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쯤은 생생육아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릴레이 글쓰기>!

같거나 비슷한 주제를 두고, 여러 필자분들과 릴레이로 글을 써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던 참이었는데 오늘 글은 얼마전에 뽀뇨아빠께서 올려주신

<경상도 사위의 전라도 처가방문기>에 이어쓰는 릴레이 글쓰기다. 내맘대로;;^^


날씨도 점점 무더워지고, 시국은 여전히 어수선하고..

답답한 일상에 숨이 막힌다.

오늘은 그냥 정치나 역사, 지역감정, 정서와 문화차이 같은 무거운 이야기는 좀 접어두고

먹는 것으로나마 잠시 위안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에 그 어떤 벽이 있다 하더라도

뽀뇨 외할머니댁의 밥상 풍경을 글로만 읽어도, 모두의 마음이 무장해제되고 마는 것처럼

음식은 말이나 감정을 뛰어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태어나 30 여년을 살다

일본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며 겪은 시댁의 음식문화에 대해서도 참 이야기가 많다.

같은 한국 내에서도 지역마다, 또 같은 지역이라 해도 각 가정마다 다 다른 것처럼

나와 우리 시댁은 한국VS일본,

도시로 구분하자면  부산VS도쿄의 음식문화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DSCN2905.JPG


부산에서 나고 자란 이유도 있겠지만,

특히 우리 친정은 생선을 비롯한 바다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즐겨먹었다.

일본으로 오고 나선 이곳도 역시 섬나라이다 보니, 각종 생선이나 초밥을 자주 먹게 된다.

사진은 얼마전에 스시 박물관에 갔을 때 모습인데,

엄마아빠가 다 바다가 친숙한 곳에서 나고 자란 탓인지

우리집 두 아이 역시 생선을 참 좋아하고 잘 먹는다.

고기는 또 어떤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갈비, 불고기지만 가정에서 자주 해먹는 건 스키야키!


DSCN2925.JPG

추운 겨울, 시댁에 가면 시어머님이 자주 만들어주시는 고기 음식인데
소고기, 대파, 두부, 버섯, 쑥갓 등을 간장, 설탕, 요리술 등으로 조려서 먹는
일본의 대표적인 가정식이다.
한겨울에 식구들이 따뜻한 전골냄비를 둘러싸고 앉아 뜨거운 고기를 후후 불어가며
먹는데, 맛도 맛이지만 이 스키야키라는 음식에는 겨울*가족*따뜻함*영양보충 ..
뭐 그런 추억같은 이미지가 있다. 나도 이젠 집에서 자주 해먹긴 하지만
역시 40년 손맛의 소유자이신 시어머님이 해주시는 스키야키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DSCN2972.JPG

일본인들이 한국음식이라 하면 불고기, 비빔밥, 잡채 등을 얼른 떠올리지만
사실 한국 음식은 그보다 더 다양하고 맛도 풍부하지 않나.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이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을 스시나 우동, 오니기리와 같은 몇 가지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은 의외로 일본의 전통적인 음식보다
외국 음식이 일본화된 것들이 많다.
위에 있는 사진은 시댁에서 자주 먹게 되는 춘권인데, 중국음식이 일본인들 입맛에
맞게 변형된 음식들(갖가지 만두 종류, 탕수육, 면 요리..)을 일본인들은 집에서도
잘 만들어 먹는다.
시어머님은 튀김요리를 특히 잘 하시는데, 이 춘권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정말 바삭하고 맛있다. 아.. 먹고싶어라..
튀김이 유명해서 그런가. 한국인들보다 일본인들은 집에서도 튀김요리를 자주 해먹고
기름을 다루는 요령도 익숙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튀김요리를 자주 해 먹다보니
가정집 부엌에서 가벼운 화재사고가 가끔 나는 소식이 들리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화재 원인은 바로 이 '덴뿌라'^^

DSCN3123.JPG

여러가지 채소를 튀겨서 함께 먹는 여름 음식으로 대표적인 건, 바로 국수.
다시 간장을 만들어 삶은 국수를 적셔 튀김도 함께 먹는데
사진은 생협에서 배달되어 온 단호박이나 토마토로 만든 여러 색깔의 국수 면.
한국이랑 비슷한 음식문화라 아주 친근하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일본 아이들도 면 요리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특히 여름에는.
차가운 다시 간장에 하얀 국수를 적셔서 후루룩 쩝!
그리고 바삭하고 고소한 튀김 한 입 아삭!  아, 오늘 점심으로 먹었으면!

DSCN3134.JPG


시댁에 다녀올 때마다 어머님은 늘 뭔가를 한보따리 싸 주신다.

유기농 달걀과 우유(일본에는 아직 병우유가 있는데, 종이팩이나 플라스틱에 든 우유보다

정말 맛있다)   가까운 밭에서 난 푸른 채소들, 그리고 어머님이 직접 담으신 살구잼과 매실잼..

서구 문화권의 어머니들도 이러실까?


집에 와서 잔뜩 싸 주신 보따리를 풀어보면, 병우유 깨지지 말라고 겹겹이 꽁꽁 싸두시고

그 안에 든 종이쪽지에는

이건 얼른 냉장고에 넣어라.. 이건 밖에 두어야한다..

잼이 좀 새콤해도 구연산이 많으니, 더울 때 먹으면 피로회복이 되니까 좋다..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뭘 이리 많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드리면

또 메모에 적힌 이야기를 무한반복하신다.

저건 냉장고에 넣었느냐, 그건 냉장고에 넣으면 안된다..

같은 점도 많고 다른 점은 더 많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어머니들은 다 비슷하시다.

가끔은 귀여우시고 또 가끔은 집요하신 듯..^^


그나저나 시어머님의 최강 메뉴는 바로 고로케인데, 언제 한번 소개해 볼까 한다.

여름방학 특집으로 일본의 가정식, 40년의 손맛이 자랑하는 고로케! 이런 건 어떤가.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다.

서로 다른 부분을 지적하기 보다, 서로 달라서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것.

음식문화가 바로 그런 세계 아닌가.

나와 다르기 때문에 더 신선하게 즐길 수 있으니, 다른 가족의 음식, 다른 나라의 음식을

자주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일상의 큰 즐거움 아닐까.

뽀뇨아빠. 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전라도 음식 너무 부러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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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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