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1_154739.jpg »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입구에서 기념 사진 찍는 아이들. @양선아

 

베이비트리 생생육아 코너는 필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생생하게 쓰는 육아일기입니다.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에는 기자, 파워블로거 등 다양한 이들의 다채로운 육아기가 연재됩니다.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친구들이 다녀와서 괜찮다며 추천해줬어요. 시간 될 때 아이들과 함께 가요.”

 

미술을 전공한 아이 친구 엄마가 전시관 나들이를 제안했습니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과 전시회에 갑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교에서는 방학 숙제로 ‘박물관이나 전시회 다녀오기’가 있었어요. 방학 숙제할 겸 아이와 겸사겸사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다녀왔지요. 이번 방학부터는 그런 과제가 없고 스스로 방학 과제를 선택해서 하도록 방침이 바뀌었습니다. 숙제는 아니지만 방학 기간을 이용해 좋은 전시회에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이 친구 엄마가 제안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에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1층에 있습니다. 서울 신용산역 근처에 가보신 분들은 이 지역의 랜드마크인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잘 아실 겁니다.
 

1522818007938.jpg »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의 모습.

 

 

지난해 11월 들어선 이 건물은 새하얀 정육면제 모양의 22층 건물입니다. 보통 어느 회사의 사옥이라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잖아요. 그런데 아모레퍼시픽은 ‘연결’‘소통’이라는 개념을 사옥에 적용해서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을 외부인도 드나들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지하 1층에는 제주의 유명 카페 ‘도렐’, 디저트 카페 ‘에이랏’ 등이 입점했고, 지상에는 ‘오설록 1979’, ‘이니스프리 그린카페’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과  ‘라이브러리’ 등 문화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2~3층에는 450석 규모의 대강당이 있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옥을 개방해 지역 사회와 연결하고 고객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멋지더군요.

 

20180801_154910.jpg »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1층 모습. @양선아

 

20180801_154918.jpg »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1층에 있는 라이브러리 모습. @양선아
 
사옥 1층에 들어서니 층고는 높고 탁 트인 공간이 광장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여백의 미가 살아있고, 의자 같은 소품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과 미술관이 존재하는 사옥이라니!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이 건물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를 했는데요.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이 건물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1층에는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건축가들’이라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데,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관련 건물들을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들로 대형 앨범을 만들어 전시를 해놓았는데, 건물의 다양하고 멋진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벽면에는 데이비드 치퍼필드를 비롯한 건축가들의 인터뷰 영상을 설치해 놓았는데, 건축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건물을 설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20180801_140353.jpg » 벽면에 설치된 영상에서는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영상이 실렸다. @양선아


 
앨범을 둘러본 뒤, 미술관 입장료를 샀습니다. 입장료는 성인은 1만2000원, 초등학생은 7000원입니다. 만 3~7세 미만, 만 65세 이상 관람객은 6000원, 만 3세 미만은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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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는 지난 5월부터 오는 26일까지 멕시코 태생의 캐나다인인 라파엘 로자노 헤머의 <디시즌 포레스트 Decision Forest>라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를 전시합니다. 라파엘 로자노 헤머는 지난 26년간 공공장소에서 관람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인터렉티브 프로젝트를 필두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라고 미술관 쪽은 소개합니다. 이번 전시는 1992년도 첫 작품부터 신작까지 총 24점의 인터렉티브 작품으로 구성됐습니다. 미술관 쪽은 “이번 전시는 신축 미술관 개관을 기념하는 전시일 뿐 아니라, 다양한 대중이 즐겁게 만나고 소통하는 열린 플랫폼으로서의 미술관의 방향성을 관람객과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시에 대한 소개대로 어른과 아이 모두 즐겁게 참여하고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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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니 경사로가 있네요. 경사로를 올라갔더니 작은 모래 놀이터를 만났습니다.바로 첫 작품 ‘샌드박스 sandbox’입니다. 아이들은 부리나케 모래 쪽으로 달려가더라고요. 모래 위에는 상어와 거북이 장난감이 있었는데요. 밑을 내려보니 대형 모래놀이터가 등장합니다. 발코니에 마련된 모래 놀이터에서 손과 장난감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면, 대형 모래 놀이터에 그대로 모양이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은 대형 모래 놀이터를 보자마자 뛰어 내려갔습니다. 엄마들이 손과 장난감으로 모양을 만들자 아이들은 엄마 손 위에도 올라가고 밟아보기도 하고 팡팡 뛰기도 하면서 즐거워하네요. 엄마와 아이들이 입장을 바꿔 놀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더라고요.

