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가는 요즘.

우리집 아이들 뱃속에는 최첨단 소화기능이 장치되어 있는지,

먹고나서 돌아서자마자 배고프다 아우성이다.

저녁밥이 조금이라도 늦어질 때면, 큰아이가 등을 구부린 채 배를 움켜쥐고 부엌으로 온다.

"엄마.. 배가 너무 고파서.. 숨을 못 쉬겠어요.."

휴..  너도 고프냐? 나는 더 고프다!!

언제쯤이면, 이렇게 쫒기지 않고 밥을 할 수 있을까.

몸이 좀 안 좋다는 핑계로 지난 몇 달동안 밥을 대충 차려먹기 일쑤였는데, 걷기운동 덕분인지 나도 식욕이 좀 돌아와 이번 겨울방학엔 제대로 좀 만들어 먹으려 애쓰고 있다. 아이들이 한창 크려고 그러는지, 너무 잘먹는 게 재밌어 사진을 찍어두다보니 어느새 먹방 사진들이 쌓여가고 있다. 그 중에 식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음식을 중심으로 우리집 먹방 TOP5를, 소개해 보면.


TOP5 ... 단호박 호떡!!

채소를 싫어하는 둘째 땜에 스트레스를 받던 중, 특히나 잘 안먹는 단호박을 삶아 으깨 밀가루나 쌀반죽에 넣어보기로 했다. 송편 반죽, 호떡 반죽에 단호박을 섞어 넣으니, 음~오렌지빛 색깔도 너무 고울 뿐 아니라 반죽이 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아이들 먹기에 딱이었다. 호떡은 여름보다 추운 겨울에 호호 불어가며 먹는 게 제맛! 한입 떼어먹으면 뜨겁게 녹은 설탕과 땅콩이 흘러내리는데, 두 아이는 물론 남편까지 모두 호떡홀릭.. 단호박이 듬뿍 든 줄도 모르고 둘째는 두 볼이 미어지도록 입에 넣으며 순식간에 두 개나 먹어치운다. 늦은 시간까지 잠옷 바람으로 따뜻한 거실에 둘러앉아 뜨거운 설탕이 줄줄 흐르는 호떡을 먹는 주말 아침. 추운 겨울이라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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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4 ... 만두 만들기
아이들과 요리하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둘이 한꺼번에 좁은 부엌에 몰려와 난장판을 만들어놓는게 끔직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쓰는 방법은, 모자분리..?! 내가 있는 부엌과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이 음식을 만들게 하면 된다. 미리 준비한 만두속과 만두피만 차려주면, 둘이서 아주 오~랜 시간동안 만들기에 집중하는데 아이들이 조용한 동안, 부엌에서 느긋하게 밥이나 국을 준비할 수 있어 좋고, 만두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나의 노동력을 줄일 수 있어 자주 쓰는 방법이다. 아이들이 만들다보니, 만두속의 양이 일정하지도 않고 모양도 대충이지만 굽거나 삶으면 별 상관없다. 아직 손놀림이 어눌한 둘째는 누나의 솜씨에 연신 감탄을 하는데, 만두 빚으면서 알콩달콩 수다를 떠는 오누이의 대화는 부엌의 있는 나를 가끔 빵 터지게 만든다.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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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 우와.. 누나 진짜 잘 만든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돼??
누나 : 흥,, 넌 아직 멀었어. 누나처럼 만들려면 넌, 몇 년이나 걸릴걸?!
동생 : ... ...
누나 : 어때? 이번에 만든 건 진짜 완벽하지?
동생 : 응. 누나 진짜 잘 한다..!
누나 : 그렇지? 그럼, '유리 사마'라고 한번 불러봐.('사마'는 일본어로 '님'이란 뜻^^)
동생 : ... ... 유리.. 사마..
엄마 : (부엌에서) ㅋㅋㅋㅋㅋㅋㅋ

TOP3 ... 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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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뭔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진 덕분에, 만두와 비슷한 다른 음식에도 도전해 보았다. 전부터 만들어 보고 싶었던 춘권! 소시지랑 치즈를 넣어 튀겨주면 아이들이 잘 먹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 겨울방학에 처음으로 해 보았다. 춘권피는 만두피보다 넓어서 어린 아이들도 만들기가 쉬웠다. 딱 색종이만한 크기라 색종이로 마는 연습을 하면, 아이들이 요리할 때 이해가 더 쉬울 듯. 아이들은 소시지랑 치즈, 어른은 잡채 남은 걸 넣어 둘둘 말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고구마 으깬 것, 치즈 스틱, 우엉채 조림 등 수분이 많이 없는 재료면 뭐든지 이용할 수 있나 보다. 아이들은 춘권피가 바삭바삭하고 고소해서 좋아하고, 어른들에겐 술안주로도 좋았다. 추운 겨울이니 그냥 튀겨서 먹어도 좋겠지만, 우리집에선 후라이팬에 1cm 정도 기름을 두르고 굽듯이 하는데, 그래도 충분히 잘 익고 맛이 좋았다. 기름도 절약되고 칼로리도 조금 줄일 수 있을 듯.

