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1_4.JPG » 인터넷 게시판에 ‘동생이 없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떠도는 만화. 부모들이 돌려보며 극렬 공감한다. 인터넷 화면 갈무리결혼이란 제도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는 ‘발끝을 대고 잘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외로운 밤, 쓸쓸한 밤, 피곤한 밤, 무서운 밤, 길고 긴 밤에 자고 있는 남편의 몸 어딘가에 슬며시 내 발끝을 갖다댈 때면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안전하고 따뜻한 느낌에 스르르 잠이 들곤 했다. 그렇게 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이 난다. 남자와의 잠자리와 남편과의 잠자리는 조금 다른 차원이다.


결혼 생활 6년 동안 이 안온함이 깨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곤란이가 태어났을 때도 예상하지 못했다. 막 태어나 집에 온 곤란이는 그 작은 몸을 침대 옆 요람에 눕혔다. 우리는 여전히 침대에서 발가락을 대고 잤고, 밤잠 잘 자는 순둥이 곤란이는 요람에서 조용히 잠을 잤다.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은 곤란이 생후 2개월 즈음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3.9kg으로 우량아의 기운을 슬쩍 풍기던 아기는 2개월이 지나가면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금세 5kg을 넘어 6kg, 7kg으로 몸집을 불려갔다. 게다가 잘 때 팔을 쩍 벌려 대(大)자로 잔다. 더 이상 앙증맞은 요람 따위는 아기의 잠자리가 될 수 없었다. 욕심내서 눕혔더니 아기가 지금 뭐하는 짓이냐며 짜증을 낸다. 그렇다면 내 아기의 잘 곳은 어디인가?


우리만 침대에서 자고 아기를 바닥에 요 깔아 재우자니 뭔가 아기에게만 먼지를 먹이는 것 같아 미안했다. 게다가 밤중에 한두 번쯤 수유를 해야 하고, 혹시 아기가 깨서 울지는 않는지 체크하려면 아기를 손 닿는 곳에 두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 침대에서 빠져줘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젖이 나오지 않는 사람, 남편이다.


그렇게 남편은 침대에서 쫓겨났다. 침대 밑에 요를 깔 자리도 어정쩡해 남편은 아예 다른 방에 가서 자게 됐다. 이래저래 불편하게 잠을 자게 된 남편이 안쓰러워 아예 내가 마루에 요를 깔고 아기와 잠을 청해보기도 했다. 그랬더니만 침대 생활에 익숙해진 내 허리가 비명을 지른다. 그렇다면! 산후조리 필요 없는 남편이 고생하는 게 낫다.


하여 기약 없는 두 이불 생활이 시작됐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리가 없다. 이미 10kg을 넘어버린 아기를 자그마한 아기 침대에 재울 수도 없고, 이제 뒤집기를 시작한 아기를 홀로 어린이 침대에 재울 수도 없고, 다 같이 요에 자기엔 몸이 불편하고, 침대를 킹 사이즈로 바꾸어도 셋이 자기엔 무리다.


딴 방을 쓰게 된 남편은 어느새 하숙생 모드로 돌입했다. 내가 아기를 젖 물려 재울 때면 쓱 방으로 들어가 뭔가 게임을 하다가 밤이 깊으면 쓰러져 잔다. 나는 이 생활이 너무나 무료하게 느껴져 ‘부부 아기 잠자리’ ‘6개월 아기 잠잘 때 어떻게’ 등의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에 열을 올렸지만 어느 곳에서도 무릎을 팍 칠 만한 답을 얻지 못했다.


예전에 ‘각방 쓰는 무늬만 부부’ 사연을 취재한 적이 있다. “아기 출산 뒤 슬슬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던 부부가 왜 그렇게 많았는지 이제야 이해된다. 어찌할 것인가, 어찌할 것인가. 오늘 밤도 답을 찾지 못한 채 품에 아이를 안고 발가락을 허공에 꼼지락거리며 나는 잔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임지선 기자
<한겨레21> 기획편집팀, 사회팀, <한겨레> 사회부 24시팀을 거쳐 현재 오피니언넷부에서 일하고 있다. “결혼 생각 없다”더니 한 눈에 반한 남자와 폭풍열애 5개월만에 결혼. 온갖 닭살 행각으로 “우리사랑 변치않아” 자랑하더니만 신혼여행부터 극렬 부부싸움 돌입. 남다른 철학이라도 있는양 “우리부부는 아이 없이 살 것”이라더니 결혼 5년만에 덜컥 임신. 노키드 부부’로 살아가려던 가련한 영혼들이 갑자기 아기를 갖게되면서 겪게되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나누고자 한다.
이메일 : sun21@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sunny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80342/da1/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216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다짜고짜 아슬아슬 성교육, 아들 답이 걸작 imagefile [29] 신순화 2012-03-04 233886
2163 [김외현 기자의 21세기 신남성] 남편이 본 아내의 임신 - (5)성(性)의 도구화 image [1] 김외현 2012-05-14 156146
2162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40대 유부녀가 제대로 바람나면? imagefile [11] 신순화 2012-04-10 128528
2161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도끼질 하는 남편 imagefile [12] 신순화 2011-10-21 126927
216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엄마,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요!' imagefile [11] 신순화 2012-04-03 94448
2159 [김미영 기자의 공주들이 사는 법] 4.19kg의 거대아(?) 출산후기 1 imagefile [7] 김미영 2012-03-27 94114
2158 [김연희의 태평육아] 노브라 외출, 사회도 나도 준비가 안됐다 imagefile 김연희 2011-08-19 93470
2157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미안하다 딸아, 겁부터 가르쳐야하는 엄마가 imagefile 양선아 2010-07-23 85306
2156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엄마, 딸딸이가 뭐예요?" 엄마와 아들의 `성문답' imagefile [9] 신순화 2013-04-09 80541
215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둘째 만들기 작전, 밤이나 새벽이나 불만 꺼지면 imagefile [15] 홍창욱 2012-02-13 73804
2154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나는 멋진 아내다 imagefile [24] 양선아 2012-05-18 68515
2153 [사진찍는 엄마의 길 위의 생각] 어느날 남편이 말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24] 빈진향 2013-11-25 66168
2152 [김미영 기자의 공주들이 사는 법] 캐리비안베이의 로망과 실망 imagefile 김미영 2010-08-31 62249
2151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일본에서 며느리살이,이보다 더 가벼울 수 없다 imagefile [7] 윤영희 2013-03-18 60035
215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여섯 살 둘째, 잠자리 독립하다!! imagefile [5] 신순화 2012-08-28 58695
2149 [김연희의 태평육아] 대충 키우는 ‘태평육아’, 대충 잘 큰다 imagefile [9] 김연희 2011-10-13 56954
2148 [김연희의 태평육아] 어머...나는 변태인가? imagefile [3] 김연희 2011-10-20 55880
214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10년만의 가족 여행, 여친때문에 안 간다고?? imagefile [11] 신순화 2012-06-11 55777
2146 [최형주의 젖 이야기] 지글지글 끓는 젖 imagefile [5] 최형주 2013-10-25 55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