 

20180801_144734.jpg » 아이들이 모래를 만지며 놀고 있다. @양선아

 

20180801_144941.jpg » 대형 모래 해변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논다. @양선아

 
모래 놀이를 끝낸 후 다음 작품을 보러 이동했습니다. <에어본 뉴스캐스트 Airborne Newscast> (2013)라는 작품이었는데요. 대형 화면에 뉴스들이 있는데, 관객이 왔다갔다하면 그 뉴스들 위에 관객의 그림자가 나타납니다. 그림자 형태로는 아이와 그림자가 역전이 됐을 수도 있고 다양한 모습들을 연출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단순히 그림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뉴스들의 글자가 날아가기도 하고 그림자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처럼 보여서 재밌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아이들은 한참을 이런저런 모양을 취하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20180801_145955.jpg » 대형 뉴스 화면에 그림자 놀이를 할 수 있다. @양선아


 
전시관에는 이런 방식으로 관람객이 참여하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았는데요. 이번 전시 제목인 디시즌 포레스트( Decision Forest)는 데이터 과학 용어라고 합니다. 관람객의 선택, 관람객과 작품의 상호작용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결과 값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움직이기 좋아하는 남자 아이 둘은 이런 작품들에 제일 관심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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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을 하다가 컨베이어 벨트를 만났는데요. 자신의 소지품을 투시기 아래 통과시키면, 소지품이 이전 사람들의 소지품과 함께 이미지화되어 나옵니다. 저도 해봤는데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계속해서 물건을 올려놓고 또 올려놓고 무한 반복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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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오랜 시간 머물렀던 곳은 이곳인데요. 시간의 개념을 줄자의 높이로 치환하거나 영수증의 길이로 치환한 작품입니다. 관람객이 머문 시간을 인식해 줄자가 위로 올라가는데요. 어느 정도 오르면 줄자가 마치 건물 무너지듯 쓰러집니다. 자칫하면 다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이들이 용케 그것을 피하면서 재밌어했습니다. 영수증 역시 사람들이 머문 시간만큼 계속 길어지는데, 재밌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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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엄마들 모두 신기해했던 곳은 <펄스 룸 Purls room>이라는 공간입니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들어섰습니다. 천정에는 240개의 투명 백열전구가 깜빡거리고 있었는데요. 센서를 잡고 있으면 심장 박동을 스캔해서 전구가 깜빡거립니다. 아이들의 심장 박동은 빨리 뛰고 전구가 좀 더 빠르게 깜빡거렸고요. 제 심장 박동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뛰고, 전구도 좀 더 느리게 깜빡거렸습니다. 캄캄한 곳에서 쿵쾅쿵쾅 심장 박동 소리와 함께 전구가 깜빡거리는데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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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얼굴인식시스템으로 관람객 초상화를 수증기로 보여주는 작품이나 수많은 거울이 붙어 있어 수많은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바깥에서 보면 우주인처럼 보이는 작품도 아이들에게는 재미 그 자체였습니다.
 

소통, 관계,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작가의 정신이 모든 작품에서 잘 드러나더라고요. 아이들도 엄마들도 즐거웠던 전시 나들이, 더운 여름이지만 전시관은 시원하고 자유롭고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전시는 다음주 일요일이면 끝나는데요.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 방학 기간에 아이와 즐거운 나들이를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글, 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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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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