을 의미한다. 이곳은 아무래도 한국에 비해 이 '다름'에 좀 더 익숙한 사회인 것 같다. 일례로, 흐린 가을날 이곳 사람들의 옷차림은 상상을 초월하는 '짝짝이' 투성이다. 누구는 패딩점퍼에 샌들, 그 옆 사람은 두툼한 긴팔 후드티에 얇은 반바지, 그 앞 사람은 나시티에 추리닝 바지를 입고, 또 그 옆 사람은 쫄쫄이 레깅스에 기장 짧은 후드티 하나 걸친 차림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선 좀체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물론 미국은 이 '다름'에 익숙하다 못해 무심한 지경에까지 이르러서 누가 무슨 얘길 해도 '나는 나고 너는 너, 그러니까 너도 옳고 나도 옳아' 모드로 나가는 때가 많은 것이 문제지만, 한국은 짝짝이에 너무 익숙하지 않아서 문제다. 그러니 아픈 아이들, 생김새가 다른 아이들은 놀이터에도 못 나가고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기 일쑤. 밖에 나가면 쌩하거나 안타까운 시선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친구도 없이 쓸쓸히 구석진 데서 놀기 십상이다.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꾸 소외되는 건, 우리가 그들을, 짝짝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가 엉뚱한 일에 고집을 부려 애먹이는 일이 많다는데, 그 예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짝짝이 양말'이다. 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가겠다고 고집 부리는 아이, 한겨울에 반팔 티 하나 달랑 입고 나가겠다는 아이, 한여름에 털잠바 입겠다고 버티는 아이들. 한겨울의 반팔 티는 건강 문제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짝짝이 양말 정도는 좀 봐주면 어떨까? 그날 그날 기분과 상황에 따라 짝짝이를 신을 수도 있다는 걸, 그래도 된다는 걸 알고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에는 짝짝이 양말, 짝짝이 신발을 신을수 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휠체어를 '장애인이 타는 특수 장비'로만 보지 않고 누구든 걷기 힘들 때 쓸 수 있는 이동수단이라고 일러주는 어느 어린이책의 한 장면처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가, 엄마 아빠가 조금 참아줘야 한다. 내 아이가 짝짝이 양말, 짝짝이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갈 수 있게 보아 넘겨 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짝짝이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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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슬
'활동가-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막연했던 그 꿈에 한발 더 가까워진 것은 운명처럼 태어난 나의 아이 덕분이다. 아이와 함께 태어난 희소질환 클리펠-트리나니 증후군(Klippel-Trenaunay Syndrome)의 약자 KT(케이티)를 필명으로 삼아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라는 제목의 연재글을 썼다. 새로운 연재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은 아이책, 어른책을 번갈아 읽으며 아이와 우리 가족을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내 아이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함께 잘 키워내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글과 삶을 꾸려내고 싶다.
이메일 : alyse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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