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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육아웹진 `베이비트리‘ 생생육아 코너는 필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생생하게 쓰는 육아일기 코너입니다.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에는 기자, 파워블로거 등 다양한 이들의 다채로운 육아기가 연재됩니다.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맞은 첫 여름방학, 그 땐 엄마인 나도 긴장감을 느꼈다. 아이 방학 숙제는 무엇이 있는지, 아이가 방학을 어떻게 보람있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는 딸의 방학 통지문을 밑줄 그으며 살폈다. 선택 과제로 나온 전시관이며 박물관 관람도 꼭 한두 개는 들러야겠다는 생각에 방학 시작하기 전부터 언제 어떻게 갈지 등등 아이와 함께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올해 두 번째로 맞는 여름 방학, 딸도 나도 한결 느슨해졌다. 딸은 ‘방학이 왔구나. 이젠 좀 쉴 때가 됐구나’ 하는 자세로 오전 내내 늘어지게 잤다. 엄마인 나 역시 ‘방학이니 딸을 덜 챙겨도 되겠군’ 하며 긴장감을 놓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엔 일도 바빴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취재도 있었고, 만나봐야 할 사람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 개학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뿔싸! 이번 방학 때는 아이들과 전시관이나 박물관에 한 번도 못 갔네. 이제라도 가자!’  


벼락치기 공부하는 사람처럼 아이와 함께 갈 전시관과 박물관을 물색했다. 탐색을 하다 눈에 띈 것은 한겨레신문사에서 주최하고 있는 로이터 사진전과 같은 장소에서 하는 앤서니 브라운 전이었다. 딸 친구네와 함께 하루에 두 전시회를 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오전 일찍 예술의 전당을 향했다. 하늘이 우리를 도왔는지 토요일 오전 도로엔 차들도 없어 싱싱 도로 위를 달릴 수 있었고, 일찌감치 전시회 장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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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그림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전시회를 먼저 갔다. 아이들이 이미 그림책으로 만난 작가라서 친근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도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라는 책이 있다. 아빠랑 함께 동물원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 그런데 아빠는 너무나 바쁘고 피곤하다. 아이는 아빠가 사준 고릴라 인형을 통해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 동물원으로 향한다. 고릴라는 아빠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아이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그림책을 다 읽을 때 즈음이면 가슴이 찡하다.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가정의 한 단면을 앤서니 브라운은 잘 담아냈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에는 고릴라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은 그가 어렸을 때 본 영화 ‘킹콩’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고릴라가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봄이와 여름이도 <고릴라> <돼지책>을 봤기 때문에 앤서니 브라운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을 보였다. 봄이는 메모지를 들고 가 앤서니 브라운에 대한 정보도 기록하면서 꼼꼼하게 그림 하나하나를 살폈다.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앤서니 브라운은 의학 전문 화가였고, 그가 그린 각종 장기 그림 등도 전시관에서는 전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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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꿈인 딸은 친구와 함께 전시관 곳곳에 다니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관람했다. 나는 동생 여름이를 따라다니며 전시관 곳곳을 누볐다. 여름이는 그림책 주인공들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며 전시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앤서니 브라운 전시전에서는 다른 전시전과 달리 사진도 마음대로 찍을 수 있고, 전시장 한 곳에는 작은 도서관이 마련돼 있어 아이들이 눕거나 앉아서 앤서니 브라운 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마련돼 있었다. 앤서니 브라운의 색감이 그대로 전시장 곳곳에 반영돼 있어 마치 동화책 나라에 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2시간이 넘도록 아이들은 한 번도 지루해하지 않고 전시를 즐겼다.  


앤서니 브라운전을 관람한 뒤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예술의 전당 길 건너편에 있는 칼국수집에서 만두와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다시 로이터 사진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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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사진전은 사진은 아무 곳에서나 찍을 수 없었고, 정해진 곳에서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전시장은 로이터의 영문 이름(REUTERS)의 각 철자별로 대문자를 따서 시작하는 주제어 6개 섹션으로 꾸며져 있었다. 20세기, 21세기 역사적인 순간을 구성해놓은 클래식관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빨아들였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부수는 장면이나 이한열 열사 사진 앞에서는 많은 관람객이 발을 떼지 못하고 사진을 또 보고 또 보고 대화를 나누었다.  


통신사 로이터에서는 어떠한 연출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찍었지만, 사진은 힘이 있었다. 사진들은 현실을 들여다보게 하고, 드라마 같은 감동을 주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여주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관은 유니크 관과 지구별 여행관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독특하고 신기한 것들만 모아놓은 유니크관은 빨강, 노랑, 주황, 파랑 등 각 색깔별로 사진들을 전시해놓았다. 여기에서는 마음껏 사진도 찍을 수 있어 사람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엄마~ 저 보라색 양 좀 봐~” “엄마 엄마, 이 사람은 발레를 하는데 머리가 없네?” 등등 아이들은 쉴새없이 질문을 던지고 엄마를 불러댔다. 아이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유니크 관과 지구별 여행관에 오래 머물렀다.  


‘두 개의 전시를 다 볼 수 있을까’ ‘아이들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의외로 강했다. 7살 여름이만 로이터 사진을 둘러보면서 조금 힘들어했을 뿐, 초등학생 두 여자 아이들은 거뜬히 두 전시전을 즐기고 재밌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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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과 기억에 남는 것들을 말해보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모두 지구별 여행관에서 본 거북이가 알에서 나오기 직전을 담은 사진을 말했다.사진 한 장이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거북이 알이나 달걀 등 동물의 알은 많이 보았지만, 알 속에서 동물이 나오기 직전의 상황은 보지 못했는데 기자가 순간 포착한 사진이 아주 인상적이었나 보다.  


그토록 무덥던 여름이 한순간에 가고 가을바람이 솔솔 분다. 무더운 여름, 피서지로 전시관을 향하는 것도 좋지만, 산들바람이 부는 가을에 아이와 함께 전시전 나들이를 가보는 것은 어떨까? 개학 앞두고 부랴부랴 갔지만, 두 전시전(앤서니 브라운전, 로이터 사진전) 모두 만족했다. 9월25일까지 전시가 진행되니 아직까지 안 가보신 분에게는 추천한다. 이외에도 같은 장소 1층에서 같은 기간 진행되는 달리샤갈뷔페전도 호평을 받고 있으니 가을 나들이 겸 전시관 나들이를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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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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