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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방학으로 나의 비상근무가 시작되었다.
금요일 방학하던 날 놀이동산에서 밤 열시까지 야근에, 그 다음날은 친정조카까지 와서 근처
개울가에서 반 나절 특별 근무를 섰고, 그 주에 또 동물원으로 출동해 밤 아홉시까지 유모차를
밀고나니 몸이 천근 만근이다. 그러나 염천 더위에 세 아이랑 집에서 지내는 일도 쉬울리 없다.
세 끼 밥에 두어 번 간식 챙겨주는 것도 땀 나지만 쉼 없는 세 아이의 주문과 요구는 그야말로
혼을 쏙 뺄 지경이다.

 

그래서!!!
방학을 견뎌내는 나의 사상과 투쟁이 시작되었다.

 

* 우선, 밥 먹는 방식을 바꾸었다. 그전처럼 밥 뜨고 반찬 차리는 것에서 뷔페식으로 바꾸었다.
커다란 식탁에 준비한 반찬그릇과 접시를 놓으면 각자 제 접시를 골라 반찬 담고 밥 떠서
작은 상에 앉아 함께 먹는다. 식사후엔 반찬 뚜껑 덮어 냉장고에 넣고 접시만 씻으면 된다.

 

* 아침과 점심은 최대한 간단하게, 저녁엔 작정하고 반찬 만든다.
더운 아침부터 지지고 볶을 수는 없는 일, 전날 반찬과 때로는 빵이나 달걀등으로 간단한 아침,
점심엔 국수도 자주 먹는다. 저녁엔 볼륨있게 새 반찬 한 두 가지 해서 먹는다.
이마저도 너무 더운 날엔 근처의 저렴한 밥집도 이용한다. 다행히 집 주변에 정갈하고 저렴한
가정식 백반을 내 놓는 집이 있다.

 

* 도서관이나 기타 시원하고 조요한 곳을 찾아 몸과 마음을 식힌다.
우리집 근처에 '군포 물말끔터'라는 곳이 있다. 예정의 하수처리장을 새단장하여 견학,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는데 위치가 외지다보니 관람객이 별로 없다. 늘 가면 우리뿐이다.
2층 돌며 구경하고 3층에 있는 간이 도서관에서 실컷 책 읽다 오면 딱이다. 간이 도서관이지만
책 구성이 아주 훌륭하고 무엇보다 이용객이 거의 없어 우리 방이나 다름없다.

 

* 집안일은 아이들과 함께 한다.
방학 하는 날, 집안일을 나누어 맡았다. 큰 아이는 두 마리 개들 물 챙겨주기와 저녁 설걷이를
함께 하고, 여섯 살 둘째는 현관 신발 정리, 세 살 막내는 밥 먹을때 상 다리 펴기, 물 떠오기를
맡았다.(제 멋대로 하지만 방해만 안 해도 땡큐다)
자고 일어나면 제가 잔 이불은 제가 개켜야 한다.(물론 무거운 이불 나르기는 내가 도와준다)
이밖에 빨래 걷어오면 제 빨래 골라 개켜 옷장에 넣기, 청소할때 물건 정리하는 것 함께 하기등도
하고 있다.
역할을 맡고 제대로 하기까지 며칠 집안이 들썩거리게 싸우고 난리를 쳤지만 그럭저럭 자리를
잡았다. 이 밖에도 종일 뒹굴거리는 세 녀석들에게 할 수 있는 한 집안일을 많이 시키려고 무지
머리 굴리고 있다.

 

* 3-4일에 한번쯤 대중 교통을 이용해 멀리 외출을 한다.
덥다고 집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아이들 의견을 물어 가고 싶은 곳을 함께 간다.
그동안 놀이동산과 동물원, 야외수영장을 다녀왔다. 다음주엔 고궁과 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밖에 나가면 둘째 챙기는 것은 큰 아이 몫이고 짐 챙기기와 유모차는 반드시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
정해져 있다.

 

* 친구집에 놀러갈 때도 있지만 방학엔 되도록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큰 아이는 학교 다닐때 매일 여섯시까지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다 오곤 했다.
그래서 방학엔 제일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내기로 했다. 학원을 안 다니므로 아이들은
종일 붙어서 싸우고 웃으며 함께 지낸다. 방학은 가족과 학기에는 학교와 친구들과 밀착되어
지내는 것이다.

 

* 계란 후라이, 쌀 씻기, 라면 끓이는 법을 마스터 한다
열살 큰 아이는 방학 중 위 세 가지를 마스터 하고 있다. 이 세가지만 능수능란하게 하면
적어도 밥 굶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잘 하면 압력솥에 밥 하기도 시켜볼까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무엇보다 제가 먹을 음식은 제가 하는 것, 이것이 내 교육의 가장 큰 목표다.
아직은 가스를 다루고 요리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조금씩 도전 중이다.

 

이렇게 써 놓고 나니까 내가 아이들을 아주 잘 통제하고, 아이들이 반듯하게 제 몫을 잘
해내는 착한 아이들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귀차니즘의 대가인데다 게으르고
한 성질 하는 엄마인데다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명랑하고 밝으나 목소리 크고
따지기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하기 싫은 일은 꼼짝을 안 한다.
그러니 매번 투쟁이고 싸움이다. 그래도 더운 날 땀나게 지지고 볶으며 그럭저럭 세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보낸다.

열 살이된 큰 녀석은 내가 조금만 약속을 안 지키거나 말을 잘못하면 가차없이 지적질이다.
흥분해서 말을 틀리기라도 하면 얄밉게 집어낸다. 사소한 규칙 하나 뿌리 내리려면 징그럽게
싸우고 다투고 설전을 벌여야 하지만 그만큼 끈끈하게 엄마와 동생들과 얽혀 지낸다.

세아이와 온 종일 함께 보낸 첫날은 너무 힘들어서 멘붕이 올 정도였지만 열흘정도 지나면서
방학을 함께 보내는 리듬이 어느정도 잡혔다. 무엇보다 세 아이 모두 검게 그을려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돈 쓰고 몸 고단한 멀리가는 휴가대신 집에서 맛있는 음식 자주 먹으며 지내기로 했다.

징그럽게 덥긴 하지만 밤엔 시원한 집이니 고맙게 생각하고 더위보다 더 뜨겁게 세 아이랑
지내는 동안 여름도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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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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