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이 윤택해져서일까요?
요즘 아이들은 악기 2개 다루는 건 기본이라고 합니다.
미디어에서 조명되는 '엄친아'들을 보면, 꼭 악기 하나는 참으로 잘하더군요.
음악교육은 몇살부터 하면 좋다, 뭐부터 배우면 좋다 등등..
엄마들의 유아 음악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관련 사교육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는 듯 합니다.
엄마들의 높은 관심에 부응하듯 문화센터의 각종 음악 수업, 유아 전문 음악학원 등에 대한 정보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 맞춤형' 음악교육을 시작한 엄마의 이야기가 아닌,
'엄마 맞춤형'으로 엄마가 음악을 취미로 시작하니 아이도 악기를 배우게 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같은과 여자 친구랑 자취를 했었어요.
그 친구는 서태지의 팬이었고, 베이스를 사랑하는 친구였습니다.
저는 그 친구를 참 좋아했는데, 덕분에 베이스도 좋아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베이스를 좋아한다고 바로 악기를 구입하고 레슨을 받을 정도의 형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나중에 배웠으면 좋겠다라는 마음만 먹고 있었지요.
그렇게 마음만 먹은지 10년.
직장생활에 여러모로 지쳤던 어느 날.
베이스를 배우겠다는 생각조차 영영 사치로 남아버릴 것 같았습니다.
일하고 저녁에 애 잠깐 보고 하루가 끝나버리는게 참 팍팍했지요.
나만을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베이스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것인지
마침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실용음악학원이 생겼습니다.
당장 달려가 나는 직장을 다녀 주말 밖에 시간이 안되는데 레슨이 가능하냐 물었어요.
보통 주말엔 선생님들이 레슨을 안하시지만
레슨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하더라구요.^^
그렇게해서 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시간. 베이스 레슨 시간이 저에겐 꿀맛같던 시간이었어요.
가끔 아이를 맡길 상황이 되지 않을 때 햇님군을 데리고 학원에 갔습니다.
처음엔 아이 데리고 온전히 한시간 레슨 받기가 어렵더군요.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않을땐 아이를 데리고 학원을 다녔습니다.
그렇게 제가 베이스를 배운지 열달쯤 지났을까요?
아이가 대뜸 드럼을 배우겠다고 합니다.
5살짜리가 무슨 드럼이냐 싶어서 냅뒀어요.
하지만 드럼을 배우고 싶단 햇님군의 소망은 계속되었고,
결국 만5세를 기점으로 햇님군은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 햇님군이 드럼을 배우러 갔던 초기 시절 모습입니다
드럼 레슨 후엔 비어있는 피아노레슨실에서 피아노도 두드려보았어요^^
아이가 드럼을 배우면서 여러가지 난관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잘 배우고 있고, 가끔 서로 힘들때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힘들어도, 좋아서 시작한거니까 끝까지 해야지"
엄마가 힘들땐 아들이 저렇게 이야기하구요,
아들이 힘들땐 엄마가 저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거나, 아이가 둘 이상일 경우, 엄마가 자기 취미생활을 갖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핑계없는 무덤없다고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정을 하게 되면, 그것을 되게하기위한 방법을 찾기 마련이지요.
생각만 하고, 안되는 이유부터 따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의 음악교육.
엄친아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 아닌,
지친 인생의 휴식처 같은 음악과 친해지는 목적으로
여러분들의 아이를 이끌어보세요.
때론 엄마부터, 내 자신부터 챙겼을 때 생각지도 않은 자녀교육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나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