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울 때는 삽을 깊게 파는 것이 좋다.
그래야 뿌리가 상하지 않는다.
마음을 크게 가지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로서 내 마음이 깊어야 한다.

                  - <엄마 교과서> / 박경순 중에서 -



7살, 13살 고집센 두 아이를 키우며
벌써 몸 속에 사리가 생긴 듯한 나는, 이 글을 읽는 순간 한숨부터 났다.
그동안 겪어왔던 엄마로서의 속앓이와 밑도끝도 없이 참고 또 참아온 세월들,
육아책이나 유명한 육아멘토들이 시키는 대로
지난 13년동안 얼마나 많이 마음을 비워왔는데
아니. 아직도 마음의 깊이를 더 파야한다구??

초등 고학년에 들어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것이다.
아이 키우기가 정말 힘들다는 걸 말이다.
내 몸이 좀 힘들어도 영유아기나 초등 저학년 시기까지는
정말 낭만적이고 행복한 시기였구나, 하는 걸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내 속으로 낳은 아이가 미워지는 순간이다.

수도 없이 내 마음을 비워내고 퍼내면서, 참고 기다리고 용서했으니
이쯤이면 저도 알겠지.. 싶을 때마저 성장이나 변화는 커녕 퇴행까지 일삼는
아이를 지켜볼 때,  속이 타고 썩는다는 건 이런 기분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아이가 밉거든 엄마의 마음 속에서 아이의 나이를 내려라.
미운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내려라.
일곱 살, 다섯 살, 세 살... .
그리고 거기서부터 다시 키워라.

음.. 그런.. 건가요..
책을 읽으며 어쩐지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정신분석학 전문가이면서도 실제 세 아이를 키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라
일단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어느 스님은 몇 년 동안 벽만 바라보며 참선했다지만,
나는 자녀 키우기는 일이 그보다도 훨씬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인간의 마음을 오랜 세월 들여다보는 공부를 하며
세 아이를 키운 분도 이럴진데
내가 겨우 두 아이 키우며 한숨짓는 건 당연한가..싶어 어쩐지 위로가 된다.

한 주의 긴장이 조금 풀리면서도
이번주 안에 해결해야 할 일들을 얼른 정리하고
네 식구와 함께 보내는 주말을 또 준비해야 하는 금요일 아침.
신순화님의 앵두 이야기를 읽는데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수국과 앵두와 6월, 그리고 두 아이의 생일.
어떻게 우린 가상공간같기만 한 이 곳에서 이런 인연으로 만났을까.
나와 크게 다르지 않게 아이와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훌륭한 전문가의 의견이나, 육아책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 복잡하고 험한 세상에서, 순리를 따르며 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잃지않고 살아가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있으니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베이비트리 아이들 중엔
순화님네와 우리집 첫째들이 젤 큰오빠, 언니인 것 같다.
이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어른으로 성장할 때 까지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오랫동안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엄마의 육아이야기를 통해, 내 마음을 다시 돌아보고
아이를 키우는 마음의 깊이를 더 깊게 파는 연습을 오랫동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 교과서>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데,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나선형, 즉 나사를 돌리듯 들여다보는 것이다고 말한다.
나사를 돌릴 때처럼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 같지만 마음을 보는 깊이는 달라진다고.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깊고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오랜 시간 깊이 들여다보는 연습이 아닐까 싶다.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엄마는 그저 아이들의 포대기가 되고, 기저귀가 되어주어야 한단다.
이런 긴 시간들이, 아이들 마음 뿐 아니라 엄마인 나의 마음도
찬찬히 다시 돌아보는 시간으로 삼는다면 나 스스로도 얻을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

이제 며칠 뒤면 큰아이 생일이다.
순화님네를 비롯한 6월, 이 좋은 계절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의 생일을 축하하며
생일 케이크 사진을 올려본다. 아이들이 한 살을 더 먹어갈수록
아이 내면의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우리 엄마들,
마음의 깊이를 더 깊이 파 보아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면 깊이 파는 수고로움이 좀 덜해지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도 모두 화이팅입니다.^^*


DSCN4987.JPG


**제가 그동안 찍은 6월의 수국 사진들.
메르스로 지친 마음, 이쁜 꽃들로 기분전환했으면 싶어 대방출합니다.ㅎㅎ
가족과 함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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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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