TOP2 ... 집밥이 아닌, 집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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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빵의 대중화!!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혹은 아이들이 좀 더 크고나면 해보고 싶은 일 중의 하나다. '집밥'이란 말은 내가 한국에서 살던 13년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그만큼 집에서 제대로 밥을 지어먹는 일이 큰 일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빵이 우리 고유의 음식은 아니지만, 어른아이 모두 자주 먹는 음식이 된 만큼 집에서 빵을 만들어먹는 일이 좀 더 대중화되었으면 좋겠다. 밖에서 사먹는 밥이 원산지나 안전성 면에서 불확실한 것처럼, 대량생산으로 만들어내는 체인점 빵들에는 다량의 설탕과 첨가물들이 들어있다. 소박하더라도 믿고 안심하며 살 수 있는 동네 빵집들이 많다면 좋을텐데, 한국에 갈 때마다 획일화된 체인점들의 빵맛에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아주 기본적인 빵만들기 요령만 익히면, 집에서도 누구나 빵을 구워먹을 수 있다. 신선한 밀가루로 만든 빵은 반죽 단계에서부터 구수한 냄새가 난다. 밥도 금방 지은 새 밥이 맛있는 것처럼, 빵도 갓 구운 빵이 가장 맛있다. 올 겨울엔 아주 기본적인 재료만으로 만든 빵을 구워 그 속에다 소시지, 양상추 등을 끼워 샌드위치로 만들어먹곤 하는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그냥 '맨 빵만 먹기'.. 잘 지어 김이 무럭무럭 나는 밥은 반찬없이 밥만 먹어도 맛있는 것처럼 빵도 그런가 보다. 누나보다 유난히 빵을 좋아하는 둘째가 가장 기뻐하는데, 다음엔 빵 반죽에도 단호박을 또 넣어볼까..^^

TOP1 ... 뜨끈한 국물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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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국물처럼 다시물을 만들어 거기다 냉장고에 재료가 있는대로 배추, 당근, 파, 버섯, 두부, 어묵, 고기같은 걸 넣어 한 냄비로 끓여낸다. 밥상 중간에 떡하니 냄비를 놓고, 네 식구가 각자 취향대로 골라서 자기 접시에 떠 먹는데 추운 겨울에는 역시 뜨거운 게 제일인 듯. 먹고 나면 몸이 후끈해진다. 국물이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도 정말 잘 먹는데, 건더기가 없어질 때쯤 우동 면이랑 달걀을 풀어서 조금 끓이면 이게 또 진짜 맛난다. 저렴하고 설거지 그릇도 많이 나오지 않고, 고기와 채소 모두 골고루 먹을 수 있어 겨울 저녁 한 끼로 그만이다. 재료를 씻고 썰기만 하면 금방 되는 음식이라, 요리하기 싫은 날, 외출에서 막 돌아온 저녁은 무조건 이거다!!

나 하나 잘 챙겨먹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연령과 취향이 각기 다른 식구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나는 늘 부담스럽다. 요리를 그리 싫어하지는 않지만, 식사 준비는 좋은 재료로 준비하되 간단히 최소한의 시간과 노동력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잘 먹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음식만들기에 투자하는 일은 좀 꺼려진다.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를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하는데 쓰고 싶다. 이건 13년이 넘는 결혼생활 내내 드는 생각인데, 음식만들기의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라도 요리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능숙해져야겠다고 매번 느낀다.
만약 다시, 첫아이를 임신했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스스로도 긴가민가싶었던 온갖 태교를 위한 어설픈 시도보다, 요리를 좀 더 열심히 익혀두고 싶다.
심오한 육아이론이나 지식보다, 입에 딱 맞고 식욕을 돋구는 반찬 하나가 아이들의 일상에는 더 절실하다는 걸, 첫아이가 열살 넘게 자라는 걸 지켜보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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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으로 집에서 만들어 본 어린이용 앞치마인데, 베이비트리 신년회에도 몇 장 보냈다.

집안에 있는 시간이 다른 계절보다 많은 겨울,

아이들과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좀 더 즐겨보면 어떨까 해서.

이번 겨울동안 만큼은 다른 일을 좀 미뤄두고 일주일에 한번만이라도,

아이들과 새로운 음식들을 만들어 보려 한다.

새끼들 입이 미어지도록 먹을 걸 밀어넣어주는 어미의 본능대로,

그렇게 잘 먹여 이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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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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