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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친구의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

예상할 수 없던 사고였고, 사고는 순식간에 한 어린 영혼을 앗아가 버렸다.

새해에 갓 열 세살이 된, 얼굴이 환한 아이였다.


큰 딸 친구의 한 살 위 오빠였고, 필규에겐 마을에서 함께 야구를 했던 동생이었다.

나처럼 세 아이를 키워온 그녀는 내내 학교 일을 맡아 하며 늘 학교 어귀에서 마주치면

빙그레 웃는 사람이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때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어떤 실감도 할 수 없었다.


자고 일어나면 어디선가는 사고로, 전쟁으로,  화재로, 테러로, 폭설로, 혹은 범죄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세상이다. 어느 죽음인들 비극적이지 않은가.

그 모든 죽음들을 나는 늘 내 일처럼 느껴왔다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며 같이 애도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먼데서 일어난 죽음, 텔레비젼 화면이나 신문의 기사로 대하는 죽음들을

나는 충분히 아파했다고 생각했으나 그 모두는 관망하는 죽음이었다.

내 일상이 흔들릴만큼 마음을 주지 않아도 되는 그런 구경꾼의 시선이었다.


내 일상을 채우고 있는, 나와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관계의 그물안에서 문득 툭 하고

하나의 선이 끊어지자 마자 그물 전체가 흔들려 버렸다. 어디를 보아도 그 구멍은

너무 분명하고 또렷해서 피할 수 가 없었다. 며칠을 출렁거리며 울었다.

지금도 떠나간 아이와, 남은 그녀를 생각하면 마음에 물기가 어린다. 쉽게 마르지

않을 물기다.


연년생으로 세 아이를 낳았으니 키우는 내내 세 쌍둥이를 거두는 것처럼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세 아이를 지극하게 키운 어미였다. 모두 반듯했고, 착실했고

의젓해서 사람들이 부러워 하던 아이들이었다. 그중 둘째는 유난히 부모에게

기쁨을 많이 주던 아들이었다.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세 아이중 둘째인 윤정이가 어느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면 나는 살 수 없다. 

그 아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도 없다. 나를 이루던 세상이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그 부서진 조각들을 움켜잡고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 도 없다.

그녀가 마주한 현실이 어떤 것이지 너무 잘 알 수 있다.


남편과 함께 장례식장에 들어설때부터 나는 울고 있었다.

환하고 밝게 웃는 영정속의 아이 모습을 보고는 주저 앉아서 통곡할 수 밖에

없었다. 몸 가장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울음을 나는 몸으로 울었다.

꺼질 것 같은 몸으로 서 있는 그녀를 안고 우리는 한참을 같이 울었다.


한 학년에 반이 두 개뿐인 작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면서 누가 누구의 아이인지

다 알고 지내는 학교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를 잃은 것처럼 아파하며 달려왔다.

그저 같이 울고, 그녀를 안아주고, 말 없이 장례식장을 오래 오래 지켜주었다.

유난히 세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많은 동네다. 장례식장을 끝까지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던 많은 엄마들 역시 세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었다.


발인하는 날은 유난히 추웠다.

아이의 관을 실은 버스는 이른 아침 일곱시 무렵, 학교에 들렀다.

버스가 정문을 지날때 미리 와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운동장에 서서 버스를 맞이했다.

같이 학교를 다녔던 반 친구들과, 그 아이들의 부모들과, 마을 사람들과, 이번 일을

자기 일처럼 아파했던 많은 학부모들이 그 추운 겨울 아침, 어둠을 뚫고 달려나와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맞아 주었다.

어둠속에서 확하게 불이 켜져있던 5학년 교실, 아이가 공부했던 책상을 부여잡고

그녀는 다시 서럽게 울었다. 모두가 같이 울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주셔서 아이의 마지막 길을 춥지 않게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잘 보내고 오겠다고 아이의 아빠는 눈물을 흘리며 인사를 했다.

버스가 떠난 후에도 오래도록 사람들은 운동장에 서서 멀어져가는 버스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일에도 마음을 모을 수 가 없었다.

글을 쓸 수도 없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한참 더 깊게 충격과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친구의 일인데 왜 이렇게 내 마음이

저린 것인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큰 아이가 올 해 열 여섯이 되었다. 막내가 아홉 살이니 육아에서 가장 힘든

시절은 지났다고 할 수도 있겠다. 세 아이 모두 아직 손이 가긴 하지만 제 일들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아프고 열 나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고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나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은 별 일 없이

잘 자라줄거라고 믿어 왔었나보다.

그러다가 문득 닥쳐온 사고 소식은 내가 단단하다고 여기던 일상이란게 한 순간에

깨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너무나 분명한 삶의 이 가뭇없음이

새삼 너무 아파서 두려워서 나는 견딜 수 가 없었다.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커갈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이 독립을 하고 한 사람의 성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때까지 내가 곁을

지켜줄 수 있을까.

자주 의심하지 않았던 것들을 한꺼번에 질문해가며 나는 차마 그렇다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다 무서워졌다.

밤마다 잠이 든 아이들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고 부벼가며 실감을 하고

그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뒤척였다. 그리고는 그녀를 생각하며 울었다.

아이를 먼저 보낸 세상 모든 엄마들 마음을 앓아가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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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중인 아이들은 내 곁에 있다.

하루종일 웃고 소리 질러가며 싸우고 심심하다고 불평하다가도 사소한 놀이로

다시 깔깔거리며 아이들은 나와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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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전주로 여행을 다녀온 아들은 종일 밀린 잠을 잔다.

나는 깨우지 않는다. 그냥 이따금 아들 곁으로 가서 잠든 얼굴만 가만히 쓸어본다.


결국 나는 가장 단순한 진실을 다시 깨우치게 된다.

사랑을 미루지 말것.

최선을 다해 행복한 순간을 만들 것.

그렇게 할 수 있을때 사랑한다는 말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웃어주고, 격려하고

위로해주고, 끄덕여줄 것.

기꺼이 그 편이 되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더 자주 해 먹고 무엇보다 같이 많이

웃을 것.

삶에는 슬픔도 비극도 많고, 애써도 피할 수 없는 슬픔도 많지만 언제 우리에게

닥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함께 있는 순간을 최선을 다해 누릴 뿐 이다.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침에 나간 아이가 저녁에 다시 돌아오는 것.

제 방에서 잠든 아이가 다시 그 방문을 열고 나와 나를 안아 주는 것

가족이 다 함께 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큰 기적이고 선물일 뿐 다른 것은 모두 욕심이다.

욕심이다. 다시 끄덕여 본다.


한 아이를 떠나보내고 깊은 고통의 시간을 겪고 있을 그녀에게

마을의 엄마들 모두 친구가 되고, 언니와 동생이 되어주기로 했다.

떠나간 아이가 그리울땐 그립다고 말하고, 자주 그 아이의 이야기를

나누며 언제든 추억하고 기억을 떠올리며 그 속에 풍덩 빠져 울고 웃으며

같이 기대어 살자고 했다. 우리 모두 그런 이웃과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그녀의 남은 두 아이들도 우리의 아이로 키우면서 자라고 커가는 모습을

오래 오래 지켜주자고 했다.

상실과 애도는 오래 이어질 것이다. 충분히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하며

그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지금 사랑하며

사는 삶을 살 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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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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