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가능한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림책 함께 읽기다. 책과 친한 아이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고, 지혜로운 아이로 클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나는 아주 간단한 그림으로 된 책부터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까지 아이의 발달과 연령에 맞는 그림책을 찾아 아이와 함께 읽는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수 있고, 아이의 흥미나 관심사도 파악할 수 있어 좋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은 또 따뜻하고 정겨운 그림과 이야기가 많아 내 지친 마음도 잠시 쉴 수 있고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 좋다. 이번 육아기에서는 나와 우리 아이들과 내가 좋아했던, 즐겁게 읽었던 책을 소개해본다. (앞으로 부정기적으로 이렇게 아이들과 즐겁게 읽은 그림책 이야기를 써볼 예정이다) 아이들이 어떤 점에서 좋아했는지, 엄마로서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소개한다.
 

 

우리 아이들이 사랑하는 그림책(1)

<분홍? 분홍... 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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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된 딸이 최근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은 <분홍? 분홍… 분홍!>(나디니엘 호비 글, 조슬린 호비 그림, 삼성출판사 펴냄)이다. 회사 선배가 “민지가 좋아할거야”라고 선물해준 책이다. 분홍색을 좋아하는 딸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여진 책을 집어들더니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이다!"라고 소리쳤다.   
 
2005년 소년한국우수어린이도서인 이 책은 미국의 유명 동화작가 홀리 하비의 아들(나다니엘 호비)와 딸(조슬린 호비)이 함께 만든 그림책이다. 나다니엘은 금속 및 목공예 미술가이며, 조슬린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미술학사 학위를 받은 뒤 뉴욕에서 현대 미술품 거래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두 남매가 합작해서 만든 이 책은 온통 분홍색인 세상에서 살아가는 프리실라의 얘기다.
 
프리실라가 사는 분홍별은 식물도, 동물도, 꽃도, 달걀도 모두 분홍빛이다. 분홍 오렌지, 분홍 강물, 분홍 유리 어느 것 하나 분홍이지 않은 것이 없다. 분홍별에 사는 프리실라는 어느날 아침 분홍죽을 먹다 분홍색이 너무 지겨워 다른 빛깔을 찾아 길을 떠난다. 분홍산과 분홍골짜기, 분홍 늪을 지나 프리실라는 분홍별나라의 땅 끝까지 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프리실라는 다른 색깔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다. 
 
"진정 이 나라에는 다른 색이라곤 하나도 없나요?"라고 절망에 가득찬 프리실라가 절규를 하는 순간, 알록달록한 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리며 프리실라 앞에 나타났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프리실라가 그 나비를 따라가보지만 누군가가 꽃에 앉은  알록달록 나비를 잠자리채로 잡아간다. 바로 분홍별의 분홍 여왕이 그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프리실라는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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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여왕은 "아무리 예쁘게 봐주려 해도 그 나비는 꼴사나워!"라고 말한다. 온통 분홍색 가득한 세상에서 분홍색이 지겹기만 하고 알록달록 나비에 황홀함을 느꼈던 프리실라와는 정반대로 여왕은 말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의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반응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분홍 여왕에게는 분홍색이어야 할 나비가 알록달록하니 꼴사납고 보기싫은 것이다. 그리고 여왕은 프리실라에게 한 줄기 희망을 보여준 알록달록한 나비를 땅 속에 꼭꼭 가두려 한다.
 
자신이 정말 찾고 싶었던 것을 만난 프리실라는 온 세상을 분홍색으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분홍 여왕에 맞설 수 있을까, 아니면 분홍 여왕에게 복종하고 다시 분홍색 천지 세상으로 돌아갈까? 현명하고 영리한 프리실라는 분홍 여왕의 마법을 풀 수 있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분홍이 최고예요! 하지만 다른 빛깔들이 없이는, 글쎄요…. 이 세상이 알록달록 빛깔들로 이루어져 있을 때 분홍이 더욱 돋보이지 않을까요?"
 
프리실리의 이 깜찍한 생각은 여왕의 뒷통수를 후려친다. '오, 정말 좋은 생각이구나!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프리실라에게 설득 당한 여왕은 분홍색이 더 돋보이는 세상을 위해 주문을 외워 세상의 빛깔들을 되찾게 한다. 프리실라는 알록달록한 나비뿐만 아니라 노란 해님, 파란 하늘을, 보랏빛 꽃, 초록 나무를 만나게 된다. 프리실라는 다채로운 세상에서 너무 행복에 겨워 폴짝폴짝 뛰며 신나해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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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 책을 선물받아 6살 딸에게 읽어주었을 때는 아이는 그림만 볼 뿐 이야기의 전개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6살 때는 그저 아이에게 책을 넘겨가며 "분홍별에는 이렇게 모든 물건들이 분홍이었대.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렇게 모두 분홍이면 어떤 느낌일까?"고 물으며 대화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7살이 되자 딸은 프리실라나 여왕의 행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엄마~ 프리실라가 참 좋은 생각을 해낸 것 같아. 진짜 그럴 것 같아. 모든 것이 핑크색이면 핑크색이 정말 예뻐보이지 않겠지. 프리실라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엄마, 그런데 왜 분홍 여왕은 이렇게 모든 것을 분홍으로 만들어버릴까? 나빠~"  
 
이런 식이다. 한 해 차이지만 이 책에 대한 반응을 통해 나는 아이가 얼마나 성장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단지 핑크색이 많아 핑크색이 좋아 이 책에 관심가졌던 지난해와는 다르게 올해 아이는 서사 구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또 프리실라의 지혜에 감동하고, 분홍 여왕이 막무가내 권력 휘두르는 것에 나쁘다고 말한다. 좋고 나쁜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력도 생겼다.
 
아이는 또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모든 사물이 제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모두 아름답다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파란 하늘, 보랏빛 꽃, 초록 나무처럼 너무 일상적이고 평범해서 소중한 줄 모르지만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 사물 본디 그 모습 자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 책을 읽고 난 뒤 딸은 파아란 하늘만 쳐다봐도 프리실라처럼 "와~~ 엄마 파아란 하늘이야~ 정말 이뻐~"라고 감탄사를 쏟아낸다. 프리실라에 완전 감정이입이 된 것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가치있다.
 
나 역시도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여러 상황에 적용해본다. 내가 사는 사회,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속한 조직, 내가 속한 가정 등에 적용해본다. 모두가 똑같은 색깔을 지닌 사회, 동네, 조직, 가정은 얼마나 지겹고 재미가 없는가.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사회, 동네, 조직, 가정이 재밌고 흥미롭고 그래야 각각의 색깔이 돋보이고 각자가 아름답게 존재할 수 있다. 그런 생각끝에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난 뒤 딸과 대화를 나누며 나는 딸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민지야~ 온통 분홍색 천지인 분홍별이 지겨운 것처럼 민지가 만나는 친구들도 민지랑 똑같기를 바라면 안 돼. 그렇다면 재미가 없잖아. 친구가 나랑 좀 다른 생각을 가져도, 다른 색깔을 지녀도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게 좋은 것 같아. 엄마는 이 책 읽고 그런 생각들을 했어. 민지도 그렇게 생각해?”라고.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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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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