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돌을 앞두고 생전 처음 비행기를 탄 이인 어린이. » 생전 처음 탄 비행기에서 배배 꼬는 이인 어린이.

 

쿵쾅쿵쾅쿵쾅 

 

비행기 시간이 다가올 수록 내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다. 폭탄을 품고 사지로 떠나는 기분이 이럴까.

불과 두달 전에도 출장차 탔던 비행기이건만 왜 이렇게 불안하고 떨리는 것일까.

당연하지. 내 품에는 12킬로 짜리 폭탄이 안겨있는데 떨리지 않을 도리가 있나.

 

아이의 두돌을 앞두고 해외여행을 계획하게 됐다. 두돌 기념이라기 보다는 남편이 회사에서 안식월 휴가를 받게 돼 가족여행을 논의하게 됐다.

우선은 장소. 몇년 전 12월 제주여행에서  측은, 황량, 궁상 3종세트를 제대로 경험했던 터라 국내 여행보다는 따뜻한 동남아 휴양지로 가자로 낙착.

두번째는 누구와 갈 것인가. 이것으로 한 3개월을 고민했다. 주변에서는 아이를 떼놓고 부부끼리 가라고 권했다. 애를 데려가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상세하고도 긴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남편과 둘이? 친구들이랑도 아니고? 뭔 재미? 차라리 고생을 하고 말지!!! 마침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엄마에게 "엄마도 갈래요?" 물으니 "그럴까?" 대답하시는 게 정말 가시고 싶어하는 눈치. (엄마들은 왠만하면 '내가 거길 왜 가니? 쓸데 없이 돈을 왜 쓰니?' 펄쩍 뛰신다) 그래서 여행은 성인3, 유아1의 나름 대부대 여행이 되었다.

그렇게 결정한게 3박5일 푸켓 여행이었다. 사이판이나 괌도 아니고 세부도 아닌 왜 푸켓인가 하면 아이가 돌즈음부터 열렬하게 코끼리를 사랑했던 터라 멀찍이 동물원 우리 안의 코끼리가 아닌 만져보고 옆에서 사진도 찍어볼 수 있다는 푸켓 동물원을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푸켓행을 결정한 뒤에도 패키지로 갈지 자유여행을 갈지 한달여간 고민을 하다가 버스를 몇시간씩 타고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 일정은 아이에게 무리다 싶어 호텔과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비행기표가 공짜인, 정확히 유류할증료 7만2000원만 내면 되는 두돌 직전(일주일 전)으로 디데이를 잡았다.

 

하지만 출발하기 3일 전부터 불안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애가 가서 아프면 어떡하지? 비행기에서 밤새 울면 어떡하지? 육아 사이트에 아이와 여행갈 때 필요한 물품들을 검색해보니 체온계를 비롯한 약종류만 십여가지. 여기에 햇반에 김, 반찬, 인스턴트 죽과 누룽지 등등 먹거리 만도 이민 짐 싸게 생겼다. 과연 평소에도 안먹는 아이가 외국가서 국에 밥에 먹을까 싶기는 했지만 안싸갈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딸랑 3일, 것도 반팔에 반바지 입는 나라 가면서 성인 세명이 캐리어 가방 3개에 어깨에 메는 보스턴백 2개까지 추가하는 엄청난 짐을 싸들고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이와중에 너무나 긴장했는지 비행기 출발시간 밤 8시를 현지 도착시간인 새벽 1시로 착각해 비행기도 못탈뻔했던 건 뭐 별것도 아닌 에피소드.

 

아이를 데리고 가는 해외 여행의 가장(유일한?) 좋은 점은 체크인할 때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이를 앞세우니 '해피맘'으로 표시된 체크인 카운터에 바로 안내를 받았다. 가기전에는 '차일드밀'을 예약해 아이 음식을 따로 요청했다. 그런데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우리는 아이가 있으니 자리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창가에 앉을까, 맨 앞자리에 앉을까 엄청 고민을 했는데 실제 선택의 폭은 없었다.

참고로 따로 좌석을 예약할 필요없는 두돌 이하 아이와 여행을 준비한다면 알아두어야 할 것. 항공사에 베이비시트(아기바구니)를 요청할 수 있지만 이 시트를 쓸 수 있는 아이들은 돌 미만의 작은 아기들이다. 맨 앞좌석 비교적 넓은 공간 역시 베이비시트를 이용할 때만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베이비시트를 안쓰게 되면 맨 앞좌석에 대한 우선권도 사라지는 것이다. 창가에도 앉을 수 없다. 창가 좌석은 사고시 필요한 산소호흡기가 성인용만 있기 때문에 유아를 앉힐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돌~두돌 아이를 데리고 탈 수 있는 자리는 가운데 좌석 밖에 없는 셈이다. 그래도 손잡이를 위로 올리면(맨 앞좌석은 손잡이를 올릴 수가 없다고 한다) 세 좌석 사이에 아이가 낑겨 앉을 수도 있고 눕혀 재우기도 괜찮으니 장거리 여행에는 나쁘지 않다.

 

"우와 인이 비행기 타네, 신기하지?" 아무리 설명해도 순방 나선 대통령도 아닌 이상 손 흔들며 비행기 계단에 오르는게 아니라 실내 통로를 통해 비행기에 들어가는 걸 아이는 도무지 이해 못하는 상황. 자리에 앉자마자 아이는 몸을 배배 꼬는 데 이날따라 기체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방송이 나오고 엔지니어들이 올라와 기체를 점검하느라 한시간이 지체됐다.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행여 사고라도 나면? 괜히 데려온 걸까? 둘이 떠났다가 애 고아 만드는 것보다 나을 지도 몰라. 열나게 머릿속으로 소설을 쓰는데 부웅~ 기체가 떴다. 예상했던 아이의 환호는 개뿔, 지루해서 폭발하기 직전인 아이에게 사탕을 물리고(기체가 올라가면 압력 문제 때문에 아기들은 귀가 아프기 쉬운데 이럴때는 사탕을 물리란다)  태블릿 피시에 저장해온 애니메이션들로 달래다가 아이를 재우는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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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기자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은 팔랑귀를 가지고 있는 주말섹션 팀장. 아이 키우는 데도 이말 저말에 혹해 ‘줏대 없는 극성엄마가 되지 않을까’,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이라는 ‘꽉 찬’ 나이에 아이를 낳아 나중에 학부모 회의라도 가서 할머니가 오셨냐는 소리라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엄마이다. 그래서 아이의 자존심 유지를 위해(!)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를 땡겨(?) 미리미리 피부 관리를 받는 게 낫지 않을까 목하 고민 중.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여주고 입혀주기 위해 정작 우는 아이는 내버려 두고 인터넷질 하는 늙다리 초보엄마다.
이메일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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