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시리즈 글을 읽으신 몇몇 분들이 의문을 제기하신 게 있습니다. ‘마흔살 아빠가 어떻게 여덟살 아들한테 질 수가 있느냐’, ‘둘이서 경기를 하는데 어떻게 점수가 나느냐’ 등등. 이미 이전 글에 설명이 녹아들어가 있지만 조금 더 친절하게 ‘부자 야구’ 경기 규칙을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FAQ
 
 Q. 이거 실제로 하는 야구 맞습니까? 둘이서 어떻게 점수를 낸다는 거죠?
 
 A. 네, 야구 맞습니다. 아빠와 아들은 타자와 투수를 번갈아 합니다. 포수는 벽이 대신하고, 야수는 없습니다. 타자는 공을 치고 달려 공보다 먼저 1루에 도착하면 안타입니다. 그 뒤 주루 플레이는 가상으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타석에서 1루에 나갔고, 두 번째 타석에서 타자가 안타를 쳐서 2루까지 진루하면 주자는 2,3루가 되는 식입니다. 그 뒤 1루타가 나오면 3루에 있는 주자는 홈으로 들어와서 1점이죠. 주자는 1,3루가 되고요.
 
 Q. 초딩이랑 진짜 야구공으로 하는 건 아니겠죠?
 
 A. 네, 그렇습니다. 시시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문방구에서 산 1000원에 2개짜리 스펀지공을 공인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테니스공으로 업그레이드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안전을 위해 스펀지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맞혀 아프게 하거나 남의 집 유리창을 깨면 안 되니까요. 그래도 실밥 없는 공이지만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까지 구사가 됩니다.(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방망이는 플라스틱 재질입니다. 

공.jpg
 
 Q. 1,2,3루 베이스는 뭘로 하죠?
 
 A. 공터에 있는 지형지물을 활용하면 됩니다. 저는 아파트 공터 배수구 판을 베이스로 애용하고 있습니다.
 
1루.jpg


 Q. 심판도 없다면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어떻게 하죠?

 A. 둘이서 합의 판정을 합니다. 90% 이상 의견이 일치됩니다. 가끔 의견이 엇갈릴 때는 아들한테 유리하게 판정합니다. 애랑 싸우면 안 되니까요.
 
 Q. 왜 6회로 끝내나요? 야구 경기는 9회까지인데요.
 
 A. 기본적으로 완투해야 하는 상황이고 타격도 마찬가지여서 9회까지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매우 큽니다. 해보시면 압니다.
 
 Q. 그런데 아빠는 왜 매일 지죠? 아들이 야구천재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아들은 한 이닝에 3아웃의 공격권을 갖지만 아빠는 한 이닝에서 1아웃만 되면 공격 끝입니다. 아빠는 기본적으로 2아웃 상황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셈이지요. 투구 거리도 1미터 이상 차이가 나는 핸디캡이 있습니다. 최근 아들의 한 이닝을 2아웃으로 끝내자는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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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차전 경기 결과 상보 
 
 오늘 7차전이었다. 1회초를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막고 2회초에 4실점했다. 기회는 바로 찾아왔다. 2회말 공격적인 배팅으로 대거 9득점, 빅이닝을 연출했다. 3회초에 4점, 4회초에 2점을 내줬지만 여전히 나의 9-6 리드였다. 녀석의 추격은 5회에 더 집요했다. ‘몸에맞는공’ 2개에 적시타, 볼넷과 3루타 등을 버무려 11-9, 경기를 뒤집었다. 승기를 잡은 녀석은 5회말 내 공격을 루킹 삼진으로 끝내버렸다. 3,4,5회 무실점 투구. 무서운 집중력이었다.
 
 나도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6회초 한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삼진 2개와 내야땅볼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이제 내게 남은 마지막 공격. 점수는 2점차.

 녀석의 제구력 난조를 기대하기보다 적극적인 공격이 필요했다. 첫 타석에 녀석의 공을 강타했다. 우월 3루타. 이어진 적시타로 11-10, 한 점차로 따라붙었다. 녀석이 던지는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않고 2루타를 만들었다. 3타자 연속 안타로 주자 2, 3루. 이어 나올 안타는 ‘끝내기’가 될 것이 분명했다.
 
 6회말 4번째 타석. 잔뜩 긴장한 녀석이 초구를 힘차게 뿌렸다.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빗맞은 공이 녀석의 머리 위로 떠버렸다. 저걸 잡을까, 잡을 수 있을까...
 
 그런데 공은 녀석의 글러브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경기 끝.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1루 베이스 근처에서 주저앉았다. 저 공을 잡다니... 저 공을 잡다니...
 
 무패 행진을 이어간 녀석은 마지막을 이렇게 회상했다.
 
 “아빠, 공이 떴을 때 ‘이제 이 공만 잡으면 경기가 끝날 것이다’라고 생각했어. 흐흐.”
 
 부자시리즈 7차전 중 최고의 명승부였다. 그러나 명승부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그나마 수확이 있다면 타격에 임하는 녀석의 약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녀석도 이 글을 보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 8차전은 이길 수 있을까...
 
 
 *5월23일 개인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보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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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서른두살 차이 나는 아들과 마지못해 놀아‘주다가’ 이제는 함께 잘 놀고 있는 한겨레 미디어 전략 담당 기자.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친구 같지만 권위 있는 아빠가 되는 게 꿈이다. 3년 간의 외출을 끝내고 다시 베이비트리로 돌아왔다.
이메일 : dokbul@hani.co.kr      
블로그 : plug.hani.co.kr/dokb